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곧 있으면 만우절이 다가온다. 아마 수많은 게임사들이 올해도 만우절을 대비해 기발한 장난을 준비 중일 것이다. 옛날엔 블리자드나 넥슨 등이 만우절 최강자였다면, 최근 몇 년 새 로스트아크가 신규 강자로 떠오르며 만우절 장난에 진심을 쏟는 추세다. 올해는 어떤 진짜 같은 가짜 게임이 등장할 지 기대가 된다.
한편, 최근에는 만우절에 진짜 게임을 발표하거나 아예 출시까지 진행하는 이들도 있다. 만우절 장난처럼 발표해 화제를 한 차례 모은 후, 실제 게임을 내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는 꽤나 영리한 전략이다. 물론 아무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 소개하는 게임들은 이를 가능케 한 용자들이다. 만우절 장난처럼 4월 1일에 발표된 후 실제 출시까지 이어진 게임들을 한 데 모아 봤다.
TOP 5. 코난 찹 찹, 귀여운 그래픽과 코난이 어울...리는구나
코난 시리즈는 예로부터 피와 폭력과 신체절단이 난무하는, 선정적이면서도 야만적인 시대를 그려 왔다. 아, 헷갈리지 말기를. 명탐정 코난이 아니고 코난 더 바바리안 말이다. 물론 뭐 명탐정 코난도 피와 폭력과 신체절단이 난무하고 다소 선정적이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미래소년 코난도 피와 폭력이 난무하던가...? 어쨌든, 코난 더 바바리안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에이지 오브 코난 등 코난 게임들도 비슷한 노선을 따른다. 마초적이고, 잔혹하고, 피로 근육을 씻는 그런 세계 말이다.
그런 코난 게임 신작이 2019년 4월 1일 만우절에 발표됐다. 귀여운 2등신 캐릭터들이 나와서 왁자지껄 떠들며 귀여운 몸짓을 해 가며 진행해 가는 로그라이크 액션, 그 이름마저도 깜찍한 '코난 찹 찹(Conan Chop Chop)'이었다. 모두가 '하하하 펀컴 이녀석들 개그 센스하고는'이라며 즐겼지만, 1년 후 실제로 출시되면서 만우절 장난이 아니었음을 몸소 증명했다. 참고로 그래픽은 귀엽지만, 피와 뼈가 마구 튀는 게임이니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
TOP 4. 네코파라 미소년 버전, 캣 보이 파라다이스
코난 찹찹이 발표됐던 2019년 만우절. 일본에서는 '네코파라' 미소년 버전이 발표됐다. 고양이 귀가 달린 소녀들과 꽁냥대는 전형적인 남성향 게임이었던 네코파라가, 여성향 게임으로 거듭난다는 발표는 누가 들어도 전형적인 만우절 장난이었다. 만우절 장난으로 발표된 후 아무 소식도 없었기에 이를 기대하며 두근대는 이도 없었고, 이듬해 수많은 신규 만우절 장난들이 선보여지며 자연스레 과거 장난 중 하나로 묻혀버렸다. 2021년 만우절에 "올 여름에 진짜로 나옵니다"라며 프로모션 영상이 공개되기 전까진 말이다.
그렇게 진짜로 출시된 네코파라: 캣 보이 파라다이스는 원작의 TS를 훌륭하게 해냈다. 주인공은 카페를 물려받은 여성이며, 인간형 고양이 4명과 함께 카페를 운영하며 로맨스를 즐기는 것. 캐릭터 역시 갈색 피부 건강계, 지적 안경계, 장발 쿨미남, 발랄한 쇼타계까지 그야말로 여성향 게임의 정석을 제대로 따랐다. 참고로 여성향 게임을 즐기던 이들은 환영했지만, 기존 네코파라 팬들에게서는 당연하게도 외면받았다는 점이 유머 포인트.
