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가 될 수 없는 둘?
베른하르트에게 뜻밖의 고백을 받은 셀피르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둘 사이에 한참동안 적막이 흘렀다.
“셀피르 님! 어디 불편하신데라도…?”
크리스텔이 셀피르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셀피르 님! 셀피르 님!”
크리스텔의 말에 셀피르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텔은 큰 소리로 셀피르를 불렀다.
“셀! 피! 르! 니~~~~~임!”
“깜짝이야! 왜 이렇게 크게 부르세요! 사제 님!”
셀피르는 깜짝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불렀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으시니까 그렇죠!”
크리스텔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 -_-; 그건 그렇고 베른하르트는? 베른하르트는 어디있죠?”
셀피르가 그렇게 멍하게 있는 사이에 베른하르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베른하르트 님이 안 보이시네요? 어디가신거지?”
크리스텔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제가 직접 찾아볼게요. 사제 님은 여기 계세요?”
셀피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던바튼을 돌아다녔다.
“이 녀석,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설마 그렇게 황당한 말을 내게 해놓고 도망간 건 아니겠지”
셀피르는 일단 베른하르트가 자주 가는 광장에 가 봤다.
“셀피르 양! 셀피르 양! 뭘 그렇게 찾아요?”
말을 건 것은 캇츠였다.
“헛! 캇츠 님이셨군요. 베른하르트 못 보셨나요?”
셀피르는 다급한 목소리로 캇츠에게 물었다.
“베른하르트 님이요? 베른하르트 님이라면…”
“베른하르트 님이라면 방금 의류점에서 시몬 아저씨와 이야기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캇츠의 말을 끊은 것은 가넷크로우였다.
“가넷크로우! 넌 왜 자꾸 내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거냐? 좀 혼자 놀 수 없냐! 스토커도 아니고 말이야”
캇츠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토커가 아니라 네가 좋아서~ 그래서 쫓아다니는 거지! 여기 황금사과. 널 위해 준비했어”
“뭐! 내가 좋아서 그런 거였다고?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널 남자로 본 적이 없어. 그리고 난 황금사과 싫어”
캇츠는 화를 냈다.
“두 분 모두 그만 하세요! 뭐 잘한 게 있다고 그렇게 싸우세요! 사랑싸움은 올레이드 숲 속 깊은 곳에서 하세요! 전 베른하르트가 어디 있는지만 알고 싶다고요!”
오히려 화를 내야 할 쪽은 셀피르였다.
“……그게……아까……시몬 아저씨와 이야기 하는 것을…봐…았…”
화가 난 셀피르의 말에 주눅이 들어버린 가넷크로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몬 아저씨랑?”
셀피르는 의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머! 언니~ 너무 오래간만이당~ 어때? 잘 지내?”
생긴 것만큼이나 느끼하게 생긴 시몬이 셀피르를 향해 먼저 말을 건넸다.
“시몬 아저씨! 베른하르트 어디있어요? 아까 이곳으로 베른하르트가 왔었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셀피르는 다그치듯 시몬에게 물었다.
“베른하르트? 오긴 했지. 그런데 아까 나갔는걸! 한 20분 되었을려나? 그런데 그건 왜?”
시몬은 셀피르에게 반문했다.
“왜 왔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 녀석이 제게 황당한 말을 건네고 도망가 버려 찾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 아까 흰색 롱넥 원피스하고 레이스플랫킷 예복의 가격을 물어보더라고….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의류인데도 돈을 일시불로 지불할테니 꼭 흰색으로 구해 달라고 신신 당부를 하더라. 그 뿐만이 아닌걸! 무기점에 있는 네리스 양에게도 구입할 물건이 있다면서 몇 가지 품목을 적어놓은 종이를 내게 주고는 마누스 님에게 간다고 했거든.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셀피르의 행동에 시몬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종이 좀 줘 보시겠어요?”
셀피르는 베른하르트가 건네주었다는 종이를 확인했다. 그 종이에는 각종 신발, 의류, 악기 등의 목록이 적혀있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0만 골드 정도 되는 물품들이었다.
“이 녀석이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 거지?”
베른하르트에 대한 셀피르의 의구심이 점점 증폭되기 시작했다.
셀피르는 의류점을 나와 마누스 님이 있는 힐러의 집으로 달려갔다.
“도대체 이 녀석이 뭘 하려고 이 많은 물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거야?”
힐러의 집으로 가는 내내 셀피르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마누스 님! 마누스 님! 계세요?”
힐러의 집에 도착한 셀피르는 마누스 님을 찾았다.
“오~ 셀피르 양! 여기 있으니 그렇게 찾지 않아도 됩니다. 오랜만이군요! 힐러스킬을 수련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이라도 들어보려고 왔나요?”
마누스다운 대답이었다.
“그게 아니고요! 여기 베른하르트 오지 않았나요? 시몬 아저씨가 여기 가면 베른하르트를 만날 수 있다고 하셔서 왔거든요”
셀피르는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했다.
“왔었죠. 지금은 없지만! 붕대를 100개나 사가더라고요. 전에는 10개 1셋트 구입도 망설이던 분이 100개를 한 번에 사가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마누스는 굉장히 느릿하게 말했다.
“그래요?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거야?”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요? 큰일이에요?”
