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소드 아트 온라인’은 게임을 소재로 하는 소설 중에선 공전절후의 성공을 거뒀다. 게임 캐릭터의 사망이 현실에 있는 플레이어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데스게임부터 하늘을 나는 요정의 세계, 최고의 총잡이를 가리는 대회 등 다양한 게임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키리토’는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원작 소설은 전세계 누적 발행부수 1,900만 부를 돌파했고,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텁다. 또한 애니메이션화도 활발하게 진행돼, 2017년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 오디날 스케일’이 개봉될 예정이다.
이러한 미디어믹스에 게임도 빠지지 않는다. 2013년 PSP로 출시된 ‘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모멘트’에 이어 ‘할로우 프래그먼트’, ‘로스트송’까지, ‘소드 아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지루한 전투, 부족한 콘텐츠 등으로 ‘팬을 위한 게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자 역시 예전에 ‘로스트송’을 구매하고 실망한 적이 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펼치는 액션이라는 말에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맵 구성도 단조롭고 무기간 밸런스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27일, ‘소드 아트 온라인’ 4번째 게임인 ‘소드 아트 온라인: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이하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이 발매됐다. 특히 이번 작은 시리즈 첫 PS4 타이틀이자 정식 한국어화 발매되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AI 동료와의 폭넓은 교류, 강화된 액션 등 재미요소가 가득하다는 이야기까지! ‘한 번은 속아도 두 번은 없다’며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기자도 구매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 과연 ‘캐릭터게임’이라는 선입견을 깨트릴 수 있을까?
▲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 시작 화면
‘아스나’와의 데이트, 어디까지 해봤니?
‘소드 아트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답게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에서는 시리즈 인기 캐릭터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키리토’부터 그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연인 사이로 발전한 ‘아스나’, 내성적이지만 어딘지 지켜주고 싶은 여동생 같은 ‘시리카’, 덩치 크고 우직한 사내 ‘에길’ 등, 지금까지 소설과 게임에서 등장한 주역 캐릭터 13명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이 중에서 최대 3명을 뽑아 파티를 꾸려 모험을 즐기게 된다. 또한 DLC를 통해 ‘세븐’ 등 새로운 캐릭터가 더 추가될 예정이라 하니 기대할 만 하다.
▲ '키리토'는 아바타 커스터마이징도 가능
▲ 익숙한 캐릭터가 모인다
AI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던 시리즈 특징은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에서도 여전하다. 특히 이번 작에는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이모션 보이드’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각 캐릭터마다 ‘상냥함’, ‘참견쟁이’, ‘열정적’ 등 몇 가지 성격을 가지고, 이에 따라 전투나 교류 시 캐릭터의 반응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호전적’ 성격이 강할 때는 공격력이 높아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몬스터와 싸운다. 반면 ‘동료애’가 높으면 지원에 중점을 둔다. 플레이어는 캐릭터가 특정 성격에 맞는 행동을 할 때 칭찬을 해주는 것으로 그 성격을 좀 더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전혀 칭찬해주지 않는 성격은 사라지기도 한다.
▲ 새로운 시스템 '이모션 보이드'
▲ 칭찬을 해주면 해당 성격이 강화
호감도 역시 중요하다. 해당 캐릭터가 품고 있는 호감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야 더 강력한 장비를 선물하는 등, 게임 진행에 꼭 필요한 기능이 해방되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동료를 좋은 무기로 강화하고 싶어도, 호감도가 4랭크 이하라면 선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과 게임 플레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교류를 나누게 된다.
▲ 이 레이피어를 꼭 주고 싶었어...
여기에 교류를 나눌수록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아스나’와 단 둘이서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시논’과 몬스터 퇴치 경쟁을 하는 등, 소설을 읽듯이 다양한 상황을 즐길 수 있다. 또,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캐릭터의 매력도 충분히 전달한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마음에 든 여성 캐릭터와 침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데이트’ 이벤트로, 정말 연애를 하는 것처럼 달달한 대화를 지켜볼 수 있다. 거의 속옷 차림으로 나오는 특별 일러스트와 함께 말이다. 캐릭터 매력 하나는 확실한 ‘소드 아트 온라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 장인어른의 회사, 반다이남코
익숙한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 ‘유다희’를 느끼다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전작 ‘로스트송’과 마찬가지로 액션RPG의 형식을 취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 ‘키리토’가 되어 끝없이 펼쳐진 대지 ‘아인그라운드’를 모험하게 된다. 필드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어슬렁거리고, 몬스터 처치나 강적 토벌 등 다양한 미션도 준비되어 있다. 이를 반복하며 캐릭터를 육성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보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 게임의 골자다.
▲ 필드에서 몬스터와 싸우고...
▲ 아이템도 얻고...
▲ 강력한 정예 몬스터에 도전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전투의 난이도였다. 전작처럼 무턱대고 공격버튼만 연타하면 손해가 막심하고, 최악의 경우 퀘스트에 실패해서 기껏 소환조건을 맞춰 불러놓은 정예 몬스터가 증발하기도 한다.
