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우드와 C&C
웨스트우드하면 떠오르는 작품. 혹은 C&C하면 떠오르는 회사. 지혜의 땅이나 키란디아의 전설과 같은 불세출의 명작 역시 분명 웨스트우드의 손을 거친 작품이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웨스트우드 = C&C`로 대변되는 공식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웨스트우드에게 있어 C&C가 차지하고 있는 인지도는 대단한 것이었고 이들의 성공작 중의 하나인 레드얼럿 역시 전작의 지원사격이 큰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굳이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 게임의 선구주자격인 ‘듄 2’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RTS의 계보를 착실히 쌓아온 웨스트우드의 업적은 모든 게이머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게이머들은 C&C의 새로운 차기작인 ‘레니게이드’의 제작발표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수차례 거듭되던 발매연기에도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인 C&C의 세계가 완전한 1인칭 액션 게임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웨스트우드는 이와 같은 발표 후 곧 대대적인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레니게이드 제작에 착수했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끝에 노력의 산물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현재 뚜껑이 열린 웨스트우드의 ‘레니게이드’는 이미 많은 게임관련 매체의 찬사와 혹평을 오가며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다.
C&C 시리즈의 다각화에 첫 번째 단추를 끼운 ‘레니게이드’. 과연 RTS가 FPS를 만난 것일까? 아니면 FPS가 RTS를 만난 것일까? 이 두 장르의 적절한 혼합이 과연 어떤 게임을 탄생시킨 것인지 살펴보도록 했다.
레니게이드. 정말 C&C 시리즈가 맞을까?
놀랍게도 레니게이드에 적용된 C&C 세계는 거의 완벽한 이식(?)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핸드 오브 노드를 비롯한 C&C의 모든 건물, 기갑류, 유니트 체계가 3D에 그대로 재현되었고 화염방사기에서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리모트 C4까지 말 그대로 C&C 1인칭 액션 버전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C&C에 등장하는 험비, APC, 스텔스 탱크 등의 차량에 직접 올라타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것 역시 레니게이드의 매력적인 장점 중의 하나. 야포를 사용한 지원사격, 심지어는 핵폭탄 사용까지 의심할 여지없는 C&C 판박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레니게이드가 고증한 C&C의 세계는 이전의 작품을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수준만큼 상세하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골수팬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이지만 말이다.
잘 꾸며진 싱글플레이
게이머는 레니게이드에서 코만도 대원 중의 하나인 해벅 중위가 되어 NOD가 비밀리에 추진 중인 계획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적진을 단신의 몸으로 초토화시켰던 매력적인 캐릭터 코만도를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해볼 수 있는 영광이 드디어 게이머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스토리는 기존에 출시된 작품과 같이 ‘세계정복의 야욕을 품고있는 NOD를 GDI연합군이 막는다!’라는 뻔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앞서 얘기한 NOD의 비밀스런 계획인 생물학 무기개발을 저지하는 한 영웅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단순과격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코만도 하복중위를 선두에 내세워 기존의 C&C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세계관을 구석구석까지 훑어주고 있다.
싱글플레이는 임무목표만을 하달 받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기존의 FPS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물론 결말은 하나지만 게이머의 역량에 따라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티베리움의 공급을 끊어 적군의 생산속도를 늦출 수도 있고 앞쪽으로 들어가서 SAM 미사일을 파괴하든 아니면 그냥 뒤로 돌아가 아군의 공중지원기가 파괴되든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연출된 드라마처럼 적당한 조건이 만족될 때 ‘짠’하고 적군을 등장시키던 기존의 FPS 구성방식과 가장 구별될만한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후반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록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유니트의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웨스트우드가 FPS 제작경험이 전무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부분으로서 동료가 게이머의 갈 길을 완전히 막아선다던가 뒤에서 게이머의 머리를 총으로 쏜다든지, 혹은 아예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여서 게임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까지 AI와 관련된 단점이 잘 만들어진 싱글플레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연 꿈을 실현한 것일까?
