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이 연일 뜨거운 감자다. 엔씨소프트 지용찬 기획팀장은 '아이온'의 원래 기획은 `국내 유저들에게 먹힐 수 있는 해외 스타일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둥글게 모여 한대씩 치고받으며 사이좋게 물약을 나눠마시는 물약액션 게임 말고, 머리랑 손가락을 써서 상대방을 제압하는 컨트롤 게임을 만들겠다는 말이다.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WOW'의 시스템에 엔씨소프트만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의도는 매우 좋아 보인다.
영화로 따지면 예술영화 말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이니 `재미`라는 요소만 충족된다면 해외시장 석권하는 `초대박`은 아니더라도 국내시장을 장악한 'WOW'를 견제하고 한자리 떡 차지하는 `대박`은 노려볼만 하다.
이렇게 '아이온'에 대한 시선을 한 단계 내리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첫 느낌도 후두부를 한대 후려 갈긴듯한 강렬한 인상이 아니라 `거품 쫙 빼고 기본에충실한 온라인게임?`정도의 무난한 느낌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이 `신선하다`라는 느낌이 싹 가시면 결국 남는 것은 `콘텐츠`뿐인데 '아이온'이 얼마나 버텨줄까 라는 것이다.
'WOW'의 뿌리는 스토리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스토리 라인을 하나씩 채워주는 것은 패치와 확장팩이다. 계속 죽어가는 영웅들이 조금 안쓰럽긴 하지만, 앞으로 수년은 더 우려먹을 수 있는 콘텐츠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스토리라인이 버티고 있다. 헌데, 현재 '아이온'의 스토리는 빈약하다. 컨셉자체가 RVR이니 스토리는 넘어가더라도 롱런할수 있는 콘텐츠가 어비스뿐이니, 그 깊이와 수준에 따라서 `모`아니면 `도`로 나뉠 판이다. 자~ 그럼 게임판에서 '아이온'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1. 몰개성의 극치 vs 엔씨의 색깔
굳이 외모지상주의의 사회 열풍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예쁜 건 기분 좋고 사랑스러운 거다. 적어도 동양권에서만큼은 그렇다. 미운 자식은 떡 하나 더 주지만, 예쁜 자식은 알아서 잘 챙겨 먹는 시츄에이션. '아이온'의 캐릭터 디자인은 '리니지'3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엔씨의 명민함과 '아이온'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개성 강한 거 안 만드나 못 만드나. 개성강한걸 원하는 유저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예쁜 걸 선호하는 유저들은 그 곱절은 더 많다. 개성강한 캐릭터로 소문만 헬게이트는 클베때부터 가장 많이 피드백을 받은 것이 도무지 정 붙이기 힘든 캐릭터 외형이었다. 국내에서 퍼블리싱이 결정된 워해머온라인도 국내성공의 걸림돌이 게임성이 아니라 서구형 외모라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꽃미남, 꽃미녀 캐릭터에 대해 마치 에볼라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저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현상이다.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서 개성을 원하는 유저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니깐. 하지만, 그런 게임이 아니라고 해서 게거품 물며 싸잡하 비하할 필요도 없다. 그것은 관심이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관절염에 가깝다. 지긋지긋한 논쟁의 나락 끝에서 건질 거라곤 저려오는 손가락의 통증보다 의미 없는 거다.
캐릭터가 예쁘다고 해서 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거다. 몰개성으로 몰고가는 게임풍토는 개발사가 만드는 게 아니라 유저들이 만드는 거다. 블러드엘프의 편입으로 호드인구(정확히 말하면 블러드엘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봐도 알 수 있다. 여론과 결과치가 따로 놀 때 사람들은 그것을 현실이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왜 줄고 있나. 답은 시청률 안 나오니깐, 꽃미남 캐릭터 왜 만드나. 안 만들면 게임 쳐다보지도 않으니깐. 답은 꽤 가깝다.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들만 키보드를 잡는 현실은 왜곡이다.
요컨대, 엔씨의 색깔은 몰개성이 아니라 국내현실을 투영한 거울이다. 개성적인 것은 다 좋은데 돈이 안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이 거울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놔도 시즌2에서 종족비율이 천족이 훨씬 더 앞섰다 |
2.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 vs 싱거운 게임
'아이온' 프로모션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아이온'메카에서는 북미웹진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봤다. 상당히 긍정적인 덧글이 많이 보였다는 것은 동영상 하나는 기가막히게 만드는 엔씨의 포장기술 덕분이겠지만, '리니지'류의 게임을 접해본 유저들의 뼈있는 덧글도 보였다. 아래는 그중 한 명이다.
