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는 지난번 미나바 히데오 씨와 요시다 아키히코 씨의 인터뷰에 이어 스퀘어에닉스 디자인 부의 또 다른 FF12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FF12의 외관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이번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모두 풀어보도록 하겠다. 아마노 요시타카 씨의 인터뷰로 이 릴레이를 마칠 수 있을지 지켜봐주기 바란다.
[FF12 핵심 개발자 릴레이 인터뷰 Vol.1 보러가기]
- 우선 한국 유저들에게 카미코쿠료 이사무 씨는 생소한 크리에이터입니다(웃음). 이번에 인기몰이 하셔야죠! 일단 카미코쿠료 씨가 어떤 분이고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직접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카미코쿠료 이사무(이하 카미코쿠료): 이번 ‘FF12’에서 2D 배경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맡고 있습니다. 사실 2D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데, 위에서 총괄을 맡기지 않았으면 그냥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 그럼 요시다 아키히코 씨가 참여하고 있는 메인 캐릭터를 비롯한 등장 캐릭터 디자인에는 참여하지 않으셨겠군요.
카미코쿠료: 그렇습니다. 이 대답은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한 건데 말씀하셨으니…. 비공정 디자인 등의 몇 가지를 제외하고 ‘FF12’의 모든 배경 디자인에만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형에 관한 디자인이라든가, ‘FF12’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디자인이라든가 말이죠.
- 지난번 미나바 씨에게 들었던 바대로 ‘FF12’ 제작은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어 있군요.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카미코쿠료 씨가 ‘FF12’ 작업에 참여하기 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 여쭈어봐도 될까요?
카미코쿠료: 말씀드리기 부끄럽군요. 게임업계 경력을 이야기 하자면 전 거의 초짜나 다름없습니다. ‘FF12’ 작업 전에 참여했던 ‘FF10’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배경 디자인을 했었고요, 게임업계에서 처음 한 작업이 바로 ‘FF10’이었습니다. 게임업계는 초짜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어디가나요(웃음).
- 정말인가요? 전혀 그렇게 안보였는데, 의외에요. 굉장히 경험과 관록이 많dms 분으로 생각했는데…. 그만큼 신선한 디자인이 많이 나오겠죠.
카미코쿠료: 사실 게임 디자인에 관해서는 어떤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스퀘어에닉스에 입사했습니다. 이제 입사한지도 4년이 되어가는군요. 정말 빠릅니다. 그 동안 게임업계에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이제는 문제없습니다. 뭐든 잘할 수 있어요(웃음).
- 그럼 그 이전에는 게임과 관련된 일은 전혀 하신 적이 없으신가요?
카미코쿠료: 음~. 이전에는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잘 하는 것 같다만 뭘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라는 말을 주위에서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전에는 이런 일은 그냥 프리터(주: 아르바이트 개념의 프리랜서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음)처럼 일을 하면서 틈틈이 익혀온 실력입니다. 실력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군요.
- 그래도 지금은 일러스트나 디자인 모두 이렇게 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나요?
카미코쿠료: 그냥 있으면 하고 없으면 노는 식이었죠. 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은 전혀 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림과 관련된 것이라면 학생시절에 유화를 즐겨 그렸다는 것 정도. 실력이 형편없어서 어디다 내다 팔정도는 아니었고요, 그냥 뜻 맞는 친구들과 전시회를 열곤 했습니다.
- 그랬었군요. 점점 흥미진진한데요(웃음). 그럼 스퀘어에닉스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카미코쿠료: 이전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게임에 관련된 일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실력도 안되는 게 꿈만 그렇게 꾸고 있었죠. ‘언젠가는 꼭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요(웃음).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습니다. 29살이 되어서야 이런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유화밖에 없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CG가 아니었죠.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매킨토시를 구입해 독학으로 캐릭터 등의 이미지를 그리는 방법을 익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정도 실력이면 회사에 지원서 정도는 낼 수 있겠지’하는 정도에 이르러서 스퀘어에닉스에 지원서를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단번에 합격이 되었습니다. 담당자가 같이 일 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 그럼 이 그림도 매킨토시로 작업을 하신 건지요?
