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새로운 거미 종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숲과 도시에 주로 자생한다는 이 거미는 회백색 몸통에 눈은 퇴화돼 있다는 특징으로 학명이 Otacilia khezu가 됐다고. Otacilia는 거미과에 속한 종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 아래 붙은 이름인 Khezu는 알 사람들은 알만한 이름이다. 몬스터 헌터에 등장하는 기괴룡 ‘푸루푸루’의 영문명이기 때문이다.
물론 푸루푸루도 눈이 퇴화돼 있고, 피부의 색소도 없는 등 확실히 비슷한 점이 많다. 이름을 붙인 학자 또한 이런 특성을 고려해 새 거미에게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새로운 생물의 학명을 이렇게 지어도 되나 싶지만, 이미 이 과학자는 이전부터 리오레우스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름을 새로운 생물에게 붙인 바가 있다. 이에 이런 인간의 덕심에(?) 희생돼 이름을 빌려주게 된 게임 속 캐릭터들을 살펴봤다.
5위. 스테이지에 이어 논문에 계시네, 혼다와 장기에프
앞서 설명한 푸루푸루와 마찬가지로,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미에 이름을 뺏긴 거구의 캐릭터들이 있다. 주인공은 각각 에드먼드 혼다와 장기에프로, 두 사람 다 스트리트 파이터에 출전한 인물이다. 둘의 공통점이 그렇듯 이들의 이름이 붙은 거미도 비슷한 종 중에서는 제법 큰 크기와 단단함을 자랑한다.
단순히 크고 단단하다는 것만으로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다. 각각 저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거미의 신체에 생긴 모양이 이들을 연상시켜서라는 것이 과학자의 설명이다.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보자면 에드먼드 혼다의 이름이 붙은 거미는 신체 일부에 있는 모양이 싸우는 자세를 취한 스모 선수 두 명을 닮아서, 장기에프는 거미의 신체 일부가 옛 소련 국기에 있는 낫을 닮아서라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때 일본에서 사회문제였던 DQN 네임(이상하고 별난 이름)의 문제점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4위. 독침붕 벌, 프테라 익룡, 피카츄 거미…. 네?
현실의 다양한 동식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포켓몬들도 과학자들의 마수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특히 포켓몬은 실제 동물에서 생김새와 생태를 따온 경우가 많기에, 일부 과학자들은 포켓몬의 이름을 아낌없이 새로운 종의 생물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결과 종류도 꽤나 다양하다, 독침붕으로 진화하는 뿔충이는 ‘와습(벌의 일종)’에게 이름을 빌려줬고, 익룡 포켓몬 ‘프테라’는 실제 익룡에게 이름을 빌려주게 됐다.
특히 이들 중 거미에게 유독 수많은 이름을 빌려준 인물이 바로 앞서 설명한 ‘푸루푸루 거미’의 이름을 지은 그 과학자다. 이들에게 이름을 빼앗긴 포켓몬만 피카츄로 시작해 나무지기, 나무돌이 등 그 피해자가 수도 없다는데…. ‘갑피 모양이 피카츄의 얼굴을 닮았다, 숲에 살기 때문이다’ 등 이유는 그럴싸하지만, 앞서 등장한 두 사람과 유사한 문제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위. ‘그냥’ 심해생물이 된 게롤트-예니퍼
그래도 앞서 등장한 캐릭터들처럼 티끌만치라도 닮은 특징이 있다면 이름을 빌려주는 게 마냥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유명세도 얻고, 특별한 이벤트도 생기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될 두 분은 상황이 좀 억울하다. 이름을 가져다 붙일 이유를 어디서 찾은 건지 가늠도 되지 않는 심해 절지류이기 때문이다.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 이름을 붙인 이유가 다소 황당하다. 어딘가 닮은 부분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원작 더 위쳐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지었을 뿐이라고. 문제는 이 이름이 서로의 ‘자매종’에게 붙었다는 점이다. 자매종은 하나의 공통조상에서 발생한 유사종으로, 형태는 유사하지만 명백히 종이 다른 만큼 교배는 불가능하다. 위쳐인 게롤트의 설정을 생각해보면 합리적인가 싶기는 하다만서도, 기분이 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위. 이유가 다소 곤란해, 다크소울 왕의 탐색자 ‘프램트’
다크 소울에서 다양한 아이템을 주면 소울을 제공하는 ‘세계의 뱀’ 프램트. 이런 특성 때문에 수많은 불사의 용자들이 대화를 나누거나 그의 잠을 깨우고는 했다. 매번 용자에게 들볶이느라 속을 썩이던 와중에 이번에는 이름까지 빼앗긴 셈이다. 와중에 이름이 붙은 생물은 바로 노래기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노래기는 지네를 닮은 초식성 절지류로, 길고 갑피가 있기는 하지만 프램트와는 다소 거리가 먼 생김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어 이름을 명명한 이유를 살펴 보니, 그 사유는 생김새 때문이 아니라 이 노래기의 ‘gonopods’가 프램트와 닮아서라고 명확히 밝혔는데…. 한국어로 번역하기가 매우 곤란하기도 하고, 번역이 어려우니 뜻은 알아서 찾기를 바란다. 어쨌든 이 정도면 프램트가 과학자를 잡아 먹어도 변명의 여지는 없을 듯하다.
TOP 1. 거미들의 하이랄도 수호하소서, 젤다의 전설 ‘젤다’
매 게임마다 이름을 빌려주신 전설의 공주 젤다. 이번에는 거미에게 이름을 빌려주게 됐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선례와는 달리 상당히 합리적이다. 거미의 신체 일부에 생긴 모양이 하이랄 문양을 연상시켜서가 그 이유인데, 하이랄 수호를 위해 힘써온 젤다의 공훈을 생각하면 하이랄이 아니라 젤다라는 이름이 붙은 이 명명법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이런 유사한 직관적 이유로 이름을 빌려준 젤다의 전설 속 캐릭터로는 깡총거미류에 이름을 빌려준 ‘코로그’와 ‘보코블린’이 있다. ‘코로그 깡총거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나무 줄기나 숲, 바위에서 표본을 수집하는 것이 꼭 코로그를 연상시켜서, ‘보코블린 깡총거미’는 수컷에게 관찰되는 두 색상 형태가 보코블린처럼 은색과 금색이라서다. 그래도 무엇보다 여태 수많은 하이랄을 지켜온 무수한 젤다 공주에게 헌정하는 마음을 담아 1위에 모시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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