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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스프레이식 유성 페인트, 일명 '락카칠'을 활용한 그래피티 문화는 원래 공공 장소를 훼손하여 반항적 메시지를 전하는 반달리즘에서 시작됐다. 일부는 스트리트 아트로 인정받지만, 대다수 국가에선 도시의 경관을 해치고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이유로 이를 단속·처벌한다. 실제로 공공 기물이나 타인의 재산에 이런 행위를 한 것이 발각되면 형사처벌과 함께 막대한 복구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 국내 몇몇 강성 시위에서 '락카칠'을 하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다. 외부에 시위를 확실히 알릴 수 있도록 임팩트 있는 눈도장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손상 정도와 복구 비용이 크고 형사상 처벌과 배상 책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성 페인트를 복구가 쉬운 페인트칠 벽이나 유리창 등에 칠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특히 행위자가 특정되기 쉬운 환경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배상이나 처벌을 피해 가며 그래피티를 그리고 다니는, 게임 속 지능적 범죄자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GTA 산 안드레스 - 칼 존슨
GTA 산 안드레스의 주인공 칼 존슨(CJ)은 '그로브 스트리트 패밀리즈'라는 갱단에 속해 있다. 그로브 스트리트는 경쟁 갱단인 '발라스'와 전쟁 중이며, 그 외에도 로스 산토스 도심에는 '로스 산토스 바고스', '바리오스 로스 아즈테카스', '템플 드라이브 패밀리즈', '삼합회', '러시아 마피아' 등 다양한 갱단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도시 곳곳을 자신들의 구역으로 지정하고 세력을 넓히는데, 그 증명으로 활용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래피티다.
CJ는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타 갱단의 로고가 그려진 그래피티를 자신들의 그로브 스트리트 로고로 덮어씌운다. 보통 그래피티는 사람들의 눈이 잘 닿지 않는 뒷골목이나 교각 등에 칠해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눈에 띄는 대로변 한가운데 그려진 경우도 많다. 공공 시설과 사유재산 건물 등을 가리지 않기에, 칠하던 중 경찰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 즉시 수배가 뜬다. 그렇지만 우리의 CJ는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증거를 남기지 않은 채 오늘도 로스 산토스 곳곳을 락카칠 하며 누비고 있다.
TOP 4. 오버워치 - 모든 영웅들
오버워치 영웅들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파괴를 자행하는 탈론이나 널 섹터와 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나 사원, 저택, 오락실이 파괴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겠지만, '뭐가 더 중하냐'라는 긴급사태 논리 하에 묵인되는 실정이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파괴 앞에, 부디 저 싸움에 휘말린 자영업자들이 보험에 들어놨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전방위에 걸친 전쟁을 하는 중간중간에, 곳곳에서 락카칠의 흔적이 종종 발견된다. 단순한 인사 형태 메시지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버워치나 탈론, 널 섹터 멤버들과 연관된 낙서들이다. 따라서 이 영웅들이 대체 싸우다 말고 뭘 하느냐며 민심이 다소 들끓고 있다. 물론, 오버워치 소집 시작 후 대원들이 모이기까지 8년이 넘게 걸렸다는 치명적 안일함이 모든 논란을 묻어버리고 있지만 말이다. 오버워치 소집이 끝나고 본격적인 태스크포스가 차려져야 저 락카칠의 배상 책임을 물을 텐데. 일단 D.Va 낙서 관련 배상은 대한민국 육군 쪽에 민원을 넣어봐야겠다.
TOP 3. 블루 아카이브 - 코누리 마키
스스로를 그래피티 아티스트라 칭하는 블루 아카이브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소속 학생, 코누리 마키. 밝은 성격과 아티스트적 성향 덕에 다소 가려져 있긴 하지만, 그녀 역시 불법으로 타인의 재물을 손상시키는 반달리즘 행위를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마키와의 인연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도 타인의 사유지에서 회벽에 그라피티를 그리다 경찰에 붙잡히고, 이를 구하기 위해 선생님이 경찰서에 찾아가며 시작되니까.
경찰의 말을 들어보면, 남의 사유지 벽에 지워지지도 않는 유성 페인트를 잔뜩 뿌려 놓았고, 심지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KV 하이웨이 고가대교, 쿠로네코 시장 뒷골목 등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어디든 락카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서는 사과는 커녕 '우중충한 도시를 밝게 꾸며준 것 뿐'이라며 적반하장 격으로 나온다. 그림이 예쁘다며 용서해 준 사유지 주인이나, 억지 사과만 받고 풀어주는 경찰이 보살처럼 보일 지경. 물론 현실 속 경찰은 이처럼 만만하지 않으며, 시설물 소유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없다면 더더욱 용서받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하자.
TOP 2. DmC: 데빌 메이 크라이 - 캣
DmC: 데빌 메이 크라이는 닌자 씨어리가 자신들만의 색채로 원작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원작에서 트리쉬가 맡았던 히로인 포지션에도 전혀 다른 캐릭터성을 띈 '캣'이 등장한다. 주로 단테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데, 림보와 현실을 잇는 문을 열거나 림보 내 정보를 취합하고, 단테가 현실과 림보 각각에 간섭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위해서 캣은 두 가지 도구를 활용하는데, 하나는 허리에 달고 다니는 계란형 마법구.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락카칠 용 스프레이다.
캣이 스프레이를 쓰는 것은, 반달리즘이나 예술을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림보와 현실을 잇는 게이트를 그리기 위한 마법진 도구에 가깝다. 그러니까 저 스프레이 안에는 유성 페인트 대신에 마법진에 필요한 재료들이 용액 상태로 들어가 있다. 뭐? 일반적인 락카칠용 스프레이보다 낫지 않냐고? 뭐... 유성 페인트보다는 잘 지워지기야 하겠지만, 당한 입장에서 기분은 더 더러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료라는 게 상어 기름, 늑대 털, 다람쥐 정액 같은 거니까. 그 외 공개되지 않은 재료들까지 상상하자면... 차라리 유성 페인트를 뿌려라!
TOP 1. 젯 셋 라디오와 그 정신적 후속작들 - 대부분의 등장인물
카툰 랜더링의 역사를 처음 쓴 게임으로 알려진 젯 셋 라디오. 스케이트를 타고 넓은 도시를 누비며 곳곳에 그래피티를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게임이다. 위의 다른 게임들에서 그래피티가 곁다리라면, 이 게임은 아예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물론 이 세계에도 경찰이란 것이 있기에, 거리 곳곳에 유성 페인트를 뿌리고 다니는 주인공 일행이나 타 지역 갱들이 기꺼울 리가 없다. 자연히 적으로 등장하는데,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선량한 시민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참고로 젯 셋 라디오에서 선보인 스케이팅과 그래피티의 조합은 훗날 발매된 정신적 후속작들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2017년작 호버(Hover), 2023년작 밤 러쉬 사이버펑크(Bomb Rush Cyberfunk), 2024년작 RKGK/라쿠가키(RKGK/Rakugaki) 같은 게임들이다. 여기서도 주인공과 일행, 라이벌들은 도시 전체에 잘 지워지지도 않는 페인트를 뿌리고 다니고, 안 그래도 슬럼틱한 도시는 더욱 슬럼가처럼 변해 간다. 이를 다 지우려면 수십억 원은 우스울 테지만, 길도 아닌 곳을 워낙 빠르게 질주하며 도망가는 이들이라 제대로 잡아 배상을 물리지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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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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