카미코쿠료: 그렇습니다. 우선 연필로 보통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스캐너로 스캔을 한 뒤 포토샵으로 세부적인 이미지 작업을 했습니다.
- 이미지를 보면 굉장히 세세하게 작업하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선도 굉장히 얇고 복잡해 보이는 것이 어지럽네요(웃음).
카미코쿠료: 이 그림을 회사에서 의뢰받았을 때 선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다른 이미지 작업과는 달리 해상도도 높게 잡았고요, 연필로 그린 얇은 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엄청나게 큰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 이제까지의 ‘FF’시리즈에서는 아마노 요시타카 씨가 그린 일러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했었죠. 이번 카미코쿠료 씨의 일러스트는 아마노 요시타카 씨의 그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와 맛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작업을 하실 때 지난 ‘FF’시리즈의 일러스트를 의식하셨나요?
카미코쿠료: 지난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의식하면서 작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색을 사용하는데 조금 신경이 쓰였습니다. 저는 본래 좀 옅고 수수한 색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고, 원색 같은 강렬한 색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미지 일러스트 같은 경우는 광고 선전용으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 취향이나 방식대로 진행하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제 방식으로 하면 그렇게 임팩트 있는 그림이 나올 수 없거든요(웃음). 화려하지만 튀지 않고 눈에 띠는 색을 사용했지만 번잡해 보이지 않게 하려고 고심을 했습니다.
- 그렇군요. 역시 이번 일러스트는 지금까지의 ‘FF’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미지였습니다. 정보량이 굉장했을 것 같은데….
카미코쿠료: 이 그림들은 설정 일러스트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 이미지 일러스트 프로젝트는 처음 시작된 것이고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설마 이것까지 다 취재하시려는 것은 아니죠(웃음).
작업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는 사람이 어떤 세계를 상상해야 하는지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어야 했기 때문에 모두들 모여서 ‘FF12’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제가 ‘어떤 세계를 그려야겠다’라는 것이 이때 다 결정된 것이죠.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FF12’의 세계관을 표현했고 그 중 이번에 공개된 일러스트들이 가장 그 세계관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다른 분들이 선택해주신 것들입니다.
- 그렇군요. 그럼 당분간은 세계관을 표현한 것들만 그려서 공개할 것이란 말씀이신가요.
카미코쿠료: 제 작업실이나 방은 작업하기에 좀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한 장만 그려서 끝나는 일이라면 한 장만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싶죠(웃음). 몇 장이고 계속 그리고 싶지도 않고 한 장의 그림에 모든 느낌과 이펙트를 다 표현해내고 싶은 것이 바로 제 바램입니다. 의뢰한 사람이 원하는 것 모두를 단 한 장의 그림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죠.
- 전에 미나바 씨에게 이 그림에 채색된 코발트 블루와 오렌지 색의 대비는 ‘FF12’를 상징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미코쿠료: 처음은 건물의 색과 캐릭터의 복장 등과 같은 파츠의 색을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각각 제가 원하는 색으로 채색하고 싶었습니다. 최종 단계에 가서는 아트 디렉터인 미나바 씨와 상의해서 색의 사용에 대한 것을 결정하려고 했지만 말이죠. 이렇게 하면 한 장의 그림이라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웃음).
- 일러스트를 얼핏 보면 근 미래도시처럼 보이는데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물체도 보이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 같은데요.
카미코쿠료: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근 미래도시로 세계관을 설정한다면 ‘FF’의 세계와 맞지 않는 세계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마츠노 씨는 ‘FF12’의 세계관에 대해 식물과 도시가 서로에게 융합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려있는 그런 이미지를 제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이미지를 보면 가장 눈에 띠는 것 두 가지가 있죠. 첫 번째는 식물과 도시가 어울려 있는 것. 두 번째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류계급 층이 살고 있는 대도시의 주택가 건물과 낮게 드리워져 있는 서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가. 바로 이것이 ‘FF12’의 세계관입니다. 참고로 이 그림은 마츠노 씨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 이 그림을 보면 설정 일러스트로 그렸다기 보다는 순수한 일러스트로 그렸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습니다.
