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규모 면에서는 지금이겠지만, 일각에서는 명작 모바일게임이 쏟아지던 2000년대 중후반을 꼽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 당시 게임이 깔려있는 피처폰이 고가로 중고에 거래되는 현상 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이 당시 게임을 그리워하는 유저가 많다.
지난 16일,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가디언 테일즈'는 그때 그 시절 감성을 최신 감성으로 멋지게 변주한 작품이다. 탑뷰 시점의 도트 그래픽, 퍼즐 요소가 가미된 깊이 있는 맵 구성, 훌륭한 타격감과 액션 등, 과거 영웅서기나 제노니아 같은 피처폰 액션 RPG에서 맡을 수 있었던 향취가 가득 담겨있다.
젤다의 전설에 수집형 RPG가 더해지면?
가디언 테일즈는 신참 기사와 망국의 공주가 전설의 검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켄터베리 왕국의 신입 기사가 되어 인베이더 군단의 침략에서 살아남아 어린 공주를 지키고 왕국을 위기로부터 구해내야 한다.
줄거리 전반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가디언 테일즈는 젤다의 전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도 2D 버전 젤다의 전설과 많이 닮아있다. 탑뷰 시점과 칼과 활이 기본무기라는 점, 기물을 옮기고 횃불에 불을 붙여가며 해결하는 각종 퍼즐 등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여기에 수집형 게임의 요소를 더해 각종 캐릭터를 모으고 파티를 꾸려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는 단순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교한 맵디자인과 놀라운 액션성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최근에 출시되는 수집형 게임의 또 다른 버전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플레이해보면 여타 게임과는 다르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일단 가디언 테일즈는 다른 모바일게임이나 액션 RPG에선 경험하기 힘든 깊이 있는 던전 구성을 보여준다.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하더라도 숨겨진 퀘스트나 새로운 던전으로 향하는 지도, 지도에 안 드러난 길과 꽤 정교하게 짜여진 퍼즐이 즐비해 있다. 흡사 영웅서기에서 장비를 얻기 위해 던전을 돌며 재료를 모으거나 숨겨진 보물을 찾던 것과 닮아있다.
단순히 숨겨진 요소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맵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 가령, 1-4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는 버튼을 밟은 뒤 시간이 지나면 닫히는 문을 만나게 된다. 어떤 방법을 써도 이 문을 지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플레이어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구역을 탐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NPC를 만난다. 그 NPC와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아직은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없으며 아까 그 문을 달려서 깰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플레이어는 추가적인 탐험을 통해 보스를 깨고 장비를 얻어 그 NPC와 달리기 시합도 이기고 통과하지 못했던 구역도 지나갈 수 있게 된다. 정석적인 맵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맵 디자인뿐만 아니라 액션도 굉장히 뛰어나다. 일단 기본적으로 보스들이 원거리 견제, 근접 공격, 돌진 등 최소 세 가지 패턴을 지니고 있으며, 각 패턴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제노니아에서 등장하는 거대 보스처럼 각 보스들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기술이 많아 플레이어는 쉴 틈 없이 캐릭터를 조작하며 적의 패턴을 외우고 대응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구사할 수 있는 액션도 다채롭다. 생각나는 부분이다. 플레이어는 최소 2명, 최대 4명의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으며, 각 캐릭터는 고유의 연계기를 지니고 있다. 이 연계기는 에어본, 부상과 같은 특정 상황에만 발동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최소 4개의 연계기를 한 번에 욱여넣는 콤보도 가능하다. 가령 한 캐릭터가 스킬로 에어본을 띄우고, 연계기로 부상 상태를 만든 뒤, 다른 캐릭터가 또 다른 연계기로 다른 기술을 이어 쓰는 것이다.
수집형 게임답게 캐릭터 육성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다. 한 캐릭터가 강해지는 방법은 레벨업과 장비 수급 외에도 카드 장착, 각성, 초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무기 종류도 검이나 활, 방패 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도 권총, 라이플, 양손검 같은 독특한 무기들이 있으며, 각 무기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공격 자세, 속도 등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조합을 짤 때도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이 무궁무진하다.
이 밖에도 뛰어난 비주얼 또한 이 게임에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던전을 돌 때 볼 수 있는 도트 그래픽은 정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심플하며, 이와 반대로 로비에 나와서 볼 수 있는 영웅들의 일러스트는 라이브 2D까지 적용되어 있는 유려함을 자랑한다. 시쳇말로 보는 맛이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게임 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젤다나 드래곤볼, 나루토, 동물의 숲, 해리포터와 같은 유명한 IP의 패러디 등은 이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과금 효율은 개선되어야 할 것
가디언테일즈는 분명 과거 모바일 RPG 명작들을 멋지게 가져온 게임이며, 게임성 측면에서는 크게 지적할 만한 사항이 없다. 하지만 과금이나 캐릭터 육성 부분에서는 명확한 단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육성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당장에 캐릭터 하나만 보더라도 레벨업부터 각성, 초월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활용해야만 온전한 육성이 가능하며 장비도 따로 강화해줘야 한다. 여기에 코스튬이나 부위별 장비, 카드까지 더해지면 캐릭터 하나를 육성하는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더불어 과금 효율이 상당히 나쁘다. 일단 이 게임은 캐릭터 외에도 무기도 뽑기를 통해 구해야 한다. 캐릭터에 들어가는 재화도 상당한데, 장비도 맞춰야 하며 캐릭터의 전용 무기까지 고려해 뽑기를 해야 하다 보니 들어가는 재화가 두 배다. 다행히도 천장시스템이 있지만, 무과금 유저가 게임에서 주는 재화로 이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패키지 상품이나 시즌 패스에서도 이 뽑기를 위해 필요한 재화를 잘 주지 않기 때문에 소과금 유저의 상황 또한 무과금 유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 그래도 난이도가 있는 게임인데, 이런 낮은 과금 효율들이 게임의 난이도를 더욱 높게 만든다.
이런 단점들이 있지만, 분명 가디언 테일즈는 재밌는 게임이며 잘 만든 RPG다. 위에서 말했듯이 짧은 던전 하나하나조차 장인정신이 느껴질 만큼 깊이 있게 제작됐으며, 액션 또한 과거의 향취가 물씬 풍길 만큼 정교하게 구성됐다. 어릴 적 피처폰으로 영웅서기나 제노니아를 한 번이라도 해본 기억이 있는 게이머라면 가디언 테일즈는 그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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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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