IQLars:한국 mmo는 진짜 처절하다. 완전 좀비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1000마리 몹을 잡으면 아이템을 하나 준다. 그리고 다른 종류의 몹을 잡으면 또 다른 아이템과 경험치를 준다. 완전 사람 죽인다. 한국인들이 지루한 100가지의 mmo를 만들어도 다 구리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 하드코어가뭔지 아는가? 하드코어란 니 머리와 팔을 미친 듯이 굴려야 할 때 쓰는 단어다. 그냥 날이면 날마다 파밍하는 좀비들에게 쓰는 게 아니라.. (후략) |
한국MMO라고 해봐야 물건너간 게 '리니지2' 밖에 없으니 이 유저가 왜 광분하는지 알 만하다. '리니지'는 분명 그랬다. 아이템이 희귀했다. 그래서 현물화 가치가 높았다. 100마리잡고 아이템 하나 얻을 바에야 돈 많은 사람은 현거래해서 아이템 사는 게 빨랐다. `어차피 게임도 돈 내고 즐기는 레저스포츠아니냐. 돈 주고 스트레스 풀겠다는데 웬 말이 많으냐`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시작부터 맨몸뚱이에 몽둥이 하나 쥐여주고 던져놓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아이템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얻는 아이템이야말로 나의 아이템이고 내게 맞는 아이템이다. 시행착오 없이 그 중간단계를 건너뛰면 문제는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리니지'는 아이템의 현물화 가치가 높은 게임이었고 현거래는 활성화됐다. 현거래는 작업장을 불러들였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아이온'은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한 엔씨의 돌파구라고 할수있다.
전반적인 평가는 1차리뷰때와 다르지 않다. 헌데 뭐랄까 하면 할수록 신선한 첫 느낌을 이어줄 만한 콘텐츠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시즌2가 오픈하고 큰 지역이 열렸어도, 기존 튜토리얼지역의 확장판이라고 생각될 뿐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게 문제다.
몹을 보면? 그냥 후려치면 되고~♩ |
?더쎈 몹을 보면 콤보로 후려치면 되고~♪ |
?적진영
점점 늘어나면 |
??싸움이라는
게
지겨워질 때면~ |
좁은 필드안에서 알콩달콩 부대끼면서 사람냄새 물씬 풍기지만, 도무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동선이 짧아 이동은 편하지만, 모험하는 느낌은 없다. 어디에 어떤 NPC가 있는지 퀘스트 창에 NPC 이름만 클릭하면 지도에 표시되지만 이 때문에 퀘스트 목적을 상실해버린다. 그냥 링크있으니 찾아가는 식이다. 근래 하고 있는 반지의제왕 온라인과 완전 반대이다.
'반지의 제왕 온라인'에서 퀘스트는 이렇다. 몬스터를 잡다가 퀘스트 아이템을 먹었는데 우클릭을 하니 퀘스트 목적이 떴다. `북서쪽 어딘가에 이 아이템을 원하는 NPC가 있는듯 하다` 필드크기를 'WOW'로 치자면 불모의땅 3~4개를 붙여 놓은듯 한데 설명은 고작 이것뿐이다. 3시간을 뒤져 퀘스트를 수행했다. 보상은 정말 형편없지만, 뭔가를 해낸 듯한 쾌감이 밀려온다.
게임이 부족하고 없을 때야 유저들은 이런 모험을 즐겼지만, 눈뜨면 신작게임이 나오고 제발 한 번만 해달라고 개발사에서 발벗고 유저모시기 하고 있는 이때 어쩌면 이런 모험적인 요소를 패대기치는 것은 엔씨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어차피 대다수의 유저들은 퀘스트를 읽어보지 않는다. 내가 뭘 잡아야 하는지 어떤 NPC를 만나야 하는지만 중요할 뿐이다.
이런 편의성을 제공해준 게임은 국내엔 오직 '아이온'뿐이다. 내 단짝 순희도 좋아하고 옆집 아저씨도 좋아하는 게임이다. 머리를 쓸 일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까다롭게 만들었다가 언인스톨당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계산기 들고 산수문제 푸는 식이지만, 그래도 퀘스트 어렵다고 항변하는 유저가 있는 걸 보면 참, 대한민국에서 게임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모험적인 요소가 없다는 것은 '아이온'의 불안요소지만, 어정쩡하게 만들 바에야 최대한 편의성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대중성과 편의성을 성공요소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아이온'이 가야할 길은 멀다.
'아이온'은 '리니지'와 분명 다르다. '리니지'의 뿌리를 한 움큼 뜯어내 모양만 다른 화분에 심지 않았다. 차라리 한국토양에 키운 외래종 식물과 비슷하다. 펑펑 터져나오는 아이템 덕분에 레벨 때마다 다른 아이템을 입을 수 있고 지르기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 게임하는 동안 돈 걱정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현재 서비스중이거나 테스트중인 국산게임과 비교하자면 단연 군계일학이다. 아직 부족하고 수정할 점은 산처럼 쌓였지만, 기본을 져버리진 않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란 얘기다. |
3. 컨트롤이 없다 VS 컨트롤이 쉽다.
