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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사후관리 하는 게임위가 '왜' 정책연구소 만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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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올해 3월 게임 정책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소를 만들었다. 정부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특이한 일은 아니고, 국내에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나 한국천문연구원처럼 정책연구를 맡은 연구기관이 있다. 그러나 게임위에 갑자기 나타난 ‘정책연구소’에 업계에서는 큰 의문을 가지고 있다. 게임 정책을 연구할 수는 있는데 왜 그 연구소가 하필 게임위에 있냐는 것이다.

보통 정책을 생각하면 규제도 있지만 진흥도 있다. 그런데 게임위가 그간 해온 일은 심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게임 등급분류와 법에 맞지 않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를 적발하거나 게임 이용자 고충을 해결하는 사후관리다.

때문에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게임위는 규제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가운데 게임위가 정책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부서를 만든다고 하니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걱정이 많다.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기존 규제가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등이다. 아울러 게임산업 진흥은 게임위가 해온 일이 아닌데 새로 기관을 만들지 않고 왜 게임위 안에 두었는지도 궁금증으로 떠올랐다.

▲ 작년 1월에 열린 게임위 신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게임위에 관련된 키워드를 모아놓은 자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론부터 말하면 게임위에 새로 생긴 정책연구소는 기관이 그간 해온 사후관리와 등급분류, 게임 이용자 보호에 대한 연구와 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존 정책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게임산업 진흥은 게임위가 맡은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 확장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 역시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기관 설립목적이나 업무와 관련된 부분을 연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 대상이 등급분류, 사후관리, 이용자 보호라면 이 정책을 전문적으로 해온 게임위에 정책연구소가 생기는 것이 맞다. 아울러 게임법에는 게임위가 업무에 필요한 정책연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가지치기하고 싶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게임위가 정책연구소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 개선에 쓸 자료와 데이터를 모으는 것, 또 하나는 업계가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서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불필요한 정책을 없애거나, 변화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필요 없는지, 업계 변화에 맞지 않는 정책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국내에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은 없었고, 필요한 자료도 뿔뿔이 흩어져서 찾기 어렵다. 이에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연구해 마련해보는 정책연구소를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연구소는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정책연구소는 이름은 연구소지만 정확히 말하면 게임위 신설부서에 가깝고, 현재 인원은 총 6명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정책연구소는 기존 인력 중 정책을 담당한 이력과 이해도 등을 고려하여 소장 포함 6명으로 구성하였으며, 박사·석사 학위를 가진 인원들을 우선 배치했다. 또한 전문인력(변호사) 1명을 추가적으로 채용하여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첫 목표가 사후관리, 등급분류 정책을 다듬는 것이기에 이를 다뤄온 직원을 정책연구소에 배치한 것이다.

다만 정책연구소는 연구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정책을 제안하거나 고쳐야 할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데이터 분석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게임업계나 이용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은 “연구소 목적이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전문인력에 대한 충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예산과 인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책연구소 신설에 대해 문체부에서 새로 배정한 예산은 1억 6,700만 원이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위원회 자체 예산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정책연구소는 게임위 업무에 관련한 정책연구를 우선으로 진행하는 신설부서다 (사진제공: 게임위)

이렇게 구성한 정책연구소가 처음으로 하는 일은 앞으로 정책 마련에 필요한 데이터와 자료를 모으는 기초연구다. 조사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다.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몇 시간 이용하는지,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 선호하는 유형은 무엇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등급분류제도와 사후관리제도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파악한다. 마지막은 기존 제도가 얼마나 필요한지, 고칠 부분은 없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모은다.

이렇게 나온 결과를 게임위 내부 전문가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게임통합정책자문단이 함께 검토해 무엇을 고칠지를 도출하고, 주무부처와 협의해 정책을 다듬는다. 자문단 주 역할은 의사결정이다. 이재홍 위원장은 “분기별로 위원회 정책 방향, 역할 설정, 게임관련 현안 등에 대해 토의하는 정기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그밖에 각종 연구결과나 조사·연구가 필요한 안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책연구소가 제안할 정책 방향을 자문단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문단이 어떠한 사람으로 구성되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른다. 이재홍 위원장은 “대략 15~20명 내외로 콘텐츠 관련 또는 행정, 정책 전공 교수, 학자 및 법률가 등 전문성과 통찰력을 겸비한 분들과 함께하고자 다양한 협·단체의 추천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자문단 구성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전체 명단을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 덧붙였다.

이재홍 위원장은 게임위 정책연구소에 대한 업계 우려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활동하는 목적이 규제 강화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려처럼 불편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라며 “구체적으로 정책이 목적에 맞는지, 수단은 적합한지, 과도한 규제는 아닌지, 역차별 등의 문제가 있는지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고민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정책연구소는 게임위에서 독립할 수 있을까?

▲ 게임 정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사진: 픽사베이)

정리하자면 게임위 정책연구소는 등급분류, 사후관리 관련 정책을 우선적으로 연구하는 신설 조직이다. 정책연구소에서 조사한 연구를 내부에서 검토한다. 여기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 자문단이 결정을 내리면 이를 주무부처와 협의해서 필요한 정책을 만들거나, 개선하는 순으로 전개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게임위에 새로 생긴 정책연구소는 게임산업이나 업계에 대한 진흥을 다루지 않는다. 이는 애초에 게임위가 하는 업무가 아니었고,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존에 했던 등급분류나 사후관리, 이용자 보호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다듬는 것이다. 그 결과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나 업계에서는 아직 걱정이 남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간 게임 정책은 객관적인 자료나 연구 없이 너무 성급하게 나오는 면도 있었다. 시행된 지 10년이 다 되도록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셧다운제가 대표적인 예다. 규제가 나올 때 나오더라도 업계에서도 납득할만한 자료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면 마구잡이로 규제가 남발되는 것보다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는 있다.

여기에 먼 일이지만 정책연구소가 게임위에서 분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홍 위원장은 “연구소에 대한 필요성이나 확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독립과 신설이 이뤄진다면 환영할 일이라 생각한다”라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정책연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다. 이처럼 한국게임연구원(가칭)으로 가능성을 확장하여, 게임 기술, 산업,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조사연구와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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