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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립하는 VR 행사, 과도기일까 거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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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에서 계속해서 열리는 VR 관련 행사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최근 두세 달 새, 국내의 크고 작은 VR 행사 8건이 열렸다. 조만간 진행 예정인 VR 행사까지 합하면 10건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VR을 메인으로 내세우지 않은 게임이나 IT 관련 행사에서도 VR 파트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행사 수만 보면, 국내 VR 산업이 당장이라도 세계를 선도할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그런데, 상시로 열리는 VR 관련 행사들을 취재하다 보니 문득 의문이 든다. 주최측을 보면 국내외 투자기업부터 게임사, 지자체, 정부부처까지 제각각이다. 행사 목적도 VR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강연부터, 투자유치 및 협력사 모집을 위한 설명회, 각종 지원혜택을 놓고 벌이는 경연 등 다양하다. 이들은 서로 자신들이 VR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행사 열기만큼 국내 VR 시장은 뜨거운 상황일까?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VR산업의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일단, 국내 VR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중소·벤처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업계 분위기는 각종 행사와 투자로 활기를 띄고 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해외 대기업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을 쫒아가는 데도 바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VR 게임 사업을 시작한 게임업체는 총 62곳. 그러나 전체의 70%에 가까운 42개사가 벤처기업이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대형 기업은 엔씨소프트 등 3개사 뿐이다. VR 사업을 주도할 만한 역량과 자본을 갖춘 대형업체들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불확실한 VR게임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주는 모바일게임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페이스북과 구글 등 대형 IT업체들이 하드웨어 등 산업 기반을 다지고, 소규모 벤처기업들이 뒤따르며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국내 VR의 주류가 중소 벤처기업들이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VR 업계는 자본이 필요한 VR 하드웨어나 콘텐츠 개발보다는 자연스레 해외 업체들이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지나간 틈새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B2B 미들웨어나 주변기기, 어트렉션 체험 시설 등과 같은 2차 산업모델에 치중하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 고객이 아닌 기업 대 기업(B2B)나 기업 대 정부(B2G) 사업에 치중하기에 기업•정부의 투자나 지원이 절실하다.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 비율이 낮다 보니, 일반 유저들은 VR 열풍을 피부로 느끼기 힘들다. 실제로 국내 VR 행사장에 가 보면 VR의 특징을 보여주는 10분 내외의 콘텐츠는 많지만, VR 기기를 구매하게끔 유도하는 웰메이드 콘텐츠는 찾기 힘들다. 소수 업체를 제외하면 일반 유저는 커녕, VR을 보유하고 있는 마니아 유저들에게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약한 국내 VR 보급률 및 콘텐츠 출시 빈도 역시 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에 보급된 고성능 VR기기는 PS VR 75만대, HTC 바이브 42만대, 오큘러스 리프트 24만대에 불과하다. 국내 보급량은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VR 시장은 아직 초창기 단계다. 하드웨어 보급률이 낮아 PC 온라인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과 같은 폭발적 수요가 없고, 킬러 콘텐츠도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국내 기업들에게만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VR 시장에 쏠린 관심과 열기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는 분석이다. 다만, 해외 기업들의 밑에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국내 VR 시장 상황에서 현재의 행사 빈도는 조금 과해 보인다. 지금의 열기가 ‘그들만의 잔치’에 그치지 않고 뚜렷한 길을 제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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