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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의외성을 던져주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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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미 코슌의 99년작 소설 ‘배틀로얄’을 보면 등장인물 수십 명이 섬에 고립된 채 살인게임을 벌인다. 이들은 주어진 무기와 신체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을 취하는데, ‘키리야마 카즈오’처럼 정공법으로 적수를 제거하는가 하면 주인공 ‘나나하라 슈야’와 같이 자신만의 장기를 살려 생존을 도모하기도 한다.

작금의 게임 시장도 ‘배틀로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많은 게임들이 저마다 유저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이전투구 중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강자, 이를테면 ‘리니지 2 레볼루션’이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카즈오’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활로를 뚫은 블루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슈야’라 하겠다.


▲ 배틀로얄의 두 주역 '카즈오'와 '슈야'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배틀그라운드’는 ‘아르마 3’ 유저 모드 ‘배틀로얄’을 계승 및 발전시킨 독립 게임이다. 100명에 달하는 유저가 거대한 섬 여기저기에 낙하하여 무장을 갖추고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총구를 겨눈다. 최근 대세라는 모바일이 아닐뿐더러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장르는 더더욱 아니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해외를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다.

다들 ‘카즈오’를 선망하는 와중에 ‘슈야’가 되려 한 ‘배틀그라운드’의 선택은 옮았다. 스팀에 입점한 지 이틀 만에 최고 인기작으로 선정되더니 보름 만에 100만 장을 팔아치웠다. 자연스레 국내에도 입소문이 퍼져 이제는 거의 국가대표 취급이다. 물론 이 정도 반향을 일으킨 것은 독특한 콘셉트뿐만 아니라, 탄탄한 완성도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 독특한 콘셉트가 눈길을 끄는 '배틀그라운드'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긴장 풀었다간 바람구멍 뚫린다, 끝없는 변수의 전장

일반적으로 열댓 명이 모여 즐기는 PvP 게임은 숙련될수록 점차 변수가 줄어든다. 눈을 감고도 전장 구조가 떠오르고 교전이 벌어지는 주요 길목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면, 남은 것은 그저 실력을 겨루는 것뿐. 더 빠르고 정확히 공격할수록 쉽게 승리를 쟁취하고 높은 랭크로 올라가는 것이 이러한 게임의 생리이다.

그러나 100명씩 되는 인원을 섬에다 몰아넣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게임을 시작하면 수송기가 섬의 상공을 가로지르는데 이때 원하는 시점에 뛰어내리는 것이 가능하다. 장비가 널려있는 만큼 경쟁자도 많은 도심으로 향하든 보급은 다소 부족할지라도 안전한 교외를 택하든 자유다. 몸을 날리는 순간부터 수많은 변수가 쏟아진다.


▲ 어디로 떨어질까, 여기서부터 온갖 변수가 시작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매번 달라지는 것은 유저들의 위치만이 아니다. 설령 같은 지점에 착지하더라도 배치된 장비가 모조리 바뀐다. 아까는 멋들어진 산탄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토바이 헬멧 하나 덜렁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를 옥죄는 전기장도 항상 범위가 달라져 어디 아늑한데 배 깔고 누워 저격하기도 불가능하다.

그냥 모든 게 다르다고 보면 편하다. 이래선 난다 긴다는 고수도 타성에 젖어 긴장감을 풀 수가 없다. 당연히 잘 쏘고 뛰고 숨는 유저가 오래 살긴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흉탄에 머리가 터져 쓰러지기도 비일비재하다. 몇 번을 즐겨도 늘 새롭고 흥미진진한, 언제나 의외성을 던져주는 게임 플레이. 이것이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 여기서 널 만날 줄이야 사랑한다, AK is 뭔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배틀로얄의, 배틀로얄에 의한, 배틀로얄을 위한 게임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콘셉트는 존재했다. ‘배틀그라운드’의 모태가 되는 ‘아르마 3’ 유저 모드 ‘배틀로얄’을 시초로 지난해 출시된 ‘H1Z1: 킹 오브 더 킬’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H1Z1: 킹 오브 더 킬’은 ‘배틀그라운드’와 마찬가지로 원작자 브렌든 그린이 개발에 참여해 배다른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다.

그러나 이들은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애초부터 ‘배틀로얄’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다. ‘아르마 3’는 하드코어한 현실성을 내세운 밀리터리 슈터다. 이걸 유저가 임의로 뜯어고치고 콘텐츠를 추가했으니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H1Z1’ 또한 본래 좀비 서바이벌이었던 것을 ‘배틀로얄’로 개조하며 각종 버그와 서버 문제를 양산하고 말았다.


▲ 이래뵈도 본래 좀비 서바이벌이었던 'H1Z1'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초창기부터 브렌든 그린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여 ‘배틀로얄’만을 위한 토대를 닦았다. 현재 게임에 적용된 무기와 전장, 슈팅 감각, 플레이 방식은 모두 그의 비전이 구현된 결과다. 원작자가 무조건 최고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부 요인에 의해 본래 게임성이 훼손되는 폐단은 덜하다.

실제로 현재 ‘배틀그라운드’에 정착한 유저들 대다수가 높이 사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비록 론칭이 늦어 ‘H1Z1’보다 콘텐츠는 적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해치는 지나치게 화려한 유료 치장품이나 사기성 짙은 무기가 없으니까. 버그와 서버 문제도 아주 쾌적하다고는 못하겠지만 최대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것이 유저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 분위기를 해치는 치장품은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소처럼 업데이트하는 블루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배틀그라운드’는 일종의 유료 데모인 ‘앞서 해보기(Early Access)’로 스팀에 출시됐다. 사실 기자는 이런 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미완성품을 뻔뻔하게 몇십 달러에 팔고, 챙길 거 챙긴 후에는 개발까지 굼벵이마냥 더뎌지는 꼴을 많이 봐왔다. 당장 앞서 언급한 ‘H1Z1: 킹 오브 더 킬’도 2013년부터 여태 쭉 ‘앞서 해보기’ 상태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 만큼은 ‘앞서 해보기’의 순기능을 보여주리란 믿음이 든다. 국산 게임이라고 무조건 싸고 도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일/주/월 단위 업데이트를 감행하며 이러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여기다 이런 표현을 쓰긴 조금 그렇지만, 기자가 아는 대한민국 개발자란 게임이 흥할 때면 소처럼 일하며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사람들이다.


▲ 진짜 개발자들 집에는 들여보내고 있는건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정식 출시까지 기약이 없는 여느 ‘앞서 해보기’ 게임과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오는 여름으로 거사일을 잡아놓았다. 당장은 버그 박멸과 서버 안정화를 우선하고 있지만, 향후 크기와 환경이 다른 전장, 오토바이와 같은 탈 것, 보다 다양한 복장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룰까지 마음껏 고칠 수 있는 모드툴킷 무료 공개를 약속한 상태다.

물론 현 시점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완벽한 게임과는 거리가 멀다. AAA급 대작에 비해 만듦새도 투박하고 즐길거리도 한참은 더 채워 넣어야 한다. 허나 분명한 비전을 보여준데다 성실히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배틀로얄’에서 ‘슈야’는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최강자 ‘카즈오’를 꺾는다. ‘배틀그라운드’도 그러한 신화를 보여주길 바란다.


▲ 남들은 1등 인증 올릴 때, 인간미 넘치는 스코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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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FPS
제작사
크래프톤
게임소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에서 개발한 FPS 신작으로, 고립된 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플레이어는 마치 영화 ‘배틀로얄’처럼 섬에 널려있는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 최후의 1인이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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