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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가 택한 퓨저는 음악으로 하는 마인크래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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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자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리듬 게임 장인으로 유명한 북미 개발사 하모닉스와 손을 잡았다는 소식은 업계와 게이머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엔씨소프트는 전통적으로 RPG 강자이며 서양에서 성공시킨 대표작도 MMORPG 길드워 2였다. 이러한 엔씨소프트가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게임으로 리듬 게임을 골랐다는 점은 다소 실험적인 시도로 보였다.

여기에 공개된 게임도 기존 리듬 게임과는 다르다. 하모닉스 대표작은 락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락밴드와 춤과 노래를 함께 즐기는 댄스 센트럴이다. 그런데 올해 2월에 공개한 신작은 앞선 두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소재를 잡았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여러 비트와 소리를 섞어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내는 디제잉이다.

게임 이름은 ‘퓨저(FUSER’)’이며 2월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PAX EAST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보컬, 베이스, 악기 등 원하는 소리를 섞고, 얹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이를 많은 관중 앞에서 선보이는 DJ가 되어볼 수 있는 리듬 게임이다. 올해 가을에 북미와 유럽에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될 예정이다.

▲ 퓨저 공식 발표 트레일러 (영상제공: 엔씨소프트)

전체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퓨저는 음악으로 하는 마인크래프트와 같다. 보통 리듬 게임은 정해진 노트를 얼마나 정확하게 처리하느냐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악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도 연주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퓨저에는 노트가 없다. 대신 블록처럼 갖고 놀 수 있는 100종 이상의 사운드 트랙이 있다. 게임 속 노래를 이리저리 섞으며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내가 열심히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다. 음악을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즐기는 샌드박스적인 요소를 리듬 게임에 접목한 것이 퓨저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모닉스가 디제잉을 소재로 한 게임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에 드롭믹스라는 다소 실험적인 게임을 낸 적이 있다. 각기 다른 노래가 담긴 실제 카드와 최대 5장까지 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전용 보드로 구성됐다. 보드를 폰에 연동하고, 원하는 카드를 보드에 올려서 음악을 믹스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드롭믹스에서 영감을 얻어 퓨저를 만들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엔씨소프트는 서양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리듬 게임을 골랐을까? 게임메카는 하모닉스 다니엘 서스만(Daniel Sussman) 프로젝트 디렉터와 엔씨웨스트 조 브리스보이스(Joe Brisbois) 책임 프로듀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해 들어봤다.

엔씨웨스트 조 브리스보이스 책임 프로듀서(좌)와 하모닉스 다니엘 서스만 프로젝트 디렉터(우)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 엔씨웨스트 조 브리스보이스 책임 프로듀서(좌)와 하모닉스 다니엘 서스만 프로젝트 디렉터(우)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먼저 게임 이름을 퓨저라고 지은 이유와 어떤 뜻을 담았는지 궁금하다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라는 타이틀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음악적 요소를 ‘융합하다’는 뜻을 지닌 ‘퓨즈(Fuse)’에서 비롯됐다.

퓨저는 디제잉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정해진 노트를 치며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음악을 섞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앞세웠다. 이러한 리듬게임은 많지 않은데 만들어보자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락밴드나 댄스 센트럴 같은 게임은 출시 당시를 대표하는 음악 문화를 즐기는 것에 집중했다. 퓨저 역시 마찬가지다. 퓨저는 최근 유행하는 페스티벌 문화, 디제잉 문화는 물론, 그 어느 때보다 장르 융합이 활발한 음악산업 전반을 즐기는데 집중했다. 유저 관점에서 봤을 때, 퓨저는 현재 음악 문화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올라 디제잉 머신을 다루고, 관중들을 음악에 뛰고 열광하게 하는 문화 말이다.

▲ 공연장처럼 꾸민 PAX EAST 퓨저 부스 현장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퓨저 전에 카드를 사용해 음악을 믹싱하는 드롭믹스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드롭믹스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퓨저를 만들었나?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드롭믹스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퓨저가 탄생한 주요 배경이다. 다만 드롭믹스는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음악을 사용해 게임 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물론, 플레이를 통해 새롭고 흥미로운 믹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음악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크지 않았다. 반면 퓨저는 음악이 게임의 전부가 되기를 원했다.

퓨저 핵심은 여러 음악을 섞어서 나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면 게임에서 쓸 수 있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지, 음악을 얼마나 자유롭게 섞을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에는 100개 이상의 곡이 수록될 예정으로, 지금까지 하모닉스가 출시한 게임들 중 가장 사운드트랙이 많은 게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음악 수가 많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전혀 다른 스타일에, 완전히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곡을 정말 조화롭게 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다양성을 고려하며, 멋진 베이스라인, 돋보이는 솔로, 귀에 꽂히는 가사 등 상징적인 파트를 가진 곡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면 PAX EAST 당시 공개한 목록 외에 게임에 어떤 노래가 담기는지, 하모닉스 자체 제작곡도 들어가는지 알고 싶다.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면서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요소를 지닌 곡 다수가 담긴다. 아울러 하모닉스가 만든 오리지널 곡과 함께 회사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곡도 포함된다. 다만 아직은 어떤 음악이 들어가는지 공개하기 어려우며 출시일이 다가오면 발표할 예정이다.