레니게이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RTS의 묘미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새로운 멀티플레이 방식에 있다. 마우스로 찍어 누르며 태평스럽게 조작했던 대원을 자신이 직접 조종하여 적과 ‘진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설정은 누가 뭐라해도 많은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꿈을 사랑하는 많은 RTS팬들 외에 기존에 존재하는 액션팬들의 취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선 너무나 일률적인 RTS식 게임진행방법을 FPS에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으로 꼽힌다. 말 그대로 적진을 모두 함락하고 파괴하기 위해서는 게이머의 협동과 담합(?)이 절실하게 요구되기 마련인데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게이머가 일편단심의 마음을 가지고 임무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액션 게임의 멀티플레이를 조금만 경험해보았던 게이머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레니게이드의 멀티플레이에서 도입한 요소는 이미 트라이브스2나 오퍼레이션 플래쉬 포인트를 통해 ‘액션 게임에 적합한 수준’으로 구현된 바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FPS팬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예상외로 떨어지는 그래픽과 타격감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실제 사람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효과를 가진 FPS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마치 2년전으로 퇴보한 듯한 모습의 그래픽은 많은 액션 매니아들의 반감을 살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마치 장난감 레이저총을 쏘고 있는 듯한 부실한 타격감까지 합세해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아쉽지만 신선했던 경험
분명 하나의 게임을 다른 장르로 살려낸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해당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다른 형태의 게임을 성공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레니게이드는 처음 시도로 이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지금 레니게이드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참으로 곤란한 부분이 많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추가 MOD가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고 웨스트우드사 역시 게임의 개선을 위한 패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 게임을 즐겨하는 필자의 입장으로 실망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또 이러한 도전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웨스트우드하면 떠오르는 작품. 혹은 C&C하면 떠오르는 회사. 지혜의 땅이나 키란디아의 전설과 같은 불세출의 명작 역시 분명 웨스트우드의 손을 거친 작품이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웨스트우드 = C&C`로 대변되는 공식만을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웨스트우드에게 있어 C&C가 차지하고 있는 인지도는 대단한 것이었고 이들의 성공작 중의 하나인 레드얼럿 역시 전작의 지원사격이 큰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굳이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 게임의 선구주자격인 ‘듄 2’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RTS의 계보를 착실히 쌓아온 웨스트우드의 업적은 모든 게이머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게이머들은 C&C의 새로운 차기작인 ‘레니게이드’의 제작발표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수차례 거듭되던 발매연기에도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인 C&C의 세계가 완전한 1인칭 액션 게임으로 거듭난다는 사실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웨스트우드는 이와 같은 발표 후 곧 대대적인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여 레니게이드 제작에 착수했고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끝에 노력의 산물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었다. 현재 뚜껑이 열린 웨스트우드의 ‘레니게이드’는 이미 많은 게임관련 매체의 찬사와 혹평을 오가며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태다.
C&C 시리즈의 다각화에 첫 번째 단추를 끼운 ‘레니게이드’. 과연 RTS가 FPS를 만난 것일까? 아니면 FPS가 RTS를 만난 것일까? 이 두 장르의 적절한 혼합이 과연 어떤 게임을 탄생시킨 것인지 살펴보도록 했다.
레니게이드. 정말 C&C 시리즈가 맞을까?
놀랍게도 레니게이드에 적용된 C&C 세계는 거의 완벽한 이식(?)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핸드 오브 노드를 비롯한 C&C의 모든 건물, 기갑류, 유니트 체계가 3D에 그대로 재현되었고 화염방사기에서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리모트 C4까지 말 그대로 C&C 1인칭 액션 버전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C&C에 등장하는 험비, APC, 스텔스 탱크 등의 차량에 직접 올라타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것 역시 레니게이드의 매력적인 장점 중의 하나. 야포를 사용한 지원사격, 심지어는 핵폭탄 사용까지 의심할 여지없는 C&C 판박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레니게이드가 고증한 C&C의 세계는 이전의 작품을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수준만큼 상세하게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골수팬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이지만 말이다.
