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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에 맞서싸우는 한 남자의 처절한 혈로(베르세르크 천년제국의 매편~성마전기의 장~)


원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최고의 재현도

「베르세르크」의 원작 코믹판을 본 사람이라면 이번 타이틀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을 것이다. 발매 전까지 공개된 정보를 봐도 원작에 충실한 연출과 그래픽이 눈에 띄었으며 특히 주인공 가츠의 거대한 쇳덩어리 검 드래곤 슬레이어로 적들을 썰어버리는 그 모습이 호쾌했기 때문이다. 필자도 워낙 「베르세르크」를 좋아하던 터라 기대를 가지고 이 게임을 플레이 해봤는데, 간단히 말해 원작의 세계관을 이렇게나 게임으로 완벽하게 재현해낸 게임은 「베르세르크 천년 제국의 매편~성마전기의 장(이하 베르세르크)」이 처음이었다. 원작의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어두운데 비해 컬러풀하게 나오는 이벤트 CG가 조금 색다른 느낌도 들었고, 3D로 만들었음에도 원작 작화와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모델링도 일품이다.

특히 원작을 본 사람에게 게임 플레이는 완벽한 재현도를 선사한다. 우선 드래곤 슬레이어를 이용한 베기 공격은 정말 제품 패키지에 써있는 문구 그대로 휘두르는 검의 무게가 느껴지며 석궁, 의수 대포, 작렬탄 등도 정말 원작에서의 가츠 그대로다. 가츠의 모델링이나 액션에도 감탄사가 나오지만 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정말 원작 그대로의 모습이라 깜짝 놀랄 정도(특히 그 트롤들의 재현도란…).

▲ 짜증난다고? 닥치는 대로 썰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으로 짜증을 풀자

▲ 원작을 통해 이미 익숙한 몬스터들도 대거 등장한다


콤보의 도입으로 지루하지 않은 게임 구성

항간에서는 단순히 □ 버튼만 누르면 되는 노가다 게임이라고 하지만 이 게임에는 ‘콤보’라는 요소를 통해 그 우려를 말끔히 잠재운다. ‘콤보’ 요소를 신경쓰면서 플레이할 경우 상당히 전략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콤보’는 것은 일정시간 내에 적을 연속으로 쓰러뜨리면 계속해서 경험치가 올라가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칼질 한 방에 쓰러지는 적들도 있는 반면 몇 초 이상 계속 공격을 해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는 적들도 도중에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 버튼만 누르다보면 금방 콤보가 끊기기 십상이다.

콤보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반 적들을 베기로 쓰러뜨리다 강력한 적이 등장하면 의수대포나 작렬탄, 낙인 모드를 적절히 사용해서 가츠의 딜레이를 최대한 줄여주면서 플레이해야 하기에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액션 배리에이션이 발생한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낙인 모드라는 것인데, 화면 좌측 상단에 낙인표시가 발생했을 때 △ 버튼을 누르면 가츠가 모든 적들에게 각각 정해져있는 특정한 액션을 취한다. 이것은 「모탈 컴뱃」 시리즈의 피니시 무브가 연상되는 기술로 적의 위에 올라타서 검을 세로로 크게 베어버리며 회전한다든지 칼등으로 적의 머리를 후려친 후 목을 잘라버리는 등 굉장히 잔인한 연출을 보여준다. 게다가 보스급 적 이외에는 모두 한 방에 없애버릴 수 있는 멋진 액션이기도 하다. 게다가 낙인 액션은 가츠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든지 간에(대미지를 입어서 넘어졌을 때를 제외하고) 바로 발동이 가 능해서 돌진을 많이 하거나 모아 베기를 사용한 후의 딜레이 도중에 사용하면 콤보를 쉽게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등 게임의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 좌측 상단에 낙인표시가 뜨면

▲ 한 놈만 잡아서 죽도록 패자

 

