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 리뷰 >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제라)

지난 2월 15일 ‘압도적인 비주얼’을 내세우며 유저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던 제라가 드디어 오픈베타테스트에 돌입했다. 제라의 비주얼적 측면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오프닝과 공개된 동영상 등을 통해 모두에게 충분히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게임의 겉모습만이 아닌 색다른 제라만의 특징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을 차례다.

과연, 화려한 비주얼 만큼이나 게임 내 컨텐츠들도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

▲겉보기에는 좋다


화려함이 너무 지나쳤나?

제라는 오픈 전부터 화려한 오프닝 동영상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 화려함은 캐릭터 생성장면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며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멋들어진 캐릭터 생성장면을 보고 있자면 게임 내 화려한 액션과 현란한 그래픽을 절로 상상하게 될 정도. 또한 데미플레인에서 보여주는 보스 몬스터 등장 동영상이나 캐릭터와 몬스터들의 오버액션 및 화려한 스킬 이펙트 등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캐릭터 생성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보스의 위압감도 좋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제라는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세세한 것들은 놓치고 말았다. 이동의 불편함, 단순한 패턴으로 공격해 오는 몬스터, 개연성이 부족한 퀘스트 등 기본적인 시스템은 간과한 채 그래픽에만 공을 들인 느낌이다.

게임이 눈만 즐거워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눈이 즐거운 것은 탄탄한 컨텐츠에 부가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라는 컨텐츠 보다 화려함을 선택한 듯 하다. 데미플레인 말고는 즐길만한 컨텐츠가 없고, 그렇다 보니 필드가 버려져 가뜩이나 배경이 썰렁한 필드가 더욱 초라해 보인다.

▲배경이 참 썰렁~해 보인다.

▲튜토리얼 역시 어딘가 허전한 느낌.

데미플레인’만’ 노려라

제라에서 내세우는 가장 독창적인 시스템이 바로 인스턴트 던전 개념의 데미플레인이다. 그 만큼 데미플레인에는 개발사측에서 쏟은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특히 베르바즈 이후의 데미플레인부터는 보스몬스터의 동영상은 물론 다양한 함정과 장치 등이 등장, '인스턴트 던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하나의 데미플레인을 클리어 할 때마다 각각의 항목에 점수를 매기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에 차등을 주는 것 역시 제라만의 특징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도 지니고 있다

▲S등급을 받아야만 스페셜 아이템을 획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데미플레인에서도 여러 문제점을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게임 전체가 데미플레인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레벨 업을 빨리하기 위한 것도, 아이템을 성장시키기 위한 재료를 구하는 것도 모두 데미플레인을 통해야만 이뤄진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필드는 버려지고 데미플레인 입구에만 유저들이 모이기 마련. 레벨 3에서 잡을 수 있는 일반 몬스터가 주는 경험치는 기껏해야 수십 안밖, 그러나 단 10분이면 클리어 할 수 있는 첫번째 데미플레인의 경우 S등급(받기도 쉽다)에 19,000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보상을 준다. 이쯤이면 누구라도 필드를 버리고 데미플레인을 선택하지 않을까?

▲아무리 열심히 잡아도 경험치는 얼마 안된다

게다가 똑같은 데미플레인을 계속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한다. 실제로 처음 겪는 데미플레인에서 다음 데미플레인 입장 레벨인 10까지 올릴 경우 대략 40여회의 '똑같은 미션'을 클리어 해야 한다.

이는 데미플레인이 즐거움을 주는 독특한 컨텐츠가 아닌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야만 하는 또 하나의‘노가다성’ 컨텐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빠른 레벨 업과 고급아이템을 위한 지겨울 정도의 노가다’ 이것이 바로 제라의 가장 큰 특징인 데미플레인의 현재 모습이다.

▲처음 쓰려뜨렸을 때만 즐겁지 계속 반복해봐라

필드는 외롭다!

유저들이 데미플레인에만 집중하다 보니 필드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그럴 법도 한 것이 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유용한’ 컨텐츠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이뤄지는 일반 퀘스트와 민원 퀘스트는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일반과 민원 퀘스트 모두 스토리가 흥미미진진한 것도 아니고 보상도 변변찮다. 그렇다 보니 굳이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성이 없게 된 것이다.

▲몬스터 20마리를 잡으면 3030 EXP. 데미플레인을 10분 정도 하면 19,000 EXP. 선택은 각자 알아서.

예를 들어, 유해를 찾는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유저는 앞뒤 사정도 모른 채 유언록에 나와있는 곳을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퀘스트의 내용이 빈약한 것도 문제지만 퀘스트 진행과정 또한 너무 허무하다. 유언록에서 알려준 장소만 찾아가면 그냥 저절로 유해는 찾아진다. 유저가 하는 일은 단지 마우스를 클릭을 하며 이동하는 것뿐. 그렇다 보니 퀘스트 완수에 대한 아무런 보람도 느낄 수 없다.

