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 투 더 퓨쳐’를 알고 있는가? 지난 8월 27일부터 OBT를 시작한 ‘콜 오브 카오스’는 국내 MMORPG의 ‘백 투 더 퓨쳐’ 판이라고 할 수 있다. ‘콜 오브 카오스’는 국내 MMORPG계의 서막을 열었던 ‘리니지 1’의 모든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게임의 첫 시작지인 ‘라브스 섬’에 도착한 필자는 ‘리니지 1’의 ‘말하는 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 고전 MMORPG의 매력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난 '콜 오브 카오스!' |
그러나 ‘콜 오브 카오스’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처럼 과거의 문제를 해결해내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리니지 1’보다 퇴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OBT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성한 완성도와 불안한 서버 상태는 유저들을 두 번 괴롭혔다. 그럼, 지금부터 ‘콜 오브 카오스’의 OBT 현장을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내 캐릭터가 어떻게 크는지 나도 몰라!
일단, ‘콜 오브 카오스’의 캐릭터는 레벨과 체력/마나 수치만 올라갈 뿐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레벨 업을 해도 캐릭터의 능력치가 변화하지도 않고, 유저가 올릴 수 있는 스탯 포인트도 주어지지 않는다. 캐릭터의 능력치 조절은 오직 캐릭터를 처음 생성할 때나 가능하다. 물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캐릭터가 조금씩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느낌일 뿐이다. 캐릭터의 성장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적인 정보가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
▲ 경험치 쌓아서 레벨이 올라가도 진짜 강해진 건지 아닌 건지, 이건 뭐 감각이 없어... |
특히, 마법사 클래스를 제외한 물리공격 클래스들에게는 따로 스킬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모든 사냥을 평타 공격으로 지속해야 한다는 점에 가장 당황했다. 필자가 플레이 한, ‘엘븐 나이트’ 역시, 따로 공격 스킬이 없어 레벨이 올라가도 캐릭터를 키워간다는 맛이 매우 적었다. 게다가 앞서서 말했듯이 ‘콜 오브 카오스’는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샤냥의 재미마저 느끼기 힘들다.
▲ 쭈~욱 이어지는 물리 공격 클래스의 평타 플레이는 계속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있는 마법사 클래스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일단 새로운 스킬을 익히면 따로 스킬창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인벤토리 창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레벨이 올라가 많은 스킬을 습득할 경우, 해당 유저가 인벤토리 부족에 시달리거나 사망하면 스킬북에 필드에 드랍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요새 MMORPG를 모두 둘러보아도 이렇게 불쌍한 마법사는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 쌓이는 스트레스를 마나 삼아 분노의 마법을 날려라! |
고레벨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약육강식의 세계!
‘콜 오브 카오스’는 고레벨의 유저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따라서 레벨이 적은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밖에 답이 없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은 너무도 자유로운 PK 시스템에 있다. ‘콜 오브 카오스’는 ‘리니지 1’처럼 마을을 제외한 전 지역을 무대로 제한이 없는 PK를 표방한다. 그러나 이 PK 시스템은 몇몇 고렙 유저들의 얌체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 실제로 필자 바로 옆에서 사망한 어느 유저...아이템을 남기고 사라지다; |
가장 심각한 문제가 사망에 따른 아이템 드랍이다. ‘콜 오브 카오스’는 플레이 도중, 사망하면 랜덤한 확률로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이 필드에 드랍되어 해당 아이템을 다른 유저가 가져갈 수 있다. 때문에, 고가의 아이템을 노리고 고의적으로 PK를 걸어오는 얌체 고렙 유저들이 상당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 저 붉은 아이디를 보는 순간 드는 생각은 '아, 척살감이로구나?!' |
게다가 이 아이템 드랍률을 낮출 수 있는 것이 오직 레벨 업밖에 없다는 것이 초보 유저들을 더욱 괴롭힌다. ‘콜 오브 카오스’는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성향이 오르는데, 이 성향이 높을수록 사망 시, 아이템이 드랍될 확률이 떨어진다. 쉽게 말해, 억울하면 열심히 레벨 업을 하라는 말이나 똑같다. 모든 게임에 있어서 초보 유저들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특정 레벨까지는 PK와 아이템 드랍에 대한 보호 관련 추가 옵션을 넣어 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다분하다.
▲ PK에 화나서 경비병에게 달려들면 이 꼴을 당하니 주의! |
PK에 이어서 이번에는 돈 문제! - 제 기능을 발하지 못하는 스톤샵!
