▲ '니어: 오토마타'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스퀘어에닉스의 액션 RPG ‘니어: 오토마타’는 발매 전부터 기대와 관심, 우려를 동시에 받은 ‘화제작’이었다. 주인공 캐릭터의 수준급 외모와 플래티넘 게임즈의 상쾌한 액션은 뭇 게이머를 설레게 했다. 동시에 꿈도 희망도 없는 암담한 스토리로 게이머를 괴롭히기 일쑤인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제작을 맡는다는 점이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다행히 출시된 ‘니어: 오토마타’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일본 현지에서는 발매 첫 주에만 20만 장이 판매되며 그야말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발매가 2개월 정도 늦은 국내에서도 28만 원 상당의 고가 한정판이 1분 만에 모두 품절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비슷한 성격을 지녔던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전작 ‘드래그 온 드라군’과 ‘니어’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렇다면 ‘니어: 오토마타’의 흥행을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앞서 불안 요소라 말했던 '이야기와 그것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이 이번 흥행의 주역이었다. 암담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과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뛰어나 플레이 하는 내내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 게임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진정한 인간은 누구인가, ‘니어’ 계승한 진중한 세계관
‘니어: 오토마타’는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파괴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살아남은 인류는 외계인을 피해 달로 피신하고, 지구에는 외계인의 병기인 ‘기계 생명체’가 지배하게 된다. 궁지에 몰린 인류는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병사를 파견한다. 주인공 ‘2B’와 ‘9S’는 신형 안드로이드 ‘요르하’ 부대의 일원으로, ‘제14차 기계 전쟁’을 끝내기 위해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연상케 한다. 게임의 주 무대가 되는 폐허 도시, 유원지, 사막 지대 등은 인류가 살았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지만 건물은 여기저기 파괴되었고, 금속은 녹슬어 있다. 식물도 엉망으로 자라 관리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인류 문명이 파괴되었다는 세계관에 딱 맞는 모습이다. 눈으로 보이는 세계 묘사는 흠잡을 곳이 없다.
▲ 그야말로 완벽한 폐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런 세계에 전작 ‘니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니어’ 줄거리는 인간의 혼과 육체를 분리하여 보관하는 ‘게슈탈트 계획’이 중심이다. 영혼은 ‘게슈탈트’가 되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남은 육체는 복제하여 전투의 도구 ‘레플리칸트’로 쓰는 것이다. 인류는 이를 통해 괴물과의 전쟁을 안전하게 수행하고, 이후 평화가 찾아오면 영혼과 육체를 합쳐 인간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복제된 육체에 새로운 인격이 깃들며 재앙이 시작된다. 분리된 영혼은 인간으로 돌아가려 하나, 이미 육체는 독자적인 인격을 지닌 존재가 된 것이다. ‘니어’에서는 누가 진정한 인간이냐는 질문과 함께, 소통할 수 없던 두 존재가 빚어낸 비극을 중심으로 삼았다.
▲ '니어' 세계관에 대한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니어: 오토마타’는 플레이어가 인간,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적으로 등장하는 기계 생명체는 인간을 닮고 싶어 한다. 깡통 로봇처럼 생긴 기계 생명체는 성행위를 흉내 내거나, 일부는 왕국이나 종교를 만들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기도 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아담’과 ‘이브’는 속옷을 입거나 책을 읽으며, 인간을 이해하려 한다. 이 밖에도 주인공 일행이 너무 강하자 겁을 집어먹고 도망치거나,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하는 기계 생명체도 있다. 그러다 보니 기계 생명체가 더욱 인간성을 지닌 것처럼 보이고, 정말 이 전쟁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특히 인간과 외계인을 위해 대리 전쟁을 하는 '안드로이드와 기계 생명체'의 인간성에 대한 고뇌를 다루지만, 그 주체가 되는 인류와 외계인은 게임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게임의 전체 스토리에 대해서도 몰입이 된다.
▲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를 돌보는가 하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소름끼치는 광신도의 모습까지 보이는 기계 생명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퍼즐 맞추는 ‘멀티 엔딩’의 재미
이처럼 ‘니어: 오토마타’는 훌륭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지녔다. 여기에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멀티 엔딩’이 스토리텔링의 폭을 넓혔다.