그 외에 「진 삼국무쌍」의 무쌍난무가 연상되는 버서커 모드나 다양한 동료들을 이용한 보조공격 등 액션게임으로서의 통쾌함과 콤보를 이용한 전략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한 적들을 베어나갈수록 가츠의 칼과 갑옷이 피범벅으로 물드는 연출을 보면 정말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언제 어디서나 찾아주는 마물들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가츠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낙인 때문에 밤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마물들과 싸워나가야 한다. 이번 「베르세르크」에서도 그런 설정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적들이 정말로 끝없이 계속 등장한다. 그런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가츠 주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적들을 무시하고 도망을 쳐도, 보이는 대로 적들을 모두 썰어버려도 언제 어디서나 적들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 말은 즉, ‘맵을 돌아다니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의 목적은 맵의 시작 지점부터 마지막 지점까지 이동하는 것이고 적들은 언제 어디서든 무한대로 등장한다…. 이런 조건이라면 적들을 모두 무시하고 그냥 길만 따라가서 클리어하든가 한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적들을 베어버리면서 이동하든가 둘 중에 하나인데, 전자의 경우라면 터무니없이 넓은 맵과 가츠의 느려터진 이동속도 때문에 의미 없는 달리기 노가다만 게임 내내 존재할 뿐이고, 후자라면 끝도 없이 반복되는 적들과의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맵의 이동과 전투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 좋은 의미로 해석한다면 플레이어가 전투를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무한 전투를 유도하는 능력치 레벨 업 시스템 그게 쉽지는 않지만….

▲ 맵은 이렇게 넓은데 등장하는 적들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

 

이벤트도 간간이 섞여 나오기는 하지만 겉만 다를 뿐 내용물은 모두 “일정지역 내에 등장하는 적들을 전멸시키는 것”이라 게임 초반부에는 상당히 진행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콤보에 신경을 쓰면서 전략적으로 적들을 쓰러뜨리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몇 시간 동안 계속 똑같은 내용의 전투만 반복한다면 질리지 않겠는가? 특히 스토리 연출 부분에 있어서는 원작을 보지 못한 사람이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맵이 넓고 복잡하면서도 이벤트는 단순한 챕터 3까지의 루즈한 진행을 견디기 힘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챕터 4부터는 한정된 공간에서 조금 다양한 임무를 부여해주거나(이녹 마을의 경우 결국 임무는 적들의 전멸이지만 스토리나 연출적인 부분으로 그 지루함을 약간 커버해준다) 일직선 진행을 하며 보스전 배틀을 연속으로 벌인이는 등 나름대로 괜찮아지긴 하지만….


설정에 너무 충실한 액션?

가츠가 들고 다니는 검은 그야말로 쇳덩어리라 과연 인간이 들 수 있는 무기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임 내에서는 이 드래곤 슬레이어의 성질을 아주 충실하게 반영해서 베기 동작이 굉장히 크고 느리며, 공격 후의 딜레이가 크다. 특히 진동까지 더해져 있어 자신이 엄청나게 무거운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도록 해주는 등 무게감의 표현은 굉장하다. 그러나 이런 무게감은 상쾌하고 템포가 빠른 액션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적을 벨 때 팔을 베면 팔이 잘려나가고 몸을 베면 정확하게 머리가 잘려나갈 정도로 판정이 엄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적을 포착해서 공격하지 않는다면 검 한 번 잘못 휘둘러 콤보가 끊기는 사태가 종종 발생한다. 이것 역시 취향에 의해 갈리게 되는 부분이니 자신이 어떤 식의 액션을 선호하는지 잘 생각해보고 판단하도록.

 

총평을 해보자면

원작을 게임화한 캐릭터 게임이라는 측면에서는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의 세계관과 액션을 보여준다. 필자도 이 게임을 해보면서 원작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초반의 지루한 연속전투와 진행은 분명히 단점이다. 특히 로딩이 잦고 길기 때문에 게임 진행이 부분부분 끊기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초반이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후반의 연출을 기대하며 미리 경험치도 올리고 전투 스킬도 올리면서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휘두르며 적들을 한꺼번에 썰어버리는 손맛 하나는 일품이니까.

▲ 이벤트 CG는 멋지다

▲ 베르세르크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옵션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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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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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개
드림캐스트에 이어 PS2로 발매되는 베르세르크 최신작. 이번엔 길티기어 시리즈의 유통사로 유명한 사미가 게임개발을 지휘하니 완성도를 기대해도 좋다. 거대한 검을 등에 차고, 살아남기 위해 적들을 베어나가는 가츠의...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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