초보 유저들을 괴롭히는 것은 비단 PK 뿐만이 아니다. 사냥에서 얻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어 필요한 포션과 아이템을 마음껏 구매할 수 없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해주겠다. 10레벨 때, 사냥이 가능한 ‘블랙야크’나 ‘어린 늑대’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돈은 4~5CP이다. 한 번 레벨업을 할 때마다 모을 수 있는 돈은 고작해야 4백~5백CP. 그러나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값은 적어도 2천~3천CP을 호가한다. 때문에 유저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가만히 서서 체력을 채우는 시간, 시쳇말로 ‘피탐’을 가지며 아까운 플레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한 15분쯤 사냥을 하면 5분 가량 피탐을 가져야 한다...감질나게; |
장비 아이템이라도 많이 얻을 수 있다면 개인 상점을 이용한 활발한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돈보다 더욱 심각하여 유저들의 부족함을 채우기에는 터무니없다. 특히, 검과 같은 공격용 장비는 정말 드랍률이 희박하여 특히, 초반 자금이 없는 초보 유저들을 더욱 더 괴롭힌다.
▲ 필자가 처음으로 사냥으로 얻은 아이템 '물약'...그래도 무진장 기뻤다?! |
이런 초보 유저들을 위해 OBT 때, 개설된 스톤샵도 제 역할을 소화해내지 못한다. ‘스톤샵’은 이렇게 초반 자본이 없어 난감해하는 초보 유저들을 돕기 위해 신설된 특수 상점으로 각 유저들에게 매달 15일, 2천만CP가 무료로 지급된다. 잘만 활용하면 초보 유저들도 돕고 기존 유저들에게도 쏠쏠한 비상금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콘텐츠라 사료된다.
▲ 스톤으로 살 수 있는 건 물약하고 기타 주문서 뿐이었어? 이런 사기꾼! |
그러나 지금 스톤샵에서는 살 수 있는 것이 체력 물약과 각종 확인서, 부활 주문서밖에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원래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초보 유저들을 위한 값싸고 질 좋은 장비 아이템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게다가 초보 유저들이 주로 구입하는 물약은 하나에 2십만 CP로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어 필요한 만큼의 양도 구입할 수 없다. 스톤샵 전용의 아이템과 장비의 구성과 가격 책정 문제를 한 번 더 고심할 필요성이 있다.
이건 뭐 할 수 있는 게 채팅밖에 없구먼!
‘콜 오브 카오스’에는 사냥과 그 간극을 메우는 채팅밖에 딱히 즐길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만약 ‘리니지 1’을 플레이했다면 ‘말하는 섬’ 지역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창기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 아니면 가끔 나타나는 NPC 플레이어를 따라가거나... |
초보 지역에서의 거의 ‘튜토리얼’에 가까운 퀘스트를 제외하고는 20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그 어떤 퀘스트도 없다.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스토리를 알아가고 재미를 느끼는 MMORPG 장르로써 이보다 더 큰 단점이 있다. 게다가 ‘퀘스트’라는 목표가 제대로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 레벨 업이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필자는 레벨 업을 하며 기존 MMORPG에서 문제시 되었던 ‘막노동성 퀘스트’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 저에게 제발 할 일을 주세요...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1인이었다; |
게다가 파티 시스템도 부재하다. ‘콜 오브 카오스’에서 유저들끼리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로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길드 전쟁과 PK, 그리고 채팅밖에 없다. 물론, 같이 사냥하는 것은 가능하다. ‘콜 오브 카오스’의 경우, 같은 몬스터를 서로 다른 유저가 공격하면 공격 정도에 따라 경험치를 차등 분배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같이 사냥을 즐길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함께’ 사냥을 하고 있다는 동료애를 얻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온라인 게임인만큼 좀 더 유저들끼리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는 ‘파티 플레이’를 비롯한 커뮤니티 시스템의 추가가 절실하다.
▲ 다른 유저와의 화목한 파티 플레이가 하고 싶건만...'콜 오브 카오스'의 모든 유저는 서로에게 적이다! |
‘리니지 1’의 계승, 꿈도 꾸지 마라!
지금까지 ‘콜 오브 카오스’의 여러 면모를 살펴보았다. 필자가 그 동안, 많은 온라인게임 리뷰를 써왔지만 이처럼 장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게임은 처음이었다. ‘리니지 1’의 계승을 꿈꾸며 올드 유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배짱으로 시작한 ‘콜 오브 카오스’는 계승은 둘째 치고, 오히려 ‘리니지 1’보다 퇴보한 게임성으로 많은 유저들을 당황하게 하였다. OBT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각종 버그와 불안한 서버 상태는 더 이상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해주고 싶다...있을 때, 제발 좀 잘해라! |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져오는 것은 답습이지 계승이라고 할 수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이런 문제들을 ‘콘셉’을 지키기 위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온 태도는 신작 게임을 개발하는 제작사로써 볼 때, 매우 안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보통 유저들보다 더 뛰어난 안목과 경험을 소유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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