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배틀게임(TCG, CCG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르다. ‘매직 더 개더링’을 지나 ‘유희왕’까지 다양한 방식의 카드게임이 나왔고 독자적인 팬 층을 형성해왔지만, 일반 게이머들은 그 IP는 익히 알지만 마니악한 게임성으로 인해 차마 제대로 즐기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하스스톤’이 카드배틀게임 업계에 세운 공은 크다. '하스스톤'은 7,000만 유저와 연 매출 5천 억 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카드배틀게임의 대중화를 이룩했다. 비록 덱 구축에 따르는 과금, 승패에 직결되는 랜덤요소 등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도 있지만, 그 업적만큼은 인정해야 하겠다.
▲'아티팩트'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아티팩트' 공식 유튜브)
그리고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하스스톤’의 아성에 도전하는 카드게임들이 연이어 찾아오고 있다.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와 ‘궨트: 더 위처 카드게임’, ‘아티팩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중 지난 11월 28일 출시된 '아티팩트'는 밸브 '도타' IP를 바탕으로 TCG의 아버지 ‘리처드 가필드’가 만든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AOS 게임성을 CCG 내에 녹여냈다는 점이 전해지며 AOS 게이머들의 관심도 모았다. 과연 '아티팩트'는 ‘하스스톤’의 뒤를 잇는 흥행작이 될 수 있을까?
TCG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AOS
‘아티팩트’의 첫인상은 마치 '도타2'를 카드게임으로 플레이 하는 듯 했다. 탑, 미드. 봇 라인처럼 좌우로 펼쳐진 3개의 '전선'을 순차적으로 옮겨가며 카드 배틀을 진행한다. AOS에 익숙한 유저라면 낯 익은 풍경에 금세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
▲ AOS장르처럼 3개의 전선을 넘나들며 카드배틀을 벌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덱’에서 꺼낸 ‘패’를 전선에 배치한 후 턴을 종료하면, 맞은편에 있는 상대카드와 부딪힌다. 마주 놓인 카드는 공격력, 방어력, 체력 수치를 비롯한 고유 능력과 효과에 따라 서로 피해를 주거나 제거한다. 반대편에 카드가 없을 경우엔, 상대방의 ‘포탑’을 직접 타격한다.
즉, 카드마다 공격할 대상을 따로 지정하는 것이 아닌, 바로 앞에 있는 카드를 고정으로 공격하는 시스템이다. 마치 체스에서 전체 말을 '록'으로 바꾸어 플레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 '록'마다 고유의 능력치와 효과를 가졌다는 점이 차이다.
▲ 상대방 포탑 둘을 먼저 부수거나, 하나를 연속으로 파괴하면 승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승리조건은 체력 40의 '포탑' 2개를 먼저 부수거나, '포탑'을 파괴한 후 나타나는 체력 80 '고대의 요새'를 연속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AOS 라인전처럼, 하나의 전선을 내주되 나머지 두 개를 취하거나, 포탑 둘을 모두 방어하며 하나의 포탑만 연속으로 파괴하는 등 카드게임과 AOS를 함께 공략하는 듯한 독특한 전략플레이를 유도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무작위로 전선에 '영웅'과 '크립'이 배치된다. '영웅'은 빨강, 초록, 파랑, 검정색으로 구분되는 각 세력을 대표하고 고유의 능력을 갖고 있다. 만약 경기 중 전사할 경우, '분수'로 일정시간 보내졌다가 부활한다. '크립'은 무색 혹은 영웅처럼 색에 따른 고유 능력을 지녀, 붉은 세력의 크립은 붉은 영웅이 있는 전선에만 배치될 수 있다. 또한 유닛 카드 이외에 ‘강화카드’를 통해 전선마다 특수효과를 부여할 수 있으며, ‘마법카드’로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장비카드’는 영웅에게 장착시키면 추가 공격력이나 방어력 등을 얻을 수 있다.
▲ 같은 색의 영웅과 크립 카드를 전선에 배치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는 전선 하나마다 20초 내외로 여러 번의 턴을 주고 받으며 동작을 수행한다. 라운드마다 추가되는 ‘마나’를 소모하며 영웅과 크립을 소환하거나, 각종 효과를 적용시키며 모든 행동을 마친다. 그러면 모든 카드가 서로 부딪히며 공격을 주고 받으며, 해당 전선의 전투는 종료된다.