▲ PAX EAST 당시 공개된 수록곡 (사진제공: 엔씨소프트)

리듬게임은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속사포처럼 떨어지는 노트를 리듬에 맞게 처리해야 되기에 손을 많이 타고, 초보자가 진입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다. 퓨저의 경우 노트 압박이 없어서 기존 리듬게임보다는 쉬울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그러한가?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 역시 캠페인 모드를 플레이 할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단, 기존 리듬게임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락밴드는 처리해야 하는 노트 수를 늘리는 식으로 난이도를 올렸다면, 퓨저는 곡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어야 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높인다.

보통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적절한 가이드가 없으면 유저들이 초반에 헤맨다. 퓨저도 음악을 섞어서 새 음악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 음악적인 감각이 없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알려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음악과 친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UI(User Interface) 요소와 튜토리얼에 공을 들였다. 아울러 퓨저의 믹싱 기술을 바탕으로 리듬감이 부족한 유저도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퓨저 게임플레이 영상 (영상제공: 엔씨소프트)

퓨저에는 내가 만든 음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기능이 있다. 왜 소셜 기능을 넣었고, 이를 통해 개발진이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게임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며 얻은 성과나 샌드박스 게임에서 만든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퓨저도 이러한 공유를 독려하고자 했다. 직접 믹싱한 음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스스로 만든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리듬 게임에서 사운드와 함께 중요한 부분은 비주얼이다. 특히 퓨저는 많은 관객 앞에서 음악을 선보이는 DJ가 되어볼 수 있는 게임이다. 음악도 좋지만 멋진 공연장에, 힙한 옷을 입고 공연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러한 부분은 어떤 풍으로 만들었나?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는 가상의 음악 페스티벌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공연 현장 분위기와 미적 요소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아울러 하모닉스 직원들은 라이브 공연에 익숙하고 조예가 깊다. 팀 내에는 다양한 장르와 음악 문화를 대표하는 여러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고 이와 같은 경험을 게임에 그대로 반영했다.

리듬게임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디제잉을 다루는 퓨저를 어떤 게임이라 생각할까?

다니엘 서스만 프로덱트 디렉터: 퓨저는 판타지적인 게임이다. 기타 연주를 흉내 내며 자라온 세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세대는 디제잉 문화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울러 요즘에는 락밴드에 DJ가 참여하거나,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이 샘플용으로 곡을 쓰거나, 서로 다른 장르를 융합해 전통적인 음악 영역을 탈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수십억 개에 이르는 곡을 한 곳에서 들을 수 있고, 음악 팬들은 어느 때보다 일렉트로닉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퓨저가 전세계 모든 리듬게임 팬들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제작진은 퓨저가 기존 리듬 게임 공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적인 전문성(technical proficiency)과 창의적 자유도(creative freedom),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 예상하며, 이를 통해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자유롭게 음악을 섞는데 집중한 프리스티일 모드 플레이 영상 (영상제공: 엔씨소프트)

엔씨웨스트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퓨저를 고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 브리스보이스 책임 프로듀서: 하모닉스는 그간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어오며 준수한 성과와 기록을 쌓아온 바 있다. 아울러 하모닉스의 게임은 흥행작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유저들이 음악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공유 엔터테인먼트 경험(shared entertainment experience)을 제공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엔씨웨스트에서 리듬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소 실험적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퓨저의 어떤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나?

조 브리스보이스 책임 프로듀서: 하모닉스처럼 오랜 기간 창의적인 발상과 유니크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개발사는 거의 없다. 그 중심에는 음악을 플레이하는 즐거움과 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고자 하는 독자적인 철학이 있고, 퓨저는 그 중심에 있다. 아울러 하모닉스의 열정과 혁신은 엔씨소프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엔씨소프트는 콘솔, 크로스 플레이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 새로운 형태의 게임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퍼블리셔로 자리잡기 위해 진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해외 진출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여기에 퓨저는 어떠한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조 브리스보이스 책임 프로듀서: 퓨저는 처음부터 글로벌 게임으로 설계됐다. 게임을 위해 선택한 노래부터, 유저에게 제공될 멀티플레이, 소셜 모드까지. 이 모든 게임 디자인은 모든 유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엔씨와 하모닉스가 함께 설계한 결과물이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아주 훌륭한 매개체다. 모든 글로벌 유저들이 게임 안은 물론 SNS 채널에서까지 퓨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데 모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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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저 2020년 하반기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리듬액션
제작사
하모닉스뮤직시스템즈
게임소개
퓨저는 가상의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서 다양한 음악을 믹스해 공연하는 게임이다. 원하는 장르를 고르고, 보컬, 베이스 라인, 악기 사운드 등을 믹스해 나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미션을 진행하며 새로운 스킬과 콘...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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