여타 게임의 멀티 엔딩은 어떤 선택지를 골랐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결말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분기를 나누는 선택지가 등장하는 지점까지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니어: 오토마타’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일단 게임 중에 분기를 선택하는 과정이 없다. 2회차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2번째 엔딩을 보게 되는 것이다. 대신 2회차에서는 그간 몰랐던 비화나 설정, 각종 ‘떡밥’을 노출한다. 따라서 엔딩을 볼수록 플레이어는 더욱더 호기심을 느끼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3회차, 4회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대단원을 장식하는 진 엔딩을 통해, 퍼즐 조각을 맞춰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쾌감을 받게 된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더라도 쉽게 질리지 않도록 만드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먼저 회차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주인공 캐릭터가 바뀐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1회차의 주인공은 전투에 특화된 ‘2B’다. 플레이어는 ‘2B’를 조작하면서 화려한 액션을 맛볼 수 있다.
▲ 1회차의 엔딩이 이렇다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후 진행되는 2회차는 1회차에서 ‘2B’를 돕는 AI 동료로 활약한 ‘9S’가 주인공이 된다. 진행되는 이야기는 ‘9S’의 시점으로 바뀌었을 뿐,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9S’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임무에서 있었던 일, 해킹을 통해 알아낸 기밀 정보 등, 1회차에서 알지 못했던 사건들이 등장하며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 '9S' 시점의 2회차 엔딩의 모습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밖에도 짧은 서브 엔딩이 다수 준비됐다. 게임상에서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짧은 메시지와 함께 황당한 죽음, 혹은 세계 멸망을 맞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바로 ‘전갱이’를 먹었을 때 볼 수 있는 ‘aji wo [K]utta’ 엔딩인데, 그간 감정을 절제하던 안드로이드가 생선을 먹고 “과연 맛있군. 인류가 식용으로 삼았던 것도 수긍이 간다”며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외에도 프롤로그에서 사망하거나 기계 생명체의 기습을 무시하는 등, 갖가지 상황에서 서브 엔딩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서브 엔딩은 분량이 짧아 게임의 맥을 끊지도 않고, 마치 ‘트로피’를 모으는 것처럼 은근히 수집욕을 자극하는 면도 있다.
▲ 4줄로 끝나는 엔딩이지만 파급력은 상당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액션, 호불호 갈리는 슈팅
기계 생명체와의 전쟁이 스토리의 핵심 사건인 만큼, 게임에서 전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에 ‘니어: 오토마타’는 여타 액션게임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화려한 액션을 더해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다.
‘니어: 오토마타’의 액션을 담당한 것은 ‘데빌 메이 크라이’, ‘베요네타’ 등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플래티넘 게임즈다. 그 내공을 십분 발휘한 액션은 흠잡을 곳이 없다. 어떤 무기를 장비했느냐에 따라 다양한 파생 공격을 선보일 수 있다. 또한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했을 때는 분신이 생기는 화려한 연출과 함께 강력한 카운터 어택이 가능하다. 이처럼 조작하는 재미가 확실해 게임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다.
▲ '니어: 오토마타'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독특한 카메라 워크가 색다른 맛을 부여한다. 기본적으로는 여느 액션 게임처럼 백뷰 시점으로, 자유롭게 카메라를 움직이며 액션을 펼친다. 그런데 특정 구간에서는 2D 횡스크롤 게임처럼 사이드뷰가 고정되는가 하면, 슈팅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탑뷰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가 액션이 뻔해지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조작하는 재미도 한층 더 높여준다.
▲ 2D 횡스크롤 액션게임 '니어: 오토마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섭섭할까봐 탑뷰도 넣엇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호불호가 갈릴 부분도 있다. 보스를 상대하는 주요 전투에서 총알을 난사하며 적의 탄막을 피하는 ‘슈팅게임’ 다운 부분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콘솔의 특성상, 빠르게 이동하며 총을 조준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폭탄’ 역할을 하는 특수 기술과 판정이 넉넉한 회피기가 주어지지만, 다소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 흔한 2017년의 액션 RPG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적 기계를 해킹하는 미니게임도 슈팅게임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해킹이 전문 분야인 ‘9S’를 플레이할 때는 화려한 액션보다 슈팅게임을 더 많이 하기도 한다. ‘제비우스’나 ‘1942’, ‘동방 프로젝트’ 같은 슈팅게임에서 화면을 수놓는 탄막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면, 액션과 슈팅을 전부 갖춘 ‘니어: 오토마타’는 종합선물세트다. 하지만 ‘데빌 메이 크라이’와 같은 통쾌한 콤보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공산이 크다.
▲ 인류의 영광을 위하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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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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