TOP 3. 갑자기 마법소녀물로? 아이돌 마법소녀 치루치루☆미치루
일본 미소녀게임인 그라자이아 시리즈에는 마츠시마 미치루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첫 게임인 그라자이아의 과실에 나온 천연계 캐릭터였는데, 게임 내 비중은 적었지만 팬 사이에서는 꽤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일까, 2014년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그라자이아 개발사인 프론트윙은 '마법소녀 미치루' 이미지를 공개했다. 당시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가 불러온 신흥 마법소녀 붐이 한창 일 때라, 이 이미지를 본 많은 팬들은 "아, 트렌드를 반영한 만우절 장난이구나! 나름 잘 어울리네 하하하" 라며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프론트윙은 진심이었다. 그들은 만우절 장난이라 믿고 있던 팬들에게 "미치루는 그런 거짓말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아요"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더니, 그해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아이돌 마법소녀 치루치루☆미치루(이하, 마법소녀 미치루)'라는 외전 신작을 발매해 버렸다. 분량이 아주 길진 않지만, 천연 소녀인 미치루의 매력을 한껏 살림과 동시에 그라자이아 시리즈 특유의 무거운 느낌도 담고 있어 호평을 받았다.
TOP 2. 정식 앱까지 등록된, 프리코네! 그랜드 마스터즈 & 페이트/픽셀 워즈
만우절을 기념해 미니게임을 발표하는 회사들은 많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웹게임 형태거나, 기존 서비스 중인 게임 내 모드로 가볍게 집어넣어 즐기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진짜 스토어에 등록까지 해 가며 이를 선보인 게임이 있다.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페이트/픽셀 워즈'와, 프린세스 커넥트의 '프린세스 커넥트 그랜드 마스터즈'다.
페이트/픽셀 워즈는 작년 만우절에 깜짝 등장한 모바일게임으로, 매년 만우절에 등장하는 '만화로 배우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작가 리요가 참여한 2D 집단 게임이다. 덩어리로 뭉친 집단을 움직이며 자신보다 적은 집단의 캐릭터를 흡수해 가며 덩치를 키우는 미니게임에 가깝다. 프린세스 커넥트 그랜드 마스터즈는 작년 만우절에 깜짝 등장한 게임으로,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는 프리코네 판 오토체스 게임이었다. 이 두 게임은 무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공식 출시됐고, 페이트/픽셀 워즈는 단 하루, 프리코네 그랜드 마스터즈는 4월 8일까지 일주일간만 서비스되고 종료됐다. 정식 앱까지 출시해놓고 만우절 기간이 끝나자 문을 닫는 미친 듯한 쿨함에 절로 반할 것 같다.
TOP 1. 세상을 바꾼 만우절 게임, 포켓몬 GO
2014년 4월 1일, 구글에서 꽤나 독특한 만우절 이벤트를 열었다. 당시 구글 맵 상품기획부문 부사장이었던 존 행키와 직원들이 기획한 이벤트로, 4월 1일 단 하루 구글맵 지도에서 포켓몬 캐릭터들이 나타나고 이를 잡는 미니게임을 즐기는 이벤트였다. 숨겨진 포켓몬을 모두 잡으면 포켓몬 마스터 자격을 준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 이 이벤트에 전세계 포켓몬 팬들은 열광했고, 만우절 이후에도 이를 계속 즐기게 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이를 본 존 행키는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구글 사내벤처였던 나이언틱은 이 아이디어를 토대로 분사했고, 해당 이벤트의 성과를 눈여겨본 구글과 닌텐도, 포켓몬컴퍼니로부터 투자를 받아 '포켓몬 GO'를 진짜로 만들었다. 이 게임이 게임업계를 얼마나 뒤흔들어 놓았는지는 두 번 말해봐야 입만 아플 정도다. 어쨌든, 만우절 장난으로 공개됐던 포켓몬 구글맵이 실제 구글맵을 기반으로 한 AR게임 포켓몬 GO가 된 것은 전설적인 일화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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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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