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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도 미소녀도 아닌 '개그맨' 소재 RPG라니

게임과 개그맨, 이들의 관계는 으레 홍보대상과 홍보모델로 귀결된다. 개그맨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유행어를 날리거나, 이벤트성으로 게임에 직접 등장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노예가 되어줘’의 신동엽이나 ‘군웅 온라인’ 광고를 찍은 김원효, ‘베나토르’의 유세윤, ‘머큐리: 레드’ 정범균 등등 다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캐주얼게임을 홍보하기에 개그맨 모델은 효과적인 탓이다.

그렇다면 개그맨’만’ 등장하는 게임은 어떨까? 단순히 평범한 게임에 홍보모델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개그맨을 주요 캐릭터로 설정하고 이들의 개그 컨셉을 살린 시나리오를 짠다면 말이다. 선뜻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가늠이 되질 않는데, 실제로 이 전대미문의 아디이어를 현실화시킨 게임이 있다. 누믹스미디어웍스가 개발하고 큐로홀딩스가 서비스 예정인 모바일 RPG ‘개그판타지’가 그 주인공이다.


▲ 용사도 미소녀도 아닌 본격 개그맨 RPG ‘개그판타지’ (사진제공: 큐로홀딩스)

“현재 모바일 RPG 시장은 다분히 하드코어한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갈수록 화려하고 복잡한 콘텐츠만 나오니 라이트 유저는 되려 할만한 게임이 없는 실정이죠. 이런 상황에서 모든 유저를 아우를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개그’를 발견했습니다. ‘개그판타지’는 라이트 유저도 편안하게 웃으며 즐길 수 있고, 하드코어 유저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그런 게임입니다”

판교에서 만난 누믹스미디어웍스 강재현 팀장과 이웅지 PM은 ‘개그판타지’를 남녀노소 누구나 ‘빵’ 터질만한 게임이라 자신했다. 그저 개그맨이 나오는 게임이 아니라, 진정한 본격 개그 RPG를 만들기 위해 하루 몇 시간씩 개그 프로를 보고 현업 개그맨에 도움도 받았다고. 개그맨 출연 계약 및 아이디어 제공에는 김대희가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제이디브로스가 협력했다.


▲ 누믹스미디어웍스 이웅지 PM(좌)와 강재현 팀장(우)

개그의, 개그에 의한, 개그를 위한 게임

“제이디브로스에 소속된 여러 개그맨 중 인지도 높은 15명과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KBS ‘개그콘서트로’ 잘 알려진 유민상, 박나래, 김지민을 주인공으로 발탁했습니다. 다만 같은 개그맨이라도 코너별 컨셉을 따로 구현하여 실제 캐릭터는 30명 가량 됩니다. 가령 같은 박나래라도 ‘깝스’ 박나래와 ‘썸&쌈’ 박나래가 각각 등장하는 거죠”

제이디브로스는 얼굴을 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다달이 개발진과 미팅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점심 시간에는 뚱보 캐릭터를 고를 수 없도록 하자’거나 ‘후배 개그맨은 선배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둥 개발자는 감히 상상치 못할 온갖 재미있고 황당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심지어 한 달간 개그맨 한 명이 파견되어 일선에서 게임 개발을 돕기도 했다.

이웅지 PM은 개그맨들의 개성을 게임에 녹여내는 핵심으로 외형, 목소리 연기, 그리고 연출을 꼽았다. 캐릭터가 실제 개그맨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그대로 모사함은 물론, 귀에 착착 감기는 더빙이 받쳐줘야 비로소 개그 프로를 보고 있는 듯한 '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스킬 연출까지 개그 컨셉에 맞춰져 있어, 박나래가 마동석으로 변신해 호쾌한 ‘김치싸대기’를 날리는 모습은 감상할 수 있다.




▲ 외형, 더빙, 연출 삼박자가 맞아야 비로소 개그의 맛이 살아난다 (사진제공: 큐로홀딩스)

헌데 아무리 재미있는 개그라도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웃기기보단 지겹지 않을까? 매주 새로운 개그가 나오는 TV 프로와 달리 게임은 스킬을 쓸 때마다 연출을 달리할 수가 없다. 이에 이웅지 PM은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입니다”라며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째로 같은 스킬이라도 여러 대사가 출력되도록 더빙을 충분히 해두었으며, 둘째로 개그와 별개로 연출 자체에 힘을 주어 자꾸 보아도 질리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개그맨으로 유혹하고, 게임성으로 사로잡겠다

개그 컨셉을 살리기 위한 개발진의 노력은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저들이 ‘개그콘서트’가 아니라 ‘개그판타지’를 즐기게 하려면 개그를 넘어 게임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기 개그맨이 출연한다는 것 외에 RPG로서 내세울만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처럼 비슷한 구성의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단순한 수집형 RPG가 아니라, 유저가 직접 마을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시뮬레이션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마을을 통해 각종 재화나 물품을 제작하고 다른 유저의 마을을 약탈하거나 반대로 침략당하기도 하죠. PvP도 여느 게임보다 규모가 큰데, 길드전만을 위한 월드맵이 따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전투에서 승리한 길드에게는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그곳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레이드 보스를 사냥할 권리가 주어지죠”



▲ 마을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개성적인 콘텐츠도 마련됐다 (사진제공: 큐로홀딩스)

캐릭터 육성에 있어서도 기존 모바일 RPG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개그맨마다 매력과 개성이 확고하다 보니 무작위로 캐릭터를 뽑기보단,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개그판타지’에서는 어떤 캐릭터라도 ‘조각’을 모아 별을 늘리고 아이템으로 승급까지 가능하다. 비록 캐릭터 하나를 키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육성을 온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스트레스는 덜어낸 셈이다.

무릇 RPG라면 스토리 또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방대한 시나리오 모드는 ‘개그판타지’의 또 다른 강점이다. 개그맨이 총출동하는 게임이 대체 무슨 내용일지 궁금한데, 이에 이웅지 PM은 “대중에게 친숙한 개그맨을 앞세운 만큼 스토리에도 누구나 잘 아는 동화를 차용했어요”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피노키오’같은 이야기가 하나의 챕터로 구성되며, 모든 챕터를 아우르는 큰 줄기는 유민상, 김지민, 박나래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갑니다”라고 설명했다. 아, 물론 껍데기만 동화일 뿐 알멩이는 소위 ‘약빤’ 전개의 연속이란다.


▲ '가챠'의 고통 없이 원하는 캐릭터를 골라 성장시킬 수 있다 (사진제공: 큐로홀딩스)


▲ 시나리오 모드는 한 마디로 '약빤' 동화 그 자체 (사진제공: 큐로홀딩스)

출시 목표는 무더운 8월의 불쾌지수 낮추기

최근에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를 겨냥한 모바일게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허나 특정 개그맨을 알고 언어유희를 이해할 수 있어야 100% 즐길 수 있는 ‘개그판타지’는 글로벌 전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강재현 팀장은 “이미 여러 해외 업체와 접촉하고 있습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임의 주요 시스템은 그대로 가져가며 등장하는 캐릭터만 교체하면 그만이라는 것. 국내에서 제이디브로스와 손을 잡은 것처럼 적합한 현지 연예기획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해외 진출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개그판타지’의 당면 과제다.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개그판타지’는 오는 8월 초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끝으로 강재현 팀장은 딱딱한 출시 목표 대신 “무더운 8월 초에 실컷 웃으며 불쾌지수를 낮출만한 게임을 선보이게 되어 기쁩니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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