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뛰어난 물리엔진과 인공지능 그리고 마치 자신이 영화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실감 넘치는 연출을 보여준 하프라이프의 등장은 FPS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로부터 6년… 개발버전의 유출과 잦은 발매연기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등장한 하프라이프 2는 그동안의 기다림을 일순간에 날려버릴 만한 멋진 작품이었다. 시작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매챕터마다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게임 하프라이프 2. 이제 세상을 구할 영웅 고든 프리먼은 바로 당신이다.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
세상을 창조하다
실사를 연상시키는 사실적인 텍스처와 뛰어난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프라이프 2가 모니터 안에서 보여준 영상은 지금까지 나온 게임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탁월한 것이었다. 이런 탁월한 그래픽은 좁은 범위의 인물 모델링이나 배경타일이 아닌 매우 큰 범위의 아름다운 공간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게임들과 현격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 감동은 시작 부분 지붕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티 17의 멋진 모습에서부터 시작됐다. 깎아지는 절벽아래로 유유히 지나가는 새떼나 저녁노을에 물든 바다의 모습 등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경관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게임을 진행하는 중간중간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시티 17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을 보여준다 |
▲곤충으로부터 컨셉을 따왔다는 스트라이더와 무장 헬리곱터, 뛰어난 모델링도 일품이지만 게이머가 RPG를 발사하는 순간 회피하면서 격추시키기 위해 로켓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공지능은 경악 그 자체다 |
이런 일상적인 아름다움과 현실적인 그래픽은 묘한 조화를 이루어 마치 실제로 그 게임 안에 들어가있는 착각을 게이머에게 불러일으키며 게이머와 게임 사이에 호흡의 일치를 이뤄낸다.
▲이질적이지만 친숙한 이미지. 하프라이프 2는 이런 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래픽을 게임 곳곳에 삽입시켜 놓았다 |
하지만 단순히 게임의 그래픽이 사실적이거나 멋지다는 단순한 기준에서의 평가로는 이 게임의 영상을 표현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들이 보여준 쏘고, 던지는 등의 모든 것들이 단방향적인 스토리텔링이었다면 하프라이프 2는 게이머의 행동이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쌍방향적인 인터렉티브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프라이프 2의 개발과정의 대다수는 애니메이션과 물리엔진, 음성의 파장을 인식하여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입모양과 표정을 만들어내는 립싱크 엔진의 개발에 투자됐다 |
단순히 배경에 굴러다니는 빈 깡통에서부터 벽 한구석에 쌓여있는 상자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배경으로 치부할만하던 모든 요소들은 물리엔진과 중력건이라는 요소와의 만남을 통해 게이머가 직접 움직이고 반응할 수 있는 요소들로 바뀌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좁은 문 앞에 큰 옷장을 들어 엄페물을 만들고 적에게 던져 쓰러뜨리거나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등의 다채로운 행동을 게이머가 직접 조종할 수 있다.
단순히 물건을 이동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다. 독극물이 가득 찬 물탱크 위를 빈 드럼통이나 나무판자와 같이 부력이 강한 물건을 타고 건널 때 혹은 지렛대를 이용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아 지렛대를 고정시켜 올라가는 등 부력, 중력, 질량이 모두 적용되는 물리엔진을 이용한 진행방식들도 눈에 띈다.
마치 에드립을 하는 배우처럼 단순히 총을 쏘고 피하는 행동만이 아닌 게이머의 판단에 따라 같은 상황이라도 주변의 물건을 이용해 다른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내 기존의 FPS와는 다른 현실감을 제공한다.
▲하프라이프 2의 놀라운 점은 게이머가 생각하는 대다수의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화면에 보이는 대다수 물건들은 게이머가 직접 움직일 수도 혹은 게이머의 움직임에 따라 간접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
결과적으로 뛰어난 그래픽과 에니메이션, 그리고 물리엔진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환경반응들은 조화를 이루어 모니터 안에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탄탄한 시나리오 구조
단순히 반복되는 구조와 신선하지 못한 게임방식으로 전작들이 선사했던 신선함을 초월하지 못한 다른 후속작들과 달리 하프라이프 2는 물리엔진과 중력건을 이용한 게임진행방식과 연출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방식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매 챕터마다 획기적인 요소를 등장시켜 게임에서 손을 땔 수 없을 정도의 재미를 제공하는 구성의 튼튼함을 선보인다.
▲하프라이프 2는 게임 내에 많은 암시와 복선들이 깔려있댜 |
예를 들어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운하를 가로지르는 미션에서는 전투헬기의 공격을 피하는 긴장감 넘치는 서바이벌 레이싱의 형태를 취하던 것이, 중반 이후 펄스건을 장비하게 되면 지금까지 쫓기기만 했던 무장헬기와 맞대결을 하는 건슈팅으로 바뀌게 되는 등 매 챕터마다 새로운 요소들로 신선한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슈팅 레이싱과 공포 등 상당히 흥미진진하면서도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전개해주고 있다 |
새로운 혁명을 기대하며
하프라이프 2는 모든 면에서 혁명적인 게임성을 가진 작품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탁월한 물리엔진을 활용한 현실과도 같은 게임성과 영화적인 연출에 있다.
이런 물리엔진을 이용한 게임진행방식은 단순히 짜여진 스크립트에만 따라가던 기존의 게임방식을 탈피 게이머에게서 창조적인 게임방식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프라이프 2는 FPS를 새롭게 재정립한 게임으로 칭송할만하다.
곧 공개될 하프라이프 2의 풀버전 SDK모드 툴의 공개 이후 얼마나 멋진 모드들이 등장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 이상의 작품 하프라이프 2의 멋진 변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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