잘 꾸며진 싱글플레이
게이머는 레니게이드에서 코만도 대원 중의 하나인 해벅 중위가 되어 NOD가 비밀리에 추진 중인 계획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적진을 단신의 몸으로 초토화시켰던 매력적인 캐릭터 코만도를 1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해볼 수 있는 영광이 드디어 게이머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스토리는 기존에 출시된 작품과 같이 ‘세계정복의 야욕을 품고있는 NOD를 GDI연합군이 막는다!’라는 뻔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앞서 얘기한 NOD의 비밀스런 계획인 생물학 무기개발을 저지하는 한 영웅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단순과격하면서도 정의감에 불타는 코만도 하복중위를 선두에 내세워 기존의 C&C 시리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세계관을 구석구석까지 훑어주고 있다.
싱글플레이는 임무목표만을 하달 받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기존의 FPS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물론 결말은 하나지만 게이머의 역량에 따라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티베리움의 공급을 끊어 적군의 생산속도를 늦출 수도 있고 앞쪽으로 들어가서 SAM 미사일을 파괴하든 아니면 그냥 뒤로 돌아가 아군의 공중지원기가 파괴되든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연출된 드라마처럼 적당한 조건이 만족될 때 ‘짠’하고 적군을 등장시키던 기존의 FPS 구성방식과 가장 구별될만한 매력이다.
이러한 매력에도 불구하고 점차 후반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록 눈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유니트의 인공지능(AI)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웨스트우드가 FPS 제작경험이 전무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부분으로서 동료가 게이머의 갈 길을 완전히 막아선다던가 뒤에서 게이머의 머리를 총으로 쏜다든지, 혹은 아예 엘리베이터 사이에 끼여서 게임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까지 AI와 관련된 단점이 잘 만들어진 싱글플레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연 꿈을 실현한 것일까?
레니게이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RTS의 묘미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새로운 멀티플레이 방식에 있다. 마우스로 찍어 누르며 태평스럽게 조작했던 대원을 자신이 직접 조종하여 적과 ‘진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설정은 누가 뭐라해도 많은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꿈을 사랑하는 많은 RTS팬들 외에 기존에 존재하는 액션팬들의 취향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우선 너무나 일률적인 RTS식 게임진행방법을 FPS에 그대로 적용시키고 있다는 것이 최대의 단점으로 꼽힌다. 말 그대로 적진을 모두 함락하고 파괴하기 위해서는 게이머의 협동과 담합(?)이 절실하게 요구되기 마련인데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게이머가 일편단심의 마음을 가지고 임무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액션 게임의 멀티플레이를 조금만 경험해보았던 게이머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레니게이드의 멀티플레이에서 도입한 요소는 이미 트라이브스2나 오퍼레이션 플래쉬 포인트를 통해 ‘액션 게임에 적합한 수준’으로 구현된 바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FPS팬들에게 더욱 어필하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예상외로 떨어지는 그래픽과 타격감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실제 사람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효과를 가진 FPS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마치 2년전으로 퇴보한 듯한 모습의 그래픽은 많은 액션 매니아들의 반감을 살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마치 장난감 레이저총을 쏘고 있는 듯한 부실한 타격감까지 합세해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아쉽지만 신선했던 경험
분명 하나의 게임을 다른 장르로 살려낸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지만 해당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다른 형태의 게임을 성공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레니게이드는 처음 시도로 이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만한 작품으로 생각된다.
지금 레니게이드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참으로 곤란한 부분이 많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추가 MOD가 제작되고 있는 상황이고 웨스트우드사 역시 게임의 개선을 위한 패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 게임을 즐겨하는 필자의 입장으로 실망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또 이러한 도전이 지속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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