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1 스테이지 보스는 '쉽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1 스테이지는 튜토리얼을 겸하는 것이 보통이며, 지나치게 어려울 경우 플레이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임이 될 수 있어 낮은 난이도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첫판이 끝판보다 어려우면 누가 게임을 플레이하겠는가.
물론 이런 통념은 시원하게 깨져야 제맛. 게임을 시작한 지 5분도 안 됐는데 어디선가 튀어나와 우리를 난도질하는 1 스테이지 보스가 없으리란 법이 없다. 굳이 1 스테이지가 아니더라도 게임 초반에 등장해 우리의 뇌리에 강렬한 트라우마를 남기는 무자비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오늘은 이벤트성 보스가 아님에도 강렬한 트라우마를 선사한 게임 속 1라운드 보스 TOP 5를 선정해봤다.
TOP 5. 하울러 (소울워커)
▲ '소울워커'의 수문장 '하울러'님 되시겠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출범기의 '소울워커'는 필드 몬스터한테 몇 대 맞아주면서 플레이해도 얼마든지 깰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난이도의 MORPG였다. 그러나 2017년 8월 30일 자로 대규모 패치가 진행됨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반전되게 된다. 상향 평준화된 유저들을 위해 게임 난이도를 상향한 것인데, 문제는 저 레벨, 고 레벨 할 것 없이 모든 던전의 난이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켜 버린 것이다. 전에는 맞아도 끄떡없던 캐릭터가 적 공격 한 방에 빈사가 되고, 적이 공중 콤보를 시전하기도 한 것. 오죽하면 '다크소울워커'라는 별명이 생겼을까.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것이 '하울러'라는 녀석이다. '하울러'를 만나게 되는 시점은 튜토리얼 직후 맨 처음 맞이하는 던전이다. 극초반이기 때문에 장비도 없고, 능력치도 밑바닥인 상태에서 만나는 적인데 공격력이 심상치가 않다. 흔히 말하는 '맞딜'은 꿈도 못 꾸고 치명타라도 맞았다간 한 큐에 황천행이다. 회피가 능숙하면 상관없겠지만, 여기는 '첫판'이다. 회피는커녕 조작법도 익숙치 않다는 뜻이다. 덕분에 많은 신규 유저들이 여기서 모든 부활 아이템을 소진한 뒤 게임을 시작한다고.
TOP 4. 대형공중공모 (메탈슬러그 5)
▲ 원래는 좁쌀 대신 공중모함 답게 비행기를 사출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사진출처: 메탈슬러거 위키)
'메탈슬러그'는 그 역사만큼 고수가 널리고 널린 게임이다. 게임 자체가 워낙에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보니 나름의 법칙이 있고 그 법칙에 맞는 공략법이 있기 때문에 고수가 되는 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절정의 고수들도 랜덤 패턴 앞에서는 노 미스는 커녕 원코인 플레이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게 3편의 '솔 데 로카'나 5편의 '샌드 마린'이다. 여기에 더불어 5편의 2탄 왕 '대형공중공모'도 그 랜덤 패턴의 주인공 중 하나이다.
이 보스는 특이하게도 런앤건 게임에서 좁쌀 같은 탄환을 마구잡이로 발사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해당 보스전은 횡스크롤 슈팅게임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워낙에 캐릭터 피격면적이 크기 때문에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제작진도 2번째 스테이지부터 이런걸 넣는 건 너무했다고 생각한 건지 보스전 직전에 슬러그 플라이어를 주지만, 사실 피격면적이 커지기 때문에 회피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만약 보스전 중간에 맨몸으로 이 패턴을 만났다면, 그냥 포기하고 동전을 더 준비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TOP 3. 헤카타리안 (ASO)
▲ '세발낙지'라는 별명이 너무 잘 어울리는 외모다 (사진출처: 't. iso' 유튜브 영상 갈무리)
'ASO'는 요즘 세대 게이머에겐 매우 생소한 게임이겠지만 오락실 좀 다녀본 어르신들에게는 나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종스크롤 슈팅게임이다. 국내에선 전설의 명작인 '그라디우스'보다도 더 높은 인지도를 지녔던 작품이다. 실제로 매우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파워업 시스템과 간결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그래픽으로 SNK의 명작 슈팅게임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 1탄 보스가 어지간한 최종 보스 뺨치게 어렵기로 더 유명하다.
