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국내에 출시됐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애니메이션 원작에 버금가는 그래픽 완성도와 연출력, 캐릭터가 지닌 카드를 조합하며 진행하는 전략적인 전투로 호평을 받았다. 이 게임 개발 총괄을 맡았던 최재영 대표를 비롯한 주요 제작진은 서로 의기투합해 2020년 10월에 빅게임 스튜디오라는 신규 개발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타이틀도 인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이다.
그 주인공은 마법이 일상인 세상에서, 마력이 없지만 마법의 왕이라 할 수 있는 마법제가 되려 는 열혈소년 아스타의 여정을 그린 블랙클로버 모바일이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작년 12월에 첫 공개됐고, 약 1년 뒤인 11월 24일부터 시작된 해외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완성도를 검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테스트를 통해 직접 즐겨본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제작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일곱 개의 대죄에서 보여줬던 강점을 부각시킨 느낌이다. 그래픽과 컷신의 완성도, 스킬 연출 등은 일부 장면은 애니메이션 더 깔끔하게 구현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어서 전투는 파고드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전작에서 까다롭게 느껴졌던 부분을 간추려 좀 더 대중성을 확보했다.
애니메이션 이상의 그래픽과 짜임새 있는 전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원작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를 모으고, 이 중 4종으로 파티를 구성해 게임을 전개해나가는 수집형 RPG다. 애니메이션 원작 역시 주인공 일행을 비롯해 각기 다른 개성을 앞세운 9곳에 달하는 마법기사단, 왕국에 대한 복수심을 지닌 백야의 마안 등 적대세력 등이 등장한다. 아울러 주요 인물이 독자적인 마법을 사용하며 성장하는 능력자 배틀물이기 때문에, 많은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수집형 RPG가 원작 매력을 풀어내는데 제격이라 할 수 있다.
테스트에서 가장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부분은 스킬 컷신이다. 모든 캐릭터는 스킬 4개를 활용하며, 평타, 일반 스킬, 필살기, 합격기로 구분된다. 이 중 연출력이 돋보이는 지점은 단연 필살기와 합격기다. 주인공인 아스타를 예로 들면, 원작에서 악마의 힘이 깃든 검을 사용한다는 특징을 제대로 살려 거대한 악마 그림자가 등 뒤에 떠오른 후 엄청난 기세로 돌진해서 검을 휘두르는 호쾌함을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컷신으로 표현해냈다.
이처럼 다른 캐릭터 역시 원작에서 주력으로 활용하는 마법을 애니메이션 주요 장면을 연상시키는 컷신과 연결해서 작품 속 캐릭터들이 게임에 그대로 등장해서 싸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작이었던 일곱 개의 대죄와 비교해보면 연출력은 좀 더 발전했고, 화면이 세로에서 가로로 전환되며 연출이 더 시원해졌다.
이러한 그래픽과 연출은 스토리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테스트 기준으로 공개된 스토리는 아스타와 유노가 마도서를 획득해 마법기사단에 입단한 후 왕도에 벌어진 테러 사건을 해결하는 대목까지다. 이 중 주요한 내용을 컷신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데 테스트 단계임에도 애니메이션 원작을 시청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구현도가 상당히 높았다.
스토리 전개도 중요 대목은 원작 성우 더빙을 동원한 컷신,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부분은 압축하거나 컷신 없이 대사로 처리해 늘어지지 않도록 했다.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아도 스토리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압축하면서도, 원작에서도 강점으로 평가된 군더더기 없는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줬다. 아울러 캐릭터에 얽힌 이야기를 별도로 풀어내는 반복전투 콘텐츠인 스페셜 에피소드로 소소한 이야기도 챙겼다.
여기에 스토리 상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인물은 그 구간에서 파티에 넣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스토리텔링에 세심함을 더했다. 백야의 마안에 잡혀간 아스타를 구하러 가는 대목에서는 아스타를 쓸 수 없다거나 마법 연습하다 폭주해버린 노엘을 구하는 스페셜 에피소드에서는 노엘을 기용할 수 없는 식이다.
아울러 전개에 맞춰서 여러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개방해 몰입도와 이해도를 동시에 높였다. 게임 내에는 전투 외에도 아이템 제작, 강화, 요리 등을 진행하는 아지트가 있다. 게임 내 아지트는 원작에서 아스타가 입단하는 마법기사단인 검은 폭우 아지트를 배경으로 쓴다. 이에 대한 설명을 게임 내 스토리에서 아스타가 검은 폭우에 입단하고, 첫 임무를 완수한 시점에 맞춰 선배기사인 마그나가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며 소개하는 방식으로 튜토리얼을 스토리 전개에 녹여냈다.
