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즈' 시리즈의 운명을 결정할 최신작 '심즈 4'
지난 9월 2일(화), ‘심즈 4’가 정식 출시됐다. 전작인 ‘심즈 3’의 마지막 확장팩이 출시된 지 약 1년 만이다. 빠르다면 빠르고, 적당하다면 적당한 간격이다. 그리고 ‘심즈’ 시리즈를 오래 전부터 즐겨왔던 팬의 입장에서는 쌍수 들고 반길 소식이다.
이번 ‘심즈 4’는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큰 변화가 단행된 작품이다. ‘심(‘심즈’ 시리즈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부르는 명칭)들의 삶을 지켜본다’는 기본적인 게임성은 바뀌지 않았지만, 핵심 줄기를 차지하는 메인 시스템들이 크게 바뀌었다.
워낙 큰 변화다 보니 EA는 정식 출시에 앞서 이례적으로 데모 버전을 공개했고, 게임메카에서도 두 차례 리뷰를 통해 주요 시스템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시스템 자체는 매우 직관적으로 변해서, ‘심즈’ 시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편적인 시스템 평가에서 나아가 ‘심즈 4’의 전체적인 그림을 살펴볼 시간이다. 전작에 비해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게임성은 좋아졌는지 말이다.
솔직한 감정을 말하자면, ‘심즈’ 시리즈를 꾸준히 즐겨왔던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섰다. 새로운 시스템의 완성도를 떠나서, 몇 가지 핵심 기능들이 제거되어 게임 자체의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생 게임’에 한발 더 가까이: 감정 구현으로 깊어진 게임 플레이
‘심즈 4’는 출시 전부터 기대만큼이나 많은 우려를 샀던 작품이다. 프랜차이즈의 핵심이나 다름없었던 유저 콘텐츠 추가 기능이 삭제됐고, 소소한 재미를 안겨주던 심들의 유아기 시절이 사라졌으며 심리스 오픈월드에서 개별 지역 맵으로 회귀한다는 소문 탓이었다. 언급된 세 가지 부분 모두 ‘심즈 3’에서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던 콘텐츠여서 모두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콘텐츠를 더하기는커녕 빼다니? 통상적인 후속작 공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다. 특히 전작인 ‘심즈 3’의 경우는 유저 콘텐츠가 핵심 축을 차지하고 있었고,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했기에 더욱 그랬다.
확인 차 심을 만들어 플레이해 보니, 갓난아이는 유아 시절을 건너뛰고 바로 어린이가 된다. 전체적인 맵도 ‘심즈 1’이 떠오를 만큼 상당히 좁아졌고, 옆집을 방문하려면 별도의 로딩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생각보다 즐길 콘텐츠도 없고, 야외 활동을 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도 다 거기서 거기다.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원래 MMORPG로 출시됐던 타이틀이 멀티플레이 없는 PC게임으로 나온 것 같다.
▲ 직업 종류도 상당히 많이 줄었다
의사가 없다니
하지만 MMORPG와 PC게임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심즈 4’의 세계가 마냥 축소됐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각자 콘텐츠의 특성에 맞춰 플랫폼을 달리 선택한 것 뿐이니까. 실제로 ‘심즈 4’는 MMORPG보다는 PC게임에 훨씬 어울리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심의 감정에 집중해 그들 하나하나의 인생 자체가 완결성을 지닌 스토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능이 삭제된 아쉬움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
심들의 상호작용이 한층 다양해졌고 인공지능도 전작에 비해 나아졌다. 식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며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춤을 추면서 관심사를 공유하기도 한다. 가끔은 연인을 유혹하는 포즈를 잡고, 정보를 교환하다 지식을 습득할 때도 있다. ‘심즈’ 특유의 과장된 모션이나 목적에 맞지 않는 바보스러운 행동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용변이 급해지면 화장실은 찾아간다. 한 두 시간쯤 내버려 둬도 알아서 살아가는 자주적인 심들이 됐다.
▲ 활기찬 상태에서는 혼자 신나서 팔굽혀펴기를 합니다
▲ '핑크빛 유혹의 대화' 상태에 빠진 '매우 유혹적인' 심 여성
표정이… 참
▲ '깊은 영감받음' 상태에서는 기술 레벨도 빨리 오릅니다
샐러드 하나 만들었다고 요리 기술 상승
재미있는 부분은, 개발진이 수차례 강조했던 ‘감정’ 표현이 기대 이상으로 심들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가령 연인 관계를 맺어주고 싶은 심들이 있다면, 친밀도를 살짝 올린 후 열심히 ‘로맨스’ 카테고리의 상호작용을 눌러서 유혹적인 상태로 만들면 된다. 그 이후에는 둘이 알아서 진도를 뺀다. 특히 그 상태에서는 배가 고프거나, 심지어 화장실이 급해도 애정행각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그 탓에 가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심즈’ 시리즈의 재미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주변 환경보다는 심들에게 집중을 하게 된다. 시시각각 감정이 변하는 심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다. 더불어 들판에서 버섯이나 꽃을 채집하거나, 물고기를 잡고 식물을 키우는 등 소소한 재미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확장팩이 아니라, 기본으로 탑재된 생활 콘텐츠들이다.
