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워커, 최강의 군단 안 해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2014년에 던파와 사이퍼즈 개발에 참여했던 김윤종 사단이 네오플에서 나와 ‘최강의 군단’이라는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3년간 운영한 끝에 비록 서비스 종료라는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독특한 캐릭터 콘셉트와 조작 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이후 김윤종 사단은 2021년 중국에서 최강의 군단 IP를 활용한 게임 ‘나이트메어 브레이커’를 출시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해 ‘나이트 워커’라는 이름으로 지난 26일 국내에도 정식 출시했다.

출시를 기다렸던 최강의 군단 팬들은 이미 많은 후기를 남기고 있다. 전작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하며 나이트 워커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작을 뛰어넘어 장기 흥행작으로 남기 위해서는, 전작을 경험하지 않은 유저들도 자연스레 유입될 만한 매력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최강의 군단을 해본 적 없는 신규 유저 입장에서 나이트 워커는 어떤 게임일까? 확실히 특유의 액션을 비롯해 다른 RPG에 없는 신선한 요소들이 꽤 많다. 전작을 떼놓고도 나이트 워커라는 게임을 어필할 요소는 충분해 보였다.

나이트 워커는 쿼터뷰 액션 MORPG 장르로, 기본적인 조작은 마우스와 함께 Q, W, E, R 등을 눌러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공격 중 스페이스 바로 회피한다는 점과 보스 패턴의 장판 예고 방식 등은 로스트아크 등에서 흔히 봐 온 시스템이라 익숙하다. 차이점이라면 캐릭터가 누웠을 때 회피 방법이 없으므로 공격 시 보다 신중함을 요구한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더불어 스킬 타격감과 3가지 이상 스킬을 연계했을 때의 쾌감은 다른 게임이 따라오기 힘든 확실한 강점이다.

전작부터 있던 시스템인 마우스 휠로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은 독특하면서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다. 나이트 워커는 몇몇 스킬 사용 시 공중에 떠오른 판정과 함께 마우스 휠로 스킬을 연계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공격을 우겨 넣을 수 있는 차별적인 시스템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으나, 휠 조작으로 스킬을 사용하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적응이 필요하다. 단축키를 변경하기 에도 자리가 애매하기 때문에 이쪽에서 불편을 느끼는 이들도 더러 보였다.

조작 방식에 익숙해지고 나면 던전 난이도가 은근히 압박을 준다. 적 체력과 공격력이 비교적 높게 설정돼있기 때문에 자칫 회피에 소홀하면 순식간에 체력이 날아간다. 던전 진행 중 간혹 등장하는 체력 구슬과 포션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포션 쿨타임이 짧지 않고 보스 패턴은 특히 강력해 전반적인 게임 난이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스토리 던전이라고 얕보다간 부활 횟수를 남발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내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게임 그래픽은 전작의 개성을 살린 3D와 애니메이션이 섞인 디자인으로, 최강의 군단 느낌을 살리면서도 직관적인 UI가 인상적이다. 이펙트와 모션은 거슬림 없고, 스킬 연계 시 움직임도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더불어 보스 등장 컷신과 일러스트도 확실한 완성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게임 진행 중 눈을 즐겁게 만든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플레이 즐거움을 더하는데 한 몫 한다. 다른 RPG에서 지원형 캐릭터는 거의 성직자 콘셉트지만, 나이트 워커는 해양 생물을 다루는 바다 소녀 캐릭터 ‘아라’가 맡아 상큼한 이미지를 준다. 아라는 체력회복과 무적 등 아군을 도와주는 데 특화된 ‘파랑매’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으며, 귀여운 디자인으로 벌써부터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 밖에도 그림자를 다루는 ‘갈가마귀’, 잡기 공격을 연계할 수 있는 ‘마리’ 등 독특한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준비돼 있다.

개발진이 던파에 몸담았던 만큼, 퀘스트를 비롯한 던전과 전반적인 육성 방식은 던파와 굉장히 유사하다. 스토리를 담당하는 메인 퀘스트와 자잘한 보상을 주는 보조 퀘스트들이 있고 던전을 진행해 캐릭터 레벨을 올릴 수 있다. 던전마다 피로도를 소모하기 때문에 하루 진행 가능한 콘텐츠 양은 정해져 있으며, 마지막 보스 클리어 시 확률에 따라 희귀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방식이다.

던파와 다른 부분으로는 스킬 강화와 악몽 시스템이 있다. 먼저 나이트 워커는 스킬을 강화하기 위해 ‘워커등급’이라는 것을 올려야 한다. 이 등급은 승급장비를 채워야 오르는데, 던전 보상과 제작을 이용해 승급장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스킬 강화를 통한 성장경험과 더불어 아이템 획득 재미도 갖추려 한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인 부분이었다.

악몽은 던전 난이도를 올려 그만큼 높은 보상을 얻는 시스템으로, 디아블로 3의 대균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악몽에 따라 경험치와 재화뿐 아니라 드랍되는 장비 레벨도 아예 달라지며, 몬스터 체력, 공격력, 부활 횟수 제한 등을 마음껏 수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악몽은 일반 스토리 던전뿐 아니라 캐릭터 성장에 도움되는 각종 콘텐츠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나이트 워커를 여러 방식으로 즐기게 만드는 핵심 시스템이다.

던전이 지루한 사람을 위한 PvP 시스템도 상당한 완성도로 이루어져 있다. 20인 개인전, 8인 개인전, 4 대 4 팀 데스매치, 1 대 1 전투로 세분화된 모드가 존재하며, 강점이던 스킬 손맛이 PvP와 어우러져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보상으로 유료 상점에서 사용 가능한 재화도 일부 지급되기 때문에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부족하지 않다.

정리해 보면, 나이트 워커는 전반적으로 좋은 짜임새를 보여준다. 탁월한 액션성과 육성 시스템, 특히 확률 없는 독특한 강화 구조 등은 최근 RPG들과 빗대어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다. 더불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인해 게임 적응이 어렵지 않고, 스킬 사용 시 조작감도 확실한 차별성을 갖췄다. 비록 세부 모델링과 그래픽 완성도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준수한 게임성이 이를 상쇄시킨다. 전작 최강의 군단과 비교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판이 잘 깔렸으니, 남은 것은 운영이다. 전작 최강의 군단 역시 게임성은 호평받았지만 운영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던 만큼, 전작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유저를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