카미코쿠료: 그렇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그림을 그릴 때는 ‘FF12’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이 그림을 그릴 때는 꽤 많은 요소들이 구체화 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FF12’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었습니다.
-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큰 그림의 일부만을 표현한 그림 같아 보여요. 마치 오른쪽에 그림이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카미코쿠료: 저는 이런 질문에 항상 ‘그렇습니다’라는 답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항상 의식하는 편이죠. 그림 밖 몇 센티미터에 상상의 공간을 둔다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 때문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는 사람이 ‘이거다’하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지만 보는 사람의 자유를 생각해 주는 것도 어찌 보면 배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것이 보이시나요(웃음)?
- 주인공 일행이 서 있는 이곳은 거대한 비공정 위인가요?
카미코쿠료: 이미지 그림을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렇게 보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입니다. 처음에 이 그림을 그릴 때는 비공정의 갑판 위를 이미지로 했었지만요.
그런데 그리다 보니 배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점점 옅어져 갔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설정을 바꿔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었죠(웃음).
- 상공에 떠다니는 것은 비공정 맞죠(웃음)!
카미코쿠료: 네! 이 비공정들은 게임에 등장합니다. ‘어차피 등장시킬거면 아까우니까 모두 그리는 게 어때요. 디자인 용지도 한 장 아낄 수 있고 말이죠’라고 미나바 씨가 이야기했거든요. 설정을 보고 설정대로 그리는 것도 굉장히 힘든데, 디자인을 하면서 나름대로 그림을 수정하라니…. 초반 작업이 너무 힘들었죠.
- 그럼 이것은 카미코쿠료 씨의 오리지널 작품이군요. 앞서 설명해 주신 작품도 오리지널 작품인가요? 두 그림모두 제가 보기에는 멀리서 이 풍경을 관망하고 있는 시점 같은데…. 어떻습니까? 혹시 ‘FF12’ 대부분의 일러스트의 이와 같은지요.
카미코쿠료: 이것들은 마츠노 씨가 가지고 있는 작품세계가 제게 전해져서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들입니다. 마츠노 씨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어떤 영화의 그 장면처럼 비주얼 이미지를 지정해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죠.
하지만 그런 대부분의 영화들은 비주류의 영화들이고 보통사람들은 잘 보지도 않는 영화여서 작업을 하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습니다. 작품을 위해서 그 영화는 꼭 봐야하니까요(웃음). 고로 제가 어떻게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마츠노 씨가 잘 알고 있겠죠!
- 그런 영화를 찾는 데도 굉장히 힘이 들었겠는데요.
카미코쿠료: 마츠노 씨의 상상력은 보통사람들의 상상력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머릿속에 완전한 이미지를 항상 그리고 다니는 분이거든요. 정리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심도 있게 비주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은 몇 안 되거든요. 아니 굉장히 드물죠. 마치 초능력자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 그런 마츠노 씨가 지휘하는 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카미코쿠료 씨에게 있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카미코쿠료: 희망사항 중에 하나였죠. ‘FF10’의 작업이 끝나고 회사에서는 스탭에게 세 가지 희망사항을 써서 제출하라고 했었습니다. 저는 그 희망사항에 단 하나만 썼습니다.
“FF12 이외에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라고….
- 그렇게 적어내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요?
카미코쿠료: 사실 제가 좋아하는 화가가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앤드류 와이즈란 화가고요, 다른 한 명은 요시다 씨입니다. 그들의 그림은 오래 전부터 제가 동경해 왔었죠. 답변이 될 런지요.
- 그렇습니까! 그럼 이번에 요시다 씨와 같이 일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쁘시겠네요.
카미코쿠료: 하지만 담당하고 있는 파트가 완전히 다른 분야라 조금 서운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 분과 같이 일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 그럼 저희들도 좋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겠네요. ‘FF12’ 세계관을 멋있게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카미코쿠료: 저희들도 ‘FF12’를 많이 사랑해달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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