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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MazM 페치카는 독립운동가를 죽이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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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게임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MazM: 페치카 대표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계적인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민족주의를 ‘인류가 앓는 홍역’이라고 했다. 식민지 독립운동의 사상적 근간이긴 했지만, 제국주의의 도구로 활용됨은 물론 두 차례 세계대전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만들 때 민족주의, 소위 ‘국뽕’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한국인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이야기는 찾기도 쉽고, 관심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독립운동사를 다룬 게임 MazM: 페치카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MazM: 페치카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물리치고, 친일파를 처단하는 가슴 뻥 뚫리는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플레이어인 주인공이 항일투쟁을 하는 인물을 쏴 죽이면서 시작한다.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조류에 무기력한 등장인물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아려올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것은 주인공 ‘표트르 벨로프’ 내면에 대한 치밀한 묘사와 여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덕분이다.

▲ MazM: 페치카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 현재 플레이 가능한 1부 12화까지를 바탕으로 서술했습니다.

조선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도 ‘당신들의 조국’

스토리게임 MazM: 페치카는 지난 7월 30일 출시됐다. 하지만 현재 모든 스토리를 즐길 수 없는데, 오는 12월 30일까지 매주 6화씩 개방되는 연재 방식으로 서비스되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나 웹툰을 떠올리게 한다.

연재물은 매화마다 사람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면서 다음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MazM: 페치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입부부터 주인공이 항일투쟁을 하는 인물을 쏴 죽이는 충격적인 장면을 제시한다. 이때 캐릭터의 미세한 손 떨림과 세밀한 표정을 통해 플레이어로 하여금 주인공이 왜 이런 길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세밀히 묘사된 표정과 몸짓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주인공 표트르 벨로프는 단순히 ‘민족반역자’ 또는 ‘친일파’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이다.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이름과 성 모두 러시아식으로 바꾸고 러시아 제국 국적을 취득했다. 게다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영사관 간부에게 약점을 잡혀 살인청부를 업으로 삼고 있다. 조선, 러시아, 일본 3국 모두 그에게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조선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도 ‘당신들의 조국’입니다”라고 말한다. 애초에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인물인 것이다.

표트르 벨로프는 ‘당신들의 조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사람을 죽일 때마다 극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악몽에 시달린다. 이 같은 무간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선 역설적이게도 일본 영사관 간부가 내민 최후의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 의뢰를 받은 인물을 하나씩 죽일 때마다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 악몽에 시달리는 표트르 벨로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에게 있어 조선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도 조국이 아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러시아 국적임에도 대놓고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1부 12화 마지막은 표트르 벨로프가 지하 혁명조직의 리더 아샤를 러시아 비밀경찰에게 넘기는장면이다. 자신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낸데다가 리자베타라는 공통된 지인이 있는 아샤마저 배신하는 표트르 벨로프의 행동은 섬찟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아샤는 자신을 배신한 표트르 벨로프에게 저주를 퍼붓는 대신, 처음 만났었던 때를 회상하며 신뢰를 거두지 않는다. 이에 표트르 벨로프는 이전보다 더 크게 동요한다.

이 장면은 플레이어에게 어두컴컴한 터널을 헤매다 희미한 빛을 찾은듯한 감상을 선사한다. 비극적 운명에 휘둘리기만 했던 주인공의 삶에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표트르 벨로프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개척하게 될지, 앞으로 공개될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사람답지 못한 일을 하는 주인공, 아샤를 배신하면서 크게 동요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수집 요소인 잡학사전,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한다

MazM: 페치카에는 ‘잡학사전’이란 수집 요소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모든 항목이 물음표로 표시돼있지만, 스토리 진행 및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등장인물의 프로필과 역사 지식 등이 해금된다. 등장인물 프로필에는 행적과 이름, 별명 등 매우 상세한 개인정보를 볼 수 있으며, 역사 지식에는 러일전쟁, 1905년 혁명 등 굵직한 사건은 물론 러시아인의 호칭과 같은 풍습도 알 수 있다.

잡학사전은 플레이어에게 지식전달은 물론, 스토리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들의 호칭은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인공 표트르 벨로프는 풀네임이 ‘표트르 세르게예비치 벨로프’이며, 친한 사람에게는 ‘페챠’로 불린다. 앞서 언급한 지하 혁명조직의 리더 ‘아샤’의 풀네임은 ‘아나스타시아 바실리예브나 코르네바’다. 표트르 벨로프는 아샤를 애칭으로 부르다가, 배신하는 순간 ‘아나스타시아 바실리예브나’라 부른다.

▲ 수집욕을 자극하면서도 지식전달도 하는 잡학사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만약 잡학사전이 없다면, 이 같은 대사를 활용한 상황묘사가 불가능하다. 러시아식 이름과 호칭을 이해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아울러 1900년대 초반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 러시아 국내 정세, 연해주의 상황 등 낯선 소재들이 대부분이다. 

잡학사전은 다른 게임의 ‘업적’과 같은 역할도 한다. 게임을 하며 빈 칸을 채우고, 항목을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울러 향후 열리는 스토리 개방에 사용할 수 있는 유료 재화인 코인도 얻을 수 있다. 교육 목적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가르친다’라는 느낌보다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로 다가온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 잡학사전을 통해 위 상황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표트르 벨로프와 최재형의 만남은?

초반부인 1부 12화에서 아쉬운 점은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등장인물 및 배경에 대한 묘사로 채워져 있어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선택지를 골랐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연재될 이야기에서는 다양한 선택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게임 제목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낸 독립운동가 ‘페치카’ 최재형 선생의 등장이다. 자신의 은인이자 암살 대상인 최재형 선생과 대면한 주인공 표트르 벨로프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향후 스토리 전개가 몹시 기대된다.

▲ 주인공 표트르 세르게예비치 벨로프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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