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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개발자 설문조사, 가혹한 근로환경과 높은 이직률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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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GDA 공식 로고 (사진출처: IGDA 공식 홈페이지)


크런치 모드, 임금체불, 의문사에 이르기까지, 국내 게임업계가 강도 높은 근로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열악한 개발 환경은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게임개발자협회(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 이하 IGDA)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도 높은 노동과 열악한 복지로 인한 잦은 이직은 해외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 개발업계 발전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기구 IGDA는 지난 1월 8일, 2017년 전세계 개발자의 근로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개발자들의 성별, 나이, 가족관계 분포비율은 물론, 급여, 복지, 이직률을 비롯한 민감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웨스턴 대학 주도로 이루어진 이 연구는 IGDA를 통해 2017년 2월부터 3월까지 이루어진 인터넷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제시된 설문양식에 부합하지 않는 응답을 제외한 총 963명을 표본집단으로 삼았다. 표본의 직업은 코어 개발자, 개발 기술 지원, 전 개발자, 아마추어 개발자는 물론, 학술적 동기로 게임을 개발하는 연구자, 예술매체로 게임을 개발하는 예술가까지 포함됐다. 전체 응답자 중 42%는 자신이 미국에서 근로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선, 응답한 개발자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조사됐다. 30~34세가 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25~29세가 20%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40대는 17%에 불과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노동인구 평균 연령은 42세다. 즉, 미국을 기준으로 게임 개발업계는 평균보다 10살 정도 젊은 셈이다. 이는 국내 개발자의 평균 나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개발자 성별은 남성이 크게 우세했다. 응답자 중 74%가 자신을 남성이라고 답했으며, 21%만이 여성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2016년 남성 노동자를 49%, 여성 노동자를 51%로 조사한 결과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평균적인 학력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졸업자 비율만 해도 42%에 달하며, 대학 후 과정(Post-graduate)도 21%에 달했다. 심지어 2개 이상의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지닌 집단도 6% 이상이었다.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70%인 국내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애초에 대학 진학률이 낮은 해외 사정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학력 업계인 셈이다.


▲ 2개 이상의 졸업 후 과정을 밟은 비율도 6%에 달한다 (사진출처: IGDA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이들의 직무 만족도는 어떨까? 봉급에 대한 만족은 국내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직 개발자 중 54%는 연봉이 5만 달러(한화 5,347만 원) 이상이며, 대체로 만족하는 수준이라 응답했다. 5만 달러부터 7만 5,000 달러(한화 8,024만 2,500 원) 사이는 15%, 7만 5,000 달러부터 10만 달러(1억 699만 원) 사이도 15%에 달했다.

그러나 봉급과 달리 전반적인 복지는 다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은 개발자 중 76%가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생명보험은 44%만 받고 있었으며, 출산 및 육아 휴직을 보장 받았다는 개발자는 35%에 불과했다. 아예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0%였고, 복지는 고사하고 퇴직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응답도 21%였다.

근무 중인 회사 규모는 양극화된 모습이다. 10명 미만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응답이 38%로 가장 많았으며, 101명 이상의 거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35%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에 11명부터 100명 사이의 중견기업 비율은 매우 낮았다. 전세계 게임업계가 대기업과 소규모 스튜디오로 극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셈이다.

정규 근로 시간은 대체로 국내 표준과 비슷했다. 주당 40~44시간이 49%, 45~49시간이 19%, 50~59시간이 9%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크런치 모드'를 포함하지 않은 시간이다. 설문에 응한 개발자 중 51%는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크런치 모드'가 있다고 답했고, 44%는 '크런치 모드'라고 부르지는 않아도 규정 외 장기간 연장근무 체제가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응답자 95%가 '크런치 모드'를 실시한다고 답한 셈이다.

크런치 모드 시 근로 시간은 살인적으로 가혹했다. 크런치 시 근로 시간은 50~59시간이 47%로 가장 많았고, 60~69시간이 29%, 70시간 이상이 14%로 그 뒤를 이었다.

강도 높은 업무 탓인지 이직률도 무척 높았다. 응답자 중 70%는 5년 사이 재직했던 직장이 1~2개였었다고 응답했으며, 27%는 3~5개였다 답했다. 평균적으로 2년에 한 번 꼴로 이직하는 셈이다. 현재 회사와 계약을 지속할 의지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29%는 지금 직장에서 앞으로 1~3년 동안만 일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10%는 11개월 안에 이직할 거라 답했다. '불확실하다'와 '생각해본 적 없다'는 응답도 도합 27%였다. 66%가 4년 이상 근무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셈이다.


▲ 고용직 대부분은 경력 1년 미만에 편중된 데 비해, 프리랜서는 1~3년차에 집중됐다 (사진출처: IGDA 공식 홈페이지)

회사를 나와서 프리랜서가 되는 비율도 높았다. 고용직 개발자 중 47%는 1년 미만 경력자였다. 그러나 1~3년차 경력자는 21%였고, 4~6년차 경력자는 9%뿐이다. 1~3년 안에 대부분이 업계에서 이탈한 셈이다. 반면 자신을 프리랜서로 응답한 이 중 53%는 1~3년차 경력자, 21%는 4~6년차 개발자였는데, 이는 중견급 경력자가 대부분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전업했음을 뜻한다. 그러나 설문에 응한 프리랜서 개발자 중 10년차 이상 베테랑 개발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사진출처: IGDA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면 왜 개발자들이 프리랜서로 돌아서는 것일까? 프리랜서 응답자 중 62%는 프리랜서가 된 첫 번째 이유로 '시간과 건강을 보다 자율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자신이 일을 맡을지 맡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복수응답으로 48%는 '프로젝트에서 더 많은 자율권을 지닐 수 있어서'라 답했고, 43%는 '내가 원하는 게임을 골라 만들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도 극한 개발 환경이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족한 복지와 강도 높은 노동으로 인해 3년 이상 버티는 개발자가 많지 않고, 버틴다 해도 프로젝트에 따라서 이직을 반복하는 일이 잦다. 이에 최근에는 아예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 개발자로 전업하는 개발자도 증가 중인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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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벽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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