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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 회사가 만든 게임에서 ‘덕’ 내가 난다

‘오르비’라는 사이트를 아는가. 이 사이트는 수험생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커뮤니티로, ‘무브’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무브는 오르비 운영에 가끔 학습지도 출판하는, 교육 서비스 업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이 회사에서 ‘몬스터플러스’라는 모바일게임을 내놨다.

게임사가 아닌 곳에서 모바일게임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에도 소셜 커머스 업체인 위메이크프라이스가 모바일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온라인게임처럼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신사업 모델로 추진하기 부담없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몬스터플러스’는 ‘교육’ 업체가 자체적으로 준비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거기에 게임 중에도 소위 ‘덕력’이 높은 장르인 게임인데 무려 ‘미소녀 TCG’다.


▲ '몬스터플러스' 메인 이미지 (사진제공: 무브)

미소녀 TCG는 상당한 ‘덕력’이 필요한 장르인데, 교육 업체가 이 장르에 손을 대다니. 걱정이 앞섰다. 마니아 유저가 대부분인 장르라 어설프게 시도하면 성공은커녕, 기존 카드게임 팬에게 지적만 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왠걸, 게임 담음새는 나쁘지 않다. 심지어 상당한 ‘덕력’까지 느껴졌다. 게임 개발 경험이 전무한 교육 업체에서 어떻게 이런 게임을 낼 수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몬스터플러스’ 개발을 총괄한 이재호 PM과 아트디렉터를 만나자마자 풀렸다. 무브 이재호 PM은 과거 제오닉스에서 ‘소드걸스’, ‘슈미드디바’ 개발과 운영에 참여했던 개발자다. 그 이후에는 엔크루에서 ‘데빌메이커: 도쿄’ 제작에 관여했다. 플랫폼을 막론하고 카드게임에 집중한 ‘TCG’ 전문가인 셈이다.


▲ 무브 임형욱 아트디렉터
이재호 PM은 개인사정으로 사진 촬영을 하지 않았다

“‘몬스터플러스’ 출시를 앞두고 퍼블리셔 미팅을 많이 했었습니다. 요즘 대세는 3D RPG인데, 왜 지금 와서 TCG를 만드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성공하기 어렵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소드걸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하면, 팀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질 좋은 콘텐츠를 계속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년간 TCG를 만들어온 이 PM이 내린 결론은 ‘카드게임의 핵심 재미는 수집’이라는 것이다. 유저들은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예쁜’ 카드들을 모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몬스터플러스’의 핵심도 카드 수집이다. 우선 상성과 역상성을 매치시켰을 때 주어지는 대미지 보너스를 극대화시켜, 등급이 낮은 카드라도 상성만 맞추면 강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등급이 낮은 카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유저들이 본인의 카드가 가치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거기에 모든 카드에 ‘덕심’을 저격하는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삽입해 수집욕을 자극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몬스터플러스' 카드 일러스트 이미지

여기에 카드를 모으는 과정도 까다롭지 않다. ‘몬스터플러스’에는 현재까지 카드 약 200종이 있는데, 카드를 10장 모을 때마다 카드를 뽑는데 사용되는 '마법석'을 무료로 제공한다. 과금 부담 없이 필요한 카드는 뽑으라는 의미다. 게다가 유료 아이템으로 카드 3장 중 원하는 것을 한 장 선택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 뽑기’를 출시해, 유저들이 적은 과금으로 필요한 카드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재호 PM은 “카드를 모아서 자신이 원하는 덱을 짜는 게 TCG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반에 수집이 너무 힘들면, 유저들이 오래 머물지 않잖아요. 그래서 카드를 일정량 모으면 지속적인 보상을 주고, 다 모았을 때는 더 큰 보상을 지급하죠"라고 말했다

이 PM 스스로가 ’몬스터플러스’는 정말 ‘혜자’ 게임”이라고 웃으며 설명했지만, 사실 이대로라면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결제 금액이 적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특히 카드게임은 평균 결제 금액이 적어도 많은 유저로 버티는 캐주얼 게임과 달리 소수 유저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장르인데 말이다.


▲ '몬스터플러스' 게임 소개 이미지

서비스 유지에 문제는 없겠냐는 질문에 이재호 PM은 TCG 시장에서 유저와 쌓은 오랜 '애정'은 통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오랜 시간 개발사와 유저가 연대하면 게임에 애정을 가진 유저가 서비스가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라도 결제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PM이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도달한 결론이다. 

그래서 이 PM은 ‘몬스터플러스’를 진득하게 즐길 TCG를 찾는 유저들에게 편안한 게임이 되게끔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빠른 성공은 어렵지만 오래 서비스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모든 유저 문의를 이 PM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 역시 유저가 원하는 바를 꾸준히 파악해 게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몬스터플러스’를 출시한 지 딱 두 달째인데요.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열심히 만들어서 출시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서비스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서비스는 곧 ‘소통’이고요. 예전 ‘소드걸스’때도 매일 올라오는 유저들의 글을 읽고, 당신의 글을 내가 봤고 알고 있다는 의미로 ‘ㄷㄷㄷ’라는 댓글을 꼭 달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모든 ‘몬스터플러스’ 유저들의 카페 글을 다 보고, 최대한 빨리 답변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유저들과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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