복잡함을 덜어내고 캐릭터 조합에 집중한 전투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캐릭터 4개로 팀을 짜서 턴제로 전투를 전개한다. 각 캐릭터는 크게 3개 속성으로 구분되며, 속성 간 상성과 역상성이 있다. 다만 파티를 맞추며 고려해야 할 것은 상성만이 아니다. 우선 캐릭터마다 일종의 ‘탱딜힐’ 격의 역할군이 있다. 어태커, 디펜더, 서포터, 디버퍼, 힐러 등이 있고, 상황에 맞춰 역할군에 각 인원을 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스킬을 보유하고 있고, 대미지 외에도 조건에 따라 발동되는 여러 효과가 붙어있다.
예를 들어 바람 마법을 사용하는 유노는 기본 공격에 크리티컬이 발동하면, 전방에 있는 모든 적에게 추가타를 날린다. 따라서 치명타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스킬을 지닌 캐릭터와 파티를 이룬다면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반대로 원작에서도 힐러 격으로 활동하는 미모사는 기본 공격이나 일반 스킬 이후에 체력이 낮은 캐릭터를 회복시킨다. 이처럼 주어진 스킬과 하위효과를 고려해 공격적으로 전개할지, 사망을 줄이며 안정적으로 가져갈지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짝을 이룬 캐릭터가 함께 사용하는 합격기가 있다. 합격기 역시 역할군을 살려 어태커는 공격 위주이며, 서포터나 힐러 등은 버프를 걸어주거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같은 조합이라도 어떠한 캐릭터끼리 파트너를 맺어줄 것인가도 염두에 줘야 한다. 부가적으로 효과는 같지만 원작에서 깊은 인연을 맺은 캐릭터가 함께 사용하는 ‘인연 합격기’는 두 캐릭터가 동귀어진하는 전용 컷신으로 연출적인 재미도 준다.
눈길을 끈 부분은 전작인 일곱 개의 대죄보다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해 전투 시스템을 간추리고, 대중성을 더했다는 점이다. 일곱 개의 대죄에서 호평받은 카드를 활용한 전투는 파고드는 재미가 있고 독특하다는 평을 얻었으나 다소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카드가 없고, 캐릭터 성장과 스킬 조합만 고려하면 되기에 좀 더 가벼워진 측면이 있다. 아울러 스킬을 사용하는 자원도 턴이 전개되며 쌓이는 포인트를 쓰기 때문에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같은 인물도 다른 버전으로 각각 등장한다는 점은 일곱 개의 대죄와 유사한 부분이다. 테스트에서도 아스타, 유노, 미모사가 교복을 입은 일명 시즌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과 시즌 캐릭터는 외형은 물론 보유한 기술과 태생 등급이 다르다.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스타였는데, 기본은 광역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면, 시즌 버전은 단일 적에게 높은 대미지를 입히는 스타일이다.
아울러 기본은 SR 등급에 검을 하나만 쓰고, 시즌은 한 등급 높은 SSR 등급에 검을 2개를 쓴다. 테스트 기준으로 캐릭터 등급은 R->SR->SSR->UR->LR 순이며, 모든 캐릭터를 LR까지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LR로 올려도 SR 아스타와 SSR 아스타는 장비, 스킬을 제외한 기본적인 캐릭터 전투력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출시 시점에 이러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풀어낼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획득한 캐릭터를 활용할만한 엔드 콘텐츠 제시가 관건
지금까지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첫 모습을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원작 매력을 최대한 살린 그래픽과 캐릭터 표현,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조합의 묘가 살아 있는 전투 등은 첫 테스트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메인 스토리 공략한 후 길게 이어지는 반복전투로 육성한 캐릭터를 활용할만한 최종 콘텐츠를 설득력 있게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는 확률형 아이템을 토대로 획득할 수 있고, 캐릭터를 뽑으면 쌓이는 게이지가 가득 차면 SSR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손에 넣은 캐릭터를 레벨업, 승급, 장비, 스킬, 강화 등을 더해 점점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다소 막막하지만 던전 등을 반복전투로 돌며 재화를 모으면 시나브로 최고 레벨을 달성한 캐릭터가 점점 늘어난다.
궁극적으로 모든 유저가 보유한 캐릭터와 성장치가 점점 상승하는 구조이며, 테스트 단계에서 선보인 비동기 1 대 1 PvP인 아레나로는 가진 캐릭터를 온전히 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장기적인 서비스를 고려한다면 모아둔 캐릭터를 가능한 다양하게 기용하며 전체적인 활용도를 끌어올릴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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