진짜연기는 대본대로 하는 액션이 아니라 상대방의 액션에 반응하는 리액션이다. 감독이나 배우들이 상대방의 연기를 평가할 때 이런 리액션을 중점적으로 본다. 상대방 뺨을 쳤는 데 생각보다 세게 쳤다. 대본엔 분명 약하게 치는 거였는데 맞은 상대방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때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는 초짜다. 세게치면 세게 반응하는 게 기본이다. 이런 리액션을 잘하는 배우는 송강호다.
게임으로 치자면 다옥이고 와우다. 상대방 스킬에 반응할 수 있는 나의 스킬은 무궁무진하다. 앞뒤옆 어떤 방향에서 스킬을 쓰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린다. 스트레이트가 들어오면 가딩인지 가드인지 아니면 크로스카운터인지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변수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컨트롤이고 자신과 캐릭터가 한몸이 되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어려운 거다. 쉽지 않은 거다. 못하면 고통스러운 거다. 시쳇말로 발리는 거다.
'WOW'가 수준높은 게임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컨트롤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용개라는 스타가 하나 탄생하기 위해서 토륨수류탄에 맞아 죽은 수백만의 양민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뇌연령 58세인 서민 장동건부터 뼛속부터 킹왕짱 강력한 용개의 간격을 시스템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어려운 거다.
그래서 '아이온'에서는 콤보로 만들었다. 하나씩 시켜먹으면 돈이 많이 드니 세트메뉴로 주문하라는 엔씨의 배려다. 구양신공이든 원기옥이든 뭐든 다 콤보니 상황에 맞게 눌러주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화려한 스킬이 나간다. 엔씨표 비주얼이야 온라인게임에서는 세계최강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너도나도 구양신공이고 원기옥이라면 장무기와 손오공따위는 필요 없는 게 아닌가. 햄버거를 세트로 시켰으니 코카콜라를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럴 수 없어 난 애국자야 태극마크가 그려진 펩시를 먹을 거야 하고 울고 짜고 해도 소용없는 것이 아닌가. 액션과 리액션은 있는데 잭필드 3종 신사바지처럼 양산되고 맞춤 제작되었으니 개성까지 바라는 건 무리가 됐다.
?에이지오브코난의 전투컨셉은
바로 캐찹난무다 |
그리고 이건 그냥 서큐버스일뿐인데... 엇!? |
?흔히
'WOW'에서 발컨을 123컨트롤이라 말하는데 |
어디서든 자세만 잡으면 이달의 월페이퍼가 된다 |
'아이온'은 RVR게임이다. 1:1밸런스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협동을 중시한다는 슬로건이다. 매니아들에게는 아쉬운일이지만, 서민들에게 키보드만 잡으면 너도나도 장무기고 손오공이며 스티븐시걸이고 척노리스가 된다는 사실은 묘한 끌림이다. 대중에게 먹히는 컨셉이다.
이렇듯 '아이온'은 철저히 대중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쉽게 만들어졌다. 성공요소가 있다면 게임 전반에 깔린 대중적인 컨셉이며 불안요소는 지나친 편의성으로 인한 지루함이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영화라면 액션이라고 하기보다는 멜로에 가깝다. 하지만, 그 불편한 팩트속에도 영웅을 꿈꾸는 유저들이 더 많다는 사실은 '아이온'의 노림수다.
'아이온'이라고 쓰고 '리니지3'이라 읽는다.
'리니지'라는 말만 나오면 웹진 구석구석을 누비며 대하소설분량의 비평을 쏟아내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리니지'하면 떠오르는 게 뭐냐. 노가다, 현피, 현질, 사기, 어째 9시뉴스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엮어져 들어온다.
행여나 '리니지'를 옹호하는 덧글이 있다면 신들린 반박으로 영혼을 완전 연소시켜주신다. 덕분에 별거 아닌 기사 한 편이 '리니지'에 대한 불만을 배출하고 게워내기 위한 훌륭한 시궁창이 됐다. 돈 주고 시켜도 못할짓이다. 그런데 무료로 해주신다. 두 팔 걷어붙치고 나서서 해주신다. 도시락이라도 쥐여주면 독립투사도 부럽지 않다. `이한몸 불태워 '리니지'를 깔 수 있다면 그래서 대한민국 게임계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언제라도 불붙여주마` 이 열정으로 공부를 했더라도 당구장이나 만화방으로 빠질 가능성이 큰 심보다. 오지랖이 넓은 건 이젠 죄다.
