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3일, 결코 잡히지 않을 것 같던 한 남자가 구속됐다. 어딘가 마릴린 맨슨을 닮은 그가, 땅 파고 물길 내기를 좋아하던 그가, 국밥을 맛깔스럽게 말아먹기로 소문난 바로 그가 말이다. 새롭게 부여된 코드네임은 716이라는 모양. 그러고 보니 며칠 있으면 코드네임 503의 그녀가 수감된 지 딱 1주년인데 참으로 묘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그든 그녀든 아직은 실명을 거론하기 조심스럽지만, 모쪼록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주어진 죗값을 성실히 치르고 조사에 임하길 바란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서울구치소보다 조금 덜 안락한 장소를 몇 개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고 막 거칠기만 한 곳은 아니다. 적어도 무상 숙식과 웰빙 콩밥은 보장하는, 게임 속 ‘공포의 감옥’ TOP5로 함께 가보자.
5위. 보르쿠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 미제 앞잡이에게 노동의 신성함을 깨닫게 해 주갔어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밀리터리 FPS의 대명사 ‘콜 오브 듀티’에서 ‘블랙 옵스’는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비밀 작전을 다룬다. 60년대 초반 쿠바로 숨어든 미군 특수부대는 독재자 ‘카스트로’를 암살하나, 실상 죽은 이는 대역에 불과했고 역으로 붙잡히게 된다. 포로가 된 미군 주인공은 ‘카스트로’에 의해 소련으로 넘겨졌다가 최종적으로 지옥과 같은 보르쿠타 수용소에 버려진다.
보르쿠타는 러시아 북부 황량한 광산도시로, 소련 시절 악명 높은 정치범수용소 굴라크(Gulag)가 자리했다. 불운한 수감자들은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으며 매일같이 강제 노역에 동원됐고, 그 중 대부분은 죽어야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게임에서까지 곡괭이질만 계속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어찌어찌 탈출하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4위. 인페르노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 이 따위 곳에 감옥을 만든 수고도 대단하다 (사진출처: '창세기전4' 공식 웹사이트)
국산 명작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에도 공포스러운 감옥이 하나 나온다. 게이시르 제국 변방에 위치한 인페르노는 전체적으로 소련 굴라크의 강화판이라 할 수 있다. 지명 그대로 불길이 치솟는 극한 환경에 죄수들을 몰아넣고 유황을 채굴하는지라 사실상 형기가 차도록 살아남는 이가 없다. 어떻게 보면 깔끔하게 사형 당하는게 나을 지경.
심지어 작중 게이시르 제국은 혼란이 극에 달해 정치 보복이나 마녀 사냥으로 끌려온 수감자가 대다수였다. 촉망받는 학자였던 주인공 ‘시라노 번스타인’ 또한 금서를 열람했다는 이유만으로 인페르노에서 온갖 고생을 했다. 결국 노역 도중 낙반 사고에 휩쓸려 죽는구나 싶은 순간, 우연찮게도 지하에 봉인됐던 암흑신 ‘데이모스’를 만나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된다.
3위. 부쳐 베이 (크로니클즈 오브 리딕: 이스케이프 프롬 부쳐 베이)
▲ 탈옥 덕후 ‘리딕’의 도전은 사막 요새에서도 계속된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2000년대 중반 빈 디젤이 주연한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이란 SF 액션 영화가 있다. 여기서 우주 최악의 범죄자라 불리는 리딕은 밤낮으로 얼음지옥과 불지옥을 오가는 감옥 행성을 탈출하는데, 도저히 답이 없어 보이는 상황 설정이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만약 이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면 같은 IP에 기반한 게임 ‘이스케이프 프롬 부쳐 베이’를 추천한다.
게임에서도 주인공 리딕은 버킷리스트에 은하계 감옥 투어라도 적어 놓았는지, 시작부터 감옥에 수감된다. 그가 당도한 '부쳐 베이'는 끝없는 사막 위에 세워진 난공불락의 요새다. 내부에서는 죄수들끼리 목숨을 건 투기장을 운영하고, 간수는 수틀리면 총부터 쏘는 막장 중의 막장. 그 와중에 우리의 탈옥 덕후는 무슨 유원지라도 온 것 마냥 평온한 표정이 일품이다.
2위. 아캄 어사일럼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 이 곳의 가장 큰 공포는 악당이 아니라 배트맨이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자신이 갇힌 감옥이 철통보안을 자랑한다면 상당히 짜증나겠지만, 그보다 훨씬 위험한 경우는 완전히 무법지대가 되었을 때다. 고담시의 내로라하는 미치광이 악당들이 수용된 아캄 어사일럼은 범죄계의 광태자 조커가 꾸민 파옥 사건으로 인해 일대 혼란을 맞는다. 어디에 가서 명함도 못 내밀 잡범들은 자연스레 그의 수하로 부려 먹히게 된다.
죄수 입장에서는 조커 덕분에 탈옥했으니 잘됐다 싶을 수도 있지만 미치광이 악당의 비위 맞추기가 어디 쉬울까.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점은 고담시는 배트맨 관할이라는 것. 조커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숙청 당하고, 그렇다고 배트맨이랑 붙었다간 당장 다음날부터 빨대로 밥을 먹어야 한다. 이쯤 되면 차라리 감옥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1위. 노바 프로스펙트 (하프라이프 2)
▲ 외계인 간수에게 김고든의 찰진 빠루질을 선사하자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앞서 소개한 감옥들이 최소한 인간이 인간을 가두는 용도라면, ‘하프라이프 2’ 노바 프로스펙트는 훨씬 끔찍한 진실을 품고 있다. 지구를 점령한 외계 침략자가 사람들을 노예화하고 저항 세력을 분쇄하고자 특별히 마련한 장소이기 때문. 무고한 이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하는 것은 물론, 강제로 인체를 개조해 자신들의 졸병으로 삼기도 한다.
게임 내내 주인공 고든 프리맨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콤바인 솔저’가 이런 식으로 개조된 사람들이다. 강화복을 벗겨보면 목과 복부가 흉하게 절개됐는데, 바로 여기로 복종 장치가 삽입된다. 그나마도 전력으로 가치가 없는 노약자는 사지를 잘라버리고 노역만을 위한 ‘스토커’로 전락시키기까지. 어서 찰진 빠루질로 인간성을 모독한 외계인들을 박살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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