3개의 전선 모두 전투가 종료되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그 때, 각 플레이어는 상대방 크립과 영웅을 제거하여 얻은 골드를 바탕으로 '상점구매'를 통해 아이템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과정 역시 도타의 라인전을 마치고 상점에서 정비를 마친 후 전장으로 복귀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 획득한 금화를 바탕으로 라운드 종료마다 아이템 카드 구매(사진: 게임메카 촬영)
라운드가 계속 되는 한 마나는 무한정으로 증가하며, 전선에 배치할 수 있는 카드의 수에도 제한이 없다. 또한 덱에서 뽑아 자신의 '패'에 보유할 수 있는 카드의 갯수도 무제한이다. 그리하여 다수의 유닛을 전선에 배치하면 체력이 80에 달하는 고대의 요새도 100이 넘는 대미지로 단번에 함락시킬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수의 패, 유닛, 마나를 사용하며, 3개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지휘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 게임의 핵심 재미다. 규모적 측면에선 다른 카드게임에 비해 압도적이다.
보다 큰 스케일과 복잡한 게임성
'아티팩트' 한 게임을 하는 시간 동안, 기자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해야 했다. 패에 넣을 카드 수, 전선에 배치할 유닛, 죽어도 부활하는 영웅들의 시간... 심지어 싸움은 3개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진다. 그렇게 경기를 끝까지 진행하니, 평균 3-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지만 한 전선에서 여러 턴을 주고 받으며, 전선을 넘나들며 연속적인 판단을 내리다 보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작은 흐름들이 모여 큰 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랄까.
또 하나의 특징은 플레이어 간 턴을 규칙적으로 주고 받는 것 뿐이 아닌, 주도권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 행동에 따라, 다음 턴의 선공이 결정되기에, 계산과 함께 유리한 국면을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타 카드게임과 차별화되는 ‘아티팩트’만의 차별화된 시스템이다.
그 사이사이 플레이어를 배려한 장치들이 돋보였다. 적이 사용한 카드, 필드에 소환된 유닛의 상세정보를 확인하는 기능과 '전투 미리보기'를 통해 유닛들과 포탑이 입을 대미지를 미리 표시해주는 점은 아주 편리했다. 적어도 계산 실수로 영웅을 잃거나 게임오버를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 '도타2'의 임프들과 함께 매 라운드를 진행한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사이트)
게임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는 ‘도타2’ 스킨과 유사하다. 강을 사이에 두고 각자 필드에 카드를 내놓는 설정이며, 파란 임프 '룩스'와 빨간 임프 '녹스'가 플레이어를 보좌한다. 전선을 넘나들고, 카드가 충돌하는 등 나름의 타격감도 잘 구현했다. 전체적으로 '도타' 세계관은 잘 살렸고 앞으로의 전개도 기대되지만, 국내에서 '도타' IP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다.
과금과 긴 플레이타임의 진입장벽
반면 의문을 품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다. 먼저 랜덤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선발영웅과 크립이 랜덤으로 배치되고, 매 턴 영웅의 등장여부와 크립의 배치 역시 무작위다. 이후 영웅을 특정 레인에 소환시킬 때, 카드 위치도 조작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앞에 있는 유닛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플레이어의 선택권을 상당히 좁힌다는 느낌이다. '하스스톤'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가 높은 랜덤 요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긍정적인 측면은 아니다.
▲ '아티팩트'구매 시 증정하는 시작 아이템 번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출시 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과금요소 역시 문제다. 게임 패키지를 2만 5,000원에 구매한 후 스타터 팩을 뜯어 덱을 구성하고 나면, 이후 손에는 추가카드 구매를 위한 인게임 머니가 없다. 추가카드를 얻으려면 티켓을 통한 특정 모드에서 연승을 거둬 카드팩을 획득하거나, 현금 구매를 해야 한다. 즉, 일정 난이도의 조건을 연속으로 달성하지 못하면 새로운 카드를 얻기 힘들어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셈이다. 스팀장터를 통해 TCG 장르답게 유저간 카드 교환으로 덱 구성에 관한 활발한 교류활동이 가능한 건 장점이지만, 지나친 과금 유도는 아쉽다.
또한 세 가지 전선을 오가며 수 라운드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히 플레이타임이 길어지게 되고, 전략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러한 점들은 ‘아티팩트’의 대중적인 흥행에 도움이 되진 않을 듯하다. 또한, 앞서 얘기했다시피 ‘도타’IP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IP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3일 현재 ‘아티팩트’에 대한 스팀평가는 ‘복합적’이다. 사실 서비스 초반에 게임이 좋다 나쁘다를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티팩트’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게임이다. 분명한 것은, 여타 카드게임과 차별점이 분명하기에 플레이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는 점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과금 시스템과 랜덤 요소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얼마나 적절히 풀어나갈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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