난이도가 높아진 이유는 다양하다. 피격 시 경직이 그렇게 크지 않아 맹공격을 받는 몬스터가 반격하기 쉽고, 스킬 후딜레이도 길어 캐릭터가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일이 많다. 설상가상으로 정예 몬스터는 실수로 한 대만 맞아도 체력이 뭉텅뭉텅 빠진다. 때문에 게임에 익숙하지 않던 초반에는 ‘다크소울 같다’고 느낄 정도로 게임이 어려웠다.
▲ 데스게임은 아니라지만 너무 많이 죽었다
하지만 게임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컨트롤 실력에 따라 전투 난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승리했을 때 쾌감이 상당하다. 몬스터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연속 공격을 먹이면 대미지 배율이 증가해 피해량이 높아지고, 적이 공격하기 직전에 스킬을 사용하면 스턴을 걸 수 있다. 또한 스킬 사용 후 딜레이가 발생할 때, 동료와 공수를 교대하는 ‘스위치’를 사용하면 빠르게 회피하기 때문에 추가 피해를 입을 염려도 없다.
▲ 콤보가 쌓일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 딜레이는 '스위치'로 해결!
이외에도 동료들과 차근차근 스킬을 연계해 큰 피해를 입히는 ‘스킬 얼라이드’, 타이밍에 맞춰 딜레이 없이 스킬을 쏟아 붓는 ‘SSC’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단순히 버튼 몇 개를 반복해서 누르는 것이 아니라, 동료에게 내리는 지시, 타이밍에 맞춘 치고 빠지기, 스킬 연계 등을 전부 구사해야 하니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하게 됐다. 플레이어 컨트롤에 좌우되는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 조작하는 재미 자체를 높인 것이다.
▲ '스킬 얼라이드'에 성공하면 '폭딜'도 가능
또한 시간을 들여 충분히 강해질 수도 있다. 바로 여러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버프 스킬이다. ‘양손도끼’ 숙련도가 높아지면 3분간 파티 전체의 공격력을 30% 높이는 ‘워크라이’를 얻을 수 있고, ‘대검’을 사용하다 보면 체력 회복 속도를 2배로 높이는 ‘리제네레이션’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난 후반에는 30개 가량의 버프를 한꺼번에 걸기도 한다. 만약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고 해도, 든든한 버프를 얻어 두었다면 게임 진행에 큰 문제는 없다.
▲ 버프 30개면 100레벨 몬스터도 해볼 만 하다!
다른 건 발전해도 여전한 ‘AI’
이처럼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시리즈에서 항상 지적 받았던 전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조작하는 재미는 충실해 어엿한 액션게임의 면모를 갖췄다. 그렇다고 이번 작의 전투가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작에서도 지적 받았던 동료의 AI가 여전히 답답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작에서는 동료의 비중이 늘어 단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전투 중 동료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법은 L1 버튼과 방향키를 조합하는 것이다. 또한 지시하는 내용은 ‘적을 유인하라’, ‘일제히 공격하라’, ‘물러나라’, ‘회복하라’의 4개다. 이 정도만 있어도 대개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조작 자체도 상당히 간편한 편이다. 때문에 정신 없는 전투 중에도 적절한 지시를 내리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 희망편: AI들과 척척 맞는 호흡, 녹아내리는 몬스터
문제는 AI가 말을 잘 듣질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지시를 내리기 전에 공격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회복이나 회피 명령을 내려도 하던 공격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제발 좀 살아달라는 일념 하나로 회복을 지시하다가, 되려 플레이어 캐릭터 조작에 빈틈이 생겨 쓰러진 적도 있다. 그 상황에서 AI가 빨리 일으켜 세워준다면 좋겠지만, 쓰러진 위치가 좀 멀리 떨어져 있다면 무시하기 일쑤다. 그리고 결과는 붉은 게임오버 화면이다. 숙련된 지휘관의 행세를 하려다 파티가 전멸했으니 허탈해지기도 한다.
▲ 절망편: 말만 하지 말고 살려줘...
이러한 문제는 전작인 ‘로스트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 AI의 완성도가 낮아 적을 눈 앞에 두고도 가만히 있다던가, 쓰러진 플레이어를 방치해두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보스전에서는 어차피 광역기에 쓸려나갈 AI를 신경쓰기보다는 혼자서 싸우는 일이 많았다.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에서도 그 문제점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AI 문제만 해결했더라면 전투에서 합격점을 넘어 100점 만점을 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 아니 위험하니까 회복을 하란 말야...
캐릭터게임이라 무시하지 마라!
지금까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게임성을 캐릭터로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이러한 기자의 선입견을 날려주었다. 캐릭터의 매력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인데, 이를 전달하는 방식도 게임에 잘 섞어냈다. 전에 비해 훨씬 재미있어진 액션 역시 몰입감을 높여주기 충분했다. ‘팬심’을 자극하는 캐릭터 외에도 액션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은 ‘소드 아트 온라인’이 앞으로도 더 발전한 게임을 선보일 거라 확신한다.
▲ 액션게임으로서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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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
201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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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드 아트 온라인: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카와하라 레키 원작 '소드 아트 온라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RPG로, ‘아인크라드’를 재구축한 오리지널 세계관 ‘소드 아트 온라인: 오리진’을 무대로 한다. 원작과는... 자세히
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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