▲ 허브를 직접 키우는 가정적인 여성
확장팩을 위한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다: 처음부터 다시 쌓은 기본 시스템
‘심즈 4’를 보고 떠오른 게임이 있다. 지난해 출시된 ‘심시티’다. ‘심즈 4’와 ‘심시티’는 세부적인 장르는 다르지만, 이미 틀이 갖춰진 IP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전환점’이기에 전체적인 시리즈의 흐름에서 봤을 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두 타이틀 모두 게임 자체의 흥행을 뛰어넘어, 새로운 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심즈’ 시리즈는 사실, 그래픽 수준만 높여서 후속작을 내놔도 호평을 받을 IP다. 애초 다른 시뮬레이션게임에서 다루지 못한 독특한 주제를 핵심 콘텐츠로 삼고 있고, 시리즈 첫 작품부터 그 정체성을 공고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즈 1’ 이후에 출시된 ‘심즈 2’에서는 게임성의 진보보다는 월등히 좋아진 그래픽을 내세웠고, ‘심즈 3’의 핵심은 최적화와 심리스 오픈월드 맵이었다.
▲ 마을 자체는 확실히 좁아졌다
▲ 누가 도서관에서 커플놀이하래!
그런데 ‘심즈 4’ 개발진은 보다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으로 게임을 구현하거나, 추가적인 콘텐츠를 집어넣는 것 대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과 건축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다듬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런 시도는 사실상, 모험이나 다름없다. 시리즈를 오랫동안 즐겨온 게이머들은 이미 기존 인터페이스에 충분히 적응한 상태이고, 후속작을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시스템보다 새로운 콘텐츠를 기대하기 마련이니까.
다행히 180도 변한 두 가지 핵심 시스템은 만족스러운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기존에 ‘심즈’시리즈를 즐기던 유저나, 새롭게 게임을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특히 건축 시스템은 ‘획기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진화했다. 예전 ‘심즈’ 시리즈의 건축 시스템은 적어도 중학생 이상이 되어야 완벽하게 다룰 수 있었는데, ‘심즈 4’에서는 초등학생도 왠만한 저택은 완성이 가능하다. 심지어 창문을 설치하는 높이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 어디가 좋을까
▲ 한번 내려도 보고…
드디어 이런 기능이 구현되다니, 눈물이
더불어 게임 자체의 안정성도 상당히 높아졌다. 여전히 잔 버그가 속출되긴 하지만, 로딩 속도도 크게 줄었고 게임 도중 갑자기 튕기는 일도 없다. 게다가 예전만큼 컴퓨터 사양을 많이 타지도 않아서, 노트북에서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기자가 사용한 노트북은 3년전에 구입한 모델이다.
이런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 ‘심즈 4’는 확장팩을 담아낼 단단한 그릇으로 완성됐다. 본편 외에 추가되는 콘텐츠를 유료 확장팩으로 발매하는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이야기는 논외로 두고, 차후 게임의 ‘확장성’을 따져 보면 분명히 많은 가능성을 지닌 게임이다.
클라우드 동기화도 안되다니... 트렌드에서 동떨어져 있다
‘심즈 4’에 아쉬운 부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후속작을 위한 토대를 단단히 세우려는 개발진의 의도는 십분 이해되나, 너무 기본으로 돌아가서인지 최신 트렌드를 게임에 반영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갤러리’다. 갤러리는 ‘심즈 4’에 와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으로, 자신이 만든 심과 건물을 라이브러리에 저장하고 선택에 따라 다른 유저들과 공유할 수 있다. 더불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 자신의 작업물을 바로 업로드하는 기능도 존재한다.
▲ 이렇게 라이브러리에 올려 놓아도 찾을 수 없다니
설명만 보면 최근 플랫폼을 막론하고 SNS와 클라우드 데이터를 도입하는 것을 반영한 듯한데, 막상 사용해 보니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사용하는 컴퓨터가 바뀌면, 자신이 라이브러리에 업로드한 데이터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즉, 자신의 집에서 만든 심을 친구 집에서 플레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심즈 4’가 오프라인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심지어 EA 전용 플랫폼인 오리진을 사용해 게임을 구동하는데도 클라우드 데이터 연동이 되지 않는다니. 최근에 출시된 게임들에는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기능임에도 말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데이터 업로드 시 온라인-오프라인 연결 전환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일 뿐 심이나 부지 데이터를 올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유저가 작업물을 올리기 전 온라인 연결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지 않기 마련인데, 연결 전환에 부하가 걸리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게임의 안정성을 위해서라지만, 유저 콘텐츠를 추가하는 창구를 아예 없애 버린 건 다소 섣부른 선택이다. 특히 ‘심즈’ 시리즈처럼 유저 콘텐츠가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작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따라서 차후에는 밸브 ‘도타 2’의 유저 모드샵과 같은 형태를 통해 유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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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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