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명탐정 피카츄'가 드디어 개봉했다. 평단이나 시사회 반응을 보니 포켓몬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라는 평이다. 하지만, 이 영화도 개봉 전에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포켓몬들의 모습으로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심지어는 과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철권' 처럼 게임 원작 영화의 안 좋은 사례로 남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는 비단 '명탐정 피카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봉 예정되어 있거나 제작이 발표된 게임 원작 영화들 중 몇몇 작품의 경우는 극장에 걸리기 한참 전부터 괴상한 영상과 안 좋은 소식으로 팬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순정남 주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임 원작 영화 개봉 예정작 TOP 5를 골라봤다.
TOP 5. 춤으로 세상을 구하고 말겠다, DDR
보통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고 하면, '워크래프트' 처럼 방대하면서도 멋진 스토리를 갖추고 있거나 '명탐정 피카츄'처럼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나미의 리듬게임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하 DDR)'은 스토리나 캐릭터 없이도 영화화가 결정이 됐다. 아직 기획단계에 있지만 프로듀서와 연출도 모두 결정됐으니 배우만 결정되면 바로 촬영에 돌입해도 될 만큼 착실하게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근데 이 영화, 줄거리가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위기에 처한 세계를 춤으로 구한다는 내용인데, 이걸 들은 게이머들은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스토리가 없는 게임에 세상의 위기라는 무리수 설정을 끼워 넣었으니 당연히 어처구니 없을 수 밖에. 게다가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는데 화살표 모양의 발판 4개 위에서 춤을 춘다고 세상이 구해질 리 있겠는가?
TOP 4. 둠가이도 없고 악마도 없는 둠, 둠: 어나힐레이션
지난 3월, '둠' 팬들을 좌절하게 만든 세 장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됐다. '둠'의 새로운 영화인 '둠: 어나힐레이션' 스틸컷이었는데, 이 장면엔 둠가이는 커녕 악마조차도 담겨있지 않았던 것이다. 시리즈 중에서 손꼽히는 명작인 '둠 3'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둠가이가 아니라 여성 병사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서 무시무시하게 생긴 악마가 아니라 허약해 보이는 좀비가 등장했으니 팬들의 분노도 이해할 만 하다.
이틀 뒤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자 반응은 더욱 악화됐다. 영상 속 어디에도 둠가이는 없었으며 여전히 악마대신 좀비가 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9일 기준 '좋아요'가 3,400개인데 비해 '싫어요'는 6만 9,000개에 달한다. 댓글 반응도 더할 나위 없이 신랄한데, 한 유저는 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2005년의 '둠' 영화가 더 낫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원작 개발사 이드 소프트웨어 또한 공식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영화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완벽히 선을 그은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해당 영화는 극장 개봉용이 아니라 DVD와 IPTV로만 출시된다는 사실이다.
TOP 3. 벌써 몇 번째 감독 교체야? 언차티드
'언차티드' 시리즈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법한 게임으로 항상 언급되던 작품이다. 실제로 2편이 출시됐던 2009년에 이미 제작에 돌입했을 만큼 할리우드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제작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촬영은 커녕 제작진 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팬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다. 무려 5번에 걸친 감독 교체와 그때마다 각본을 다시 작성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지금까지 쭉 표류해온 것이다.
그나마 작년엔 '박물관은 살아있다'로 유명한 숀 레비 감독이 곧 촬영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과 동시에 '스파이더맨: 홈커밍'으로 유명한 톰 홀랜드가 어린 네이선 드레이크를 연기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며 다시 한 번 팬들의 기대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 기대는 숀 레비 감독이 갑작스레 하차를 결정하며 4개월 만에 무참히 박살나게 된다. 현재는 '클로버 필드 10번지'를 감독했던 댄 트라첸버그가 메가폰을 잡으며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미 팬들의 기대는 떠난 상태라는 게 문제다.
TOP 2. 배우는 맘에 드는데 스토리가... 몬스터 헌터
'몬스터 헌터' 영화는 2016년 도쿄 게임쇼에서 처음 제작 소식을 알린 이후 별 어려움 없이 꾸준히 잘 만들어지고 있었다. 감독과 출연진도 상당히 화려한데, '레지던트 이블' 영화로 유명한 '폴 W.S 앤더슨' 감독부터 감독의 부인인 밀라 요보비치, 험상궂은 외모 덕에 걸어 다니는 특수효과라고 불리는 론 펄먼, 심지어는 '옹박'의 토니 쟈까지 출연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착실히 영화가 만들어지며 유저들의 기대가 하늘을 찔러가는 와중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만다. 바로 영화의 줄거리가 공개된 것이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본래 분리돼 있어야 할 현대와 '몬스터 헌터'의 세계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이어지면서 UN군의 리더인 '나탈리 아르테미스(밀라 요보비치)'가 '헌터(토나 쟈)'와 함께 두 세계를 넘나들며 세상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대충 봐도 정신 사나운 스토리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고맙게도 영화사는 이 황당한 설정을 못 믿는 사람들이 있을 까봐 용이 공항에서 불을 뿜고 있는 스틸컷까지 공개해 유저들의 아픈 마음을 확인사살 했다. 촬영은 이미 끝났으며, 영화는 편집만을 남겨둔 상황. 이쯤 되니 대체 이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오히려 궁금해 진다
TOP 1. 음속왕 소복동(SBD), 소닉 더 헤지혹
'소닉'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이 나오자 팬들은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게임업계에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인 취급 받는 시리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 꿈은 스틸컷 한 장에 일장춘몽이 되어 버렸다. 고슴도치 주제에 복슬복슬한 털이 있질 않나, 이빨도 사람 이빨을 하고 있고 손에 장갑도 안 끼고 있었다. 어떻게 봐도 사람을 따라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색한 모습에 다들 당황하고 있던 그 때, 뒤이어 공개된 예고편은 더욱 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예고편에 등장한 소닉은 애석하게도 스틸컷에서 공개됐던 어색한 모습 그대로였다. 어색하다 못해 끔찍한 소닉과 달리 짐 캐리가 연기한 에그맨은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9일 기준 유튜브 영상의 35만의 '좋아요'와 그 두 배 가까이 달하는 63만의 '싫어요'가 찍혀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난 그만하고 이제 제대로 된 소닉을 보여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중이다. 한국 팬들 사이에선 전설의 한국 영화인 '자전차왕 엄복동'에 빗대어 '고슴도치왕 소복동', '음속왕 소복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있다.
반응이 너무나 살벌했는지라 감독을 맡은 제프 파울러는 소닉의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개봉을 6개월 앞둔 영화가 제대로 된 디자인 수정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금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 개봉을 미루더라도 소닉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긴 한다. 부디 수정된 소닉은 '명탐정 피카츄'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주길 기대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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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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