마누스가 물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별 일 아니니 걱정마세요. 어디로 간다는 말은 없었나요”
“음~ 글리니스 아주머니에게 들렀다 아란웬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했던 것 같아요! 뭘 준비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꼭 비밀로 해달라고 했는데…. 다 말해버리고 말았군요!”
마누스에게는 비밀이란 없었다.
셀피르는 마누스가 말한 대로 글리니스와 아란웬을 만났다. 베른하르트는 글리니스에게 많은 양의 음식을, 아란웬에겐 특별 경호를 부탁했다고 한다.
“이 녀석 혹시! 결혼식을~”
셀피르는 베른하르트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베른하르트가 하는 모종의 일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내 추측이 맞다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성당일 거야! 크리스텔 사제 님에게 뭔가 부탁을 하겠지”
셀피르는 다시 성당으로 향했다. 셀피르의 예상대로 베른하르트는 크리스텔 사제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베른하르트! 너 바쁘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냐! 던바튼을 한바탕 휘젓고 다녔던데…”
“뭐야! 너 내 뒤를 캐고 다녔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그런 건 좀 곤란한데…”
베른하르트는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혼식 때문이야! 그런거야? 너 그거 준비하려고 이렇게 돌아다닌거야?”
셀피르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하면 내가 감동해서 네 청혼이라도 들어줄 줄 알았나보지! 내가 그런 네 행동에 기뻐할 줄 알았어?”
셀피르는 화난 듯이 말했다.
“난 그냥! 내가 청혼한 것에 네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받아들인 줄로만 알았지”
베른하르트는 조심히 말했다.
“아니야! 난 네 청혼을 받아들인 적도 없고 아직 받고 싶지도 않아! 우린 이제 20세가 되었다고!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할 나이가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아직 모험이 끝난 것도 아니고 확실한 미래가 결정된 것도 아니잖아! 무슨 소린지 알겠니!”
셀피르는 화를 내며 말을 꺼냈다.
“알았어! 네 말이 무슨 소린 줄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해!”
베른하르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 광장으로 발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 내 말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셀피르는 베른하르트에게 소리쳤다.
“아니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으니까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베른하르트는 그 말만 남기고 성당을 떠났다.
“베른하르트 님! 베른하르트 님!”
베른하르트의 이름을 부른 것은 가넷크로우였다.
“베른하르트 님. 근위기사단 말인데요~ 이왕 결성하는 거 길드자체를 새로 구성해 보는게 어때요?”
가넷크로우는 베른하르트의 기분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야! 가넷크로우! 너 여기서 또 뭐하냐?”
가넷크로우를 따라온 것은 캇츠였다.
“야! 너 분위기 파악 좀 해라! 베른하르트 님 무슨 일 생기신 것 같은데 그 앞에서 무슨 소리 하는거야?”
베른하르트의 분위기를 알아챈 캇츠는 가넷크로우에게 귓속말을 했다.
“헙! 죄송합니다. 길드에 관한 것은 캇츠와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넷크로우는 주책바가지였다.
“아니에요! 길드문제에 대해 논의 드리려고 했었는데…”
힘없는 목소리. 이전의 베른하르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일단 배가 고프니 글리니스 아주머니에게 가요! 뭐라도 먹어야겠어요”
“진짜 큰 일이 있었나보네~ 무슨 일이지”
캇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넷크로우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일단 길드에 대한 문제만 생각하자! 그리고 좀 나아지면 물어보자고”
가넷크로우가 이야기 했다.
“거기! 뭐해요! 빨리 와요! 빨리 먹고 의논하자고요~ 오늘은 밤하늘에 별이 아름답네요~ 술이라도 한 잔 해야겠어요~”
베른하르트가 처량한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날 던바튼의 밤하늘은 베른하르트의 만큼이나 슬퍼보였다.
Bonus 게임메카 공식길드 나르샤(Narcia) 소식!
셀피르가 베른하르트의 고백을 거절(?)했기 때문에 지난 주 결혼식 이벤트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 나르샤 길드원들도 모두 학생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같이 모일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길드원들간에 일어나는 해프닝이 기행초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 나르샤 길드 카페에서는 1차 나르샤 길드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신체 건장한 남녀라면 누구든지 응모할 수 있으니 지금 빨리 카페로 달려오세요. 길드원이 된다고 해서 굉장한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넓은 에린대륙을 기행이라는 주제로 맘껏 달려볼 수는 있습니다. 관심있는 독자분들의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베른하르트는 요즘 뭐하냐고요? 다리 방어구 중의 하나인 하이폴린을 구입하기 위해 검은늑대 필드에서 돈 모으기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혹 베른하르트를 보시면 작은 성의표시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섭에 CP1 2차 업데이트가 실시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역에 대한 길이 열렸고 새로운 몬스터들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동안 던바튼, 티르 코네일에 싫증이 나신 분들! 모두 반호르에서 뵈요~.
퇴짜를 맞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베른하르트는 모험자로서 가져야 할 소양을 쌓는데 주력하기로 했습니다. 여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죠! 언젠가는 셀피르와 베른하르트가 꼭 하나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초기 길드원들이 개인성장을 위한 모험을 떠난 사이 남은 길드원들은 새로운 길드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음 주에는 길드를 구성하는데서 생긴 재미있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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