'세발낙지'라는 별명을 지닌 '헤카타리안'은 도저히 1탄 보스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굉장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일단 피격 포인트가 매우 작은 데다가 앞발 두 개로 플레이어의 공격을 막아내는 굉장한 방어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1라운드 보스이면서 유도탄과 조준탄을 아무렇지 않게 난사해댄다. 게임 특성상 지니고 있는 파워업 아머를 아껴가면서 싸워야 유리한데, 1탄 보스가 워낙에 괴상하다 보니 여기서 그동안 모았던 아머를 다 써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2탄 보스가 아무것도 안 해도 깰 수 있을 만큼 쉽다는 거 정도?
TOP 2. 꼭두 (포켓몬스터 금, 은)
▲ 이 녀석의 강함은 절대 허세가 아니다 (사진출처: 포켓몬 위키피디아)
말할 것도 없는 '포켓몬스터 시리즈' 최흉, 최악의 보스다. 2세대는 물론 전 시리즈를 통틀어도 이만큼 플레이어를 괴롭게 만들었던 관장은 '꼭두'가 유일하다. 물론 스토리 상 3번째로 만나는 관장이니까 1 라운드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지만 '포켓몬스터 금, 은'의 어마어마한 볼륨을 생각하면 극초반에 만나는 관장인 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시기의 트레이너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못 깰 만큼 어려운 보스라는 것은 더더욱 확실하다. 도전할 때 꼭두가 직접 말하는 "나 엄청 강하다고"라는 대사는 허세가 아니다.
꼭두가 사용하는 포켓몬 중에서도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녀석은 바로 '밀탱크'. 일단 종족값이 월등하고, 레벨도 해당 시점에서 유저들이 평균적으로 달성하는 수준보다 높다. 기술배치도 절묘하다.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기술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데다가 맞을 때마다 최대 위력이 480에 달하는 구르기, 거기에 회복기 '우유마시기'까지. 쉽게 말해 이 포켓몬을 2방 안에 잡아내지 못하면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진득한 레벨 노가다 없이 그게 가능한 스타팅 포켓몬은 없다. 그러니 추억에 젖어 2세대 포켓몬스터를 다시 플레이하려는 유저라면 반드시 공략을 읽어보고 가자. 안 그랬다간 추억 따위 구르기 한 방에 박살 날 것이다.
TOP 1. 무라이 (닌자 가이덴)
▲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1탄 보스로 손색이 없는 '무라이' (사진출처: 닌자가이덴 위키피디아)
'닌자 가이덴' 시리즈는 일단 말로 형용하는 게 힘들 정도로 어렵다. 디렉터인 이타가키 토모노부가 "닌자 가이덴의 적들은 죽으러 나오는 게 아니라 죽이러 나온다"고 말했을 만큼 정말 어렵다. 플레이어보다 똑똑한데다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기술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적들이 수십 마리가 함께 나오는 게 '닌자 가이덴'에선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당연히 보스전은 말할 것도 없이 어렵다. 여기 나오는 보스 전원은 어지간한 게임의 최종 보스보다 어렵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1챕터의 보스 '무라이'다. 설정이 주인공의 숙부이자 스승인데, 그 말이 아깝지 않은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준다. 플레이어 상대로 가드 캔슬, 무적 돌격기에 잡기를 마구마구 써대는 주제에 빈틈이 하나도 없어서 헛발질을 유도하지 않으면 때릴 타이밍을 절대로 잡아낼 수 없다. 공격력도 살벌해서 한 번 실수하는 순간 무조건 체력의 반이 깎인다. 전문 게임 테스터들이 출시 전에 이 보스 때문에 챕터 1을 못 넘겨서 도움을 청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 이 게임의 정말 무서운 점은 이토록 어려운 보스가 '닌자 가이덴' 1편을 통틀어 제일 쉬운 보스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조용히 패드를 내려놓고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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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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