이처럼 밋밋한 스토리 라인은 물론 미션완수의 보람도 없고, 보상도 크지도 않으니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유저가 필드를 버리고?데미플레인으로 몰리는 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간혹 퀘스트를 주는 NPC가 몬스터로 인식되는 난처한 경우도 있다.

지금의 제라에서 필드는 단지 새로운 데미플레인을 찾아 떠나기 위한 장소에 불가할 뿐이다.

유일한 합격점, 에고 패널과 스킬 룬

지나친 반복 플레이로 인해 ‘제라의 자랑거리’에서 ‘문제아’로 전락해 버린 데미플레인과 달리 스킬시스템인 에고 패널과 스킬 룬은 제라의 특징으로서 내세울 만 한다.

에고 패널은 쉽게 말해 스킬을 장착할 수 있는 틀이다. 이 틀 안에 어떻게 스킬을 배치시켜 장착하느냐에 따라 스킬 콤보가 달라져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스킬을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자드의 스킬인 '뇌격발산'과 '마력의 벽'을 에고패널의 대미지 + 30의 위치에 넣고 순서대로 스킬을 사용하면 마력의 벽에 대미지 +30이 적용된다.

▲에고 패널에 스킬을 장착하고 뇌격발산 이후

▲마력의 벽을 써주면 완벽한 콤보!

이런 에고 패널에 사용되는 '스킬 룬'은 몬스터를 통해 드랍되고, 거래 또한 가능한 아이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때문에 제라에서는 보다 강한 스킬을 모으기 위해서는 그 만큼 게임을 열심히 해야 한다.

'비슷비슷한 종류의 장비와 정해져 있는 스탯'으로 인해 캐릭터 간의 차이점이 없는 제라에서 이런 스킬 룬 시스템이야 말로 캐릭터 간의 차별을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자잘한 버그와 불편한 시스템들!

클로즈베타테스트 때도 지적됐던 자잘한 버그는 여전하다. 특히 서버에 인원이 ‘많음’ 상태가 되면 꼭 잦은 튕김현상이 발생한다. 데미플레인을 진행 할 경우 임무를 다 완수해 가는 찰나에 튕기게 되면 얼마나 억울한지는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일이다.

또한 몬스터들의 AI가 계속 같은 패턴으로 움직여 그 패턴만 파악하면 몬스터를 공격하는 일은 누워서 떡 먹기가 돼버린다. 가장 심각한 것은 데미플레인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인공지능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 예를 들어, ‘되찾은 낙원’ 미션의 보스 몬스터의 경우 일정 거리까지 끌고 오면 더 이상 캐릭터에게 다가오지도, 공격을 가하지도 않으며 엉뚱한 곳을 향해 공격을 하는 등 어이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여기까지 끌고 오면 바보가 돼버린다

▲두 번째 보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이 같은 문제점이 어느 정도 수정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완벽히 다듬어 지지 않았다. 이 같은 몬스터의 낮은 인공지능은 데미플레인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 유저들이 좀더 쉽게 사냥을 할 수 있도록 '교전 몬스터 수'라는 문구를 화면하단에 표시했다. 하지만 ‘교전 몬스터 수’라는 글자 부분이 클릭되지 않아, 이동시 글자를 피해서 클릭해야만 하다보니 오히려 불편이 가중됐다. 이는 제라의 시스템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대체 몇 번째인가?


겉 멋만 잔뜩 든 제라, 갈 길이 멀다

제라에 대한 총평을 내리자면, 연예인 뺨 치게 멋진 이성에게 반했다가 그의 입에서 머리가 ‘텅~빈’ 소리가 들려 올 때의 그 실망감!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즉, 겉모습만 화려했지 정작 중요한 알맹이가 빠진 셈이다.

제라는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텅 빈 머리 속을 하나씩 채워나가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데미플레인과 필드와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레벨 업에 지나치게 몰린 컨텐츠도 문제. 실제로 데미플레인의 뛰어난 보상 때문에 일반과 민원 퀘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지다 보니 가뜩이나 모자란 게임 내의 컨텐츠가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퀘스트의 스토리 라인이나 배경 등을 유저들에게 인식시켜 퀘스트 진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인챈트 재료' 또한 데미플레인에서만 나온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제라는 단순히 ‘비주얼도 게임의 일부’라는 명제를 가지고 승부수를 던지기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탄탄한 컨텐츠가 뒷받침 돼준다면 몰라도 비주얼만 내세워서는 전혀 승산이 없다.

사람이든 게임이든 겉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겉모습은 단지 그 사람(혹은 게임)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액세서리 정도 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라가 차곡차곡 내실을 채워 ‘비주얼만 좋은 게임’이 아닌 ‘비주얼까지 좋은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제라는 스킬획득 및 숙련에 따른 자유도 높은 캐릭터 성장 방식, 특색 있는 가변형 던전인 데미플레인, 넓은 전장에서의 전략적 PvP 등 다양한 시스템들을 마련했으며 저레벨부터 고레벨까지 각 단계에 맞는 퀘스트를 ...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