'리니지'는 단순한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었다. 음악시장에 서태지가 있고, 영화시장에 쉬리가 있었다면 게임시장에는 '리니지'가 있었다. '리니지'는 온라인게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사회를 만들었다. 혈맹주의 후에 그것이 퇴색되고 변질하였다 할지라도 '리니지'에 빠져들었던 당시는 우리를 울고 웃겼던 매우 획기적이고 훌륭한 시스템이었다.
거창한 수식어로 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분명한건`겨우 게임 따위`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큰 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 속에 좋은 건 쏙 빼버리고 나쁜것만 골라 말한다. 내가 도박은 했지만 그것은 화투를 만든사람 탓이라고 말한다. 나의 알콜중독을 소주 탓으로 돌린다. 내가 현질은 했지만, 아이템 값어치를 높게 만든 엔씨 탓이라고 말한다.
단물 쓴물 다 빨아먹고 마지막에 계정 팔아 용돈까지 챙기면서 침을 뱉고 욕한다. 그들의 주장은 흡사 `내가 불법다운로드 한 건 인정하지만 돈 주고 살 만한 게임을 만들지 않은 개발사 탓이 크다`라고 엎질러진 요강처럼 구린내가 나는 클리셰를 펼치는 것과 같다. 이런 값싼 주장들이 설득력 있게 포장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결론은 `결국 누구 탓인가`인데 꼭 누구 똥이 더 구린지 맛을 봐야 알겠는가. 어차피 뒤로 나오는 건 다 구리다. 이땐 내 것이 더 구리다라고 인정하면 편하다.
'리니지'는 한 시대를 풍미하고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할 일을 다한 것이다. 세계적인 명작 울티마 온라인은 아직도 서비스 중이지만, 그 가치에 대한 평가가 오늘까지 지속된 건 아니다. 지금은 울티마온라인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 그저 그런 게임중 하나일 뿐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가치의 평가는 최고 전성기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리니지'가 몰매를 맞을 이유는 없다. 그시절엔 그런게임이 통했고, 유저들한테 먹혔다. 변질된 게임성의 잘잘못은 그 누구도 콕 찝어 말할 수 없다.
'아이온'은 안티'리니지'를 지향하고 만들어졌지만, '리니지3'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건 아이러니다. 유저들은 도대체 '리니지2'와 다른 게 뭐냐고 묻지만, 개발자들은 똑같은 건 뭐냐고 반문한다. 개발자가 여론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기획그대로 만들고 만든 그대로 평가받으면 된다. '아이온'은 목 넘김이 강한 맥주지만, 시장엔 그런 맥주들이 널리고 널렸다. 국산이라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시대도 지났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깊은맛을 내기 위해 갈 길도 멀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아이온'이라 쓰고 '아이온'이라고 읽을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절반의
성공가능성과 반절의 위험요소?
엔씨소프트는
국산 온라인게임계의 자존심이고 '아이온'은 그 자존심에 대한 증명이기에
성공하지 않으면 국내게임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수 있다는 일부의 동정여론은
추잡한 거다. 가능성이 없으면 망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어떻게 망해야
하는가
쫄딱 망해야 한다. 그래야, 정신 차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썩을 밧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해서 성공하면 다른 제작사들도 같은 줄을 타고
만다.
나중에 다 같이 떨어지면 이 무슨 개망신인가.
'아이온'이 탄 밧줄은 분명 새것이지만, 새것같지 않는 느낌은 약이자 독이다. 약이 된다면 지용찬 기획팀장의 말 그대로 해외스타일의 게임성에 엔씨의 색깔을 입힌 것. 중학교 1학년부터 50대 사장님까지 쉽게 편하게 즐기되 일부 검증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리니지'2와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을 맛보게 하려는 시도다. 만약 독이 된다면 한층 높아진 게이머의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어정쩡한 컨셉에 또 그렇고 그런게임을 만들려고 했다는 오명이다.
'아이온'의 성공여부에 대한 관심은 이미 게임과 주식시장 전반에 퍼져있다. 클로즈베타 시즌2가 종료되고 여기저기서 오는 문의전화 덕분에 업무가 거의 마비됐다. 본인은 게임분석가도 펀드매니저도 아니니 제가 성공가능성에 대해 묻지 말자. 한가지 확실한 건 대박이든 쪽박이든 '아이온'은 국내온라인게임에 대한 이정표를 세우게 될 것이고, 온라인게임 유저라면 그런 이정표가 어떤 수준의 게임인지 한번쯤 체험해봐도 좋다는 것이다. 다음테스트 때는 '아이온'의 모든 것이라고 할수있는 어비스가 공개된다. 잔뜩 기대하자. '리니지'라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짊어진 '아이온'의 행보는 관심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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