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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배려 강조한 에픽스토어, 이제는 구매자 배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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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개시 전 텅텅 비었던 에픽스토어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서비스 개시 전 텅텅 비었던 에픽스토어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4월 12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에픽게임즈 스토어(이하 에픽스토어)가 문을 연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첫 공개 당시 ‘포트나이트’와 ‘섀도우 컴플릭스 리마스터’ 등 소수 게임만 올라와 있어 초라하다는 느낌이 강했던 스토어에도 벌써 80여 개의 게임이 자리를 채웠다.

그런 에픽스토어에게 9월은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다. 그간 지적됐던 게임 타이틀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컨트롤’, ‘보더랜드 3’ 등 에픽스토어에서만 즐길 수 있는 핵심 독점 타이틀이 출시돼 이용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 에픽스토어가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편한 이용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에픽게임즈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4월 공개한 에픽스토어 업데이트 로드맵에 따르면 ‘게임 모드 지원’, ‘다양한 결제수단’, ‘번들 판매’, ‘유저 리뷰 기능’ 등 유저 편의성에 관한 기능을 오는 9월 말까지 추가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이용자들은 그간 미흡했던 스토어 편의기능들이 길어봤자 올해 안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지난 8월 31일, 에픽게임즈가 관련 업데이트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완료 예정일인 9월 말이 다가오자 일정 표기를 은근슬쩍 ‘개발 예정’으로 바꾼 것이다.

본래 9월까지 핵심 편의성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었던 에픽스토어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트렐로)
▲ 본래 9월까지 핵심 편의성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었던 에픽스토어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트렐로)

일정 표기가 제거되고 '향후 개발 예정'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트렐로)
▲ 일정 표기가 제거되고 '향후 개발 예정'으로 내용이 변경됐다 (사진출처: 에픽게임즈 트렐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편의성 떨어지는 에픽스토어

에픽스토어에는 앞으로 더 많은 독점작이 출시될 것이다. 그 중에는 ‘컨트롤’, ‘보더랜드 3’ 같은 기대작이 포함될 수 있다. 당연하게도 그런 게임을 즐기려면 에픽스토어를 이용해야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용자 편의성 개선이 미뤄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에픽스토어에 대해 유저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게임 목록을 살펴보기 어렵다. 에픽스토어의 불편한 점은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게임 판매 목록을 한 눈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커다란 썸네일 아래 자그만한 글씨로 게임명과 개발사가 적혀있는 형태로, 한 화면에 최대 3개의 게임만 살펴볼 수 있다. 또 별도 카테고리 분류가 없어 전체 게임 중 원하는 취향의 게임을 찾아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심지어 사전예약 중인 게임은 가격과 출시 예정일조차 적혀 있지 않다.

불친절한 에픽스토어 런처 게임 목록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큰 썸네일만 눈에 들어오는 에픽스토어 런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 검색 기능을 사용하기 불편하다. 에픽스토어에 올라오는 게임은 모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심의를 받은 ‘정식 출시’ 타이틀이다. 즉, 한국어 명칭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에픽스토어는 한국어로 검색이 되지 않는다. 게임명은 오로지 영문으로 표기돼 있으며, 검색할 때도 영문을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정식 출시 과정을 거치지 않아 영문 표기만 지원하는 스팀과 차별화가 될 수 있었던 부분으로 상당히 아쉽다는 느낌이다.

에픽게임즈코리아 심의 결과 (자료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 한글명이 표기돼 있는 에픽게임즈코리아 심의 결과 (자료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정식 출시된 게임들 뿐인데도 한국어 검색이 되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정식 출시된 게임들 뿐인데도 한국어 검색이 되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든 게임 타이틀은 영문으로 통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모든 게임 타이틀은 영문으로 통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 번째, 게임 정보를 살펴보기 어렵다. 불편함은 원하는 게임을 찾았을 때도 계속된다. 해당 게임을 클릭해서 정보를 살펴볼 때 스크롤을 끝까지 내려서 모든 내용을 살펴봐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게임 기본정보와 게임 출시일은 중단, 이용등급과 언어 지원 여부는 최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임 구매 버튼은 상단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다시 올려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스팀에선 그러한 정보는 모두 상단에 위치한다.

언어 지원 목록을 보려면 최하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에픽스토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언어 지원 목록을 보려면 최하단으로 내려가야 하는 에픽스토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본 게임정보가 상단에 몰려있는 스팀 상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본 게임정보가 상단에 몰려있는 스팀 상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네 번째, 유저 평가 기능이 없다. 유저 평가는 게이머가 게임 구매를 고려하기 전에 0순위로 확인하게 되는 핵심 정보다. 최대한 취향에 맞는 게임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게이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자, 개발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한 기능이 여전히 추가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용자에게도, 개발사에게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섯 번째, 자동화되지 못한 고객지원이 있다. 게임을 구매했을 때 간혹 취향에 맞지 않아서, 실수로 잘못 구매한 경우 등 모종의 이유로 환불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게임메카에서 직접 에픽스토어 게임 환불을 신청해본 결과 그 과정이 꽤나 번거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에픽스토어에서 게임을 환불 받을 수 있는 자격은 구입 후 14일 이내, 게임 플레이 시간 2시간 미만으로, 이는 스팀 환불 정책과 동일하다. 하지만 신청 과정은 꽤 큰 차이가 있었다. 스팀은 고객지원 메뉴에서 환불을 요청할 시 자격 심사부터 환불 일정까지 자동으로 진행되는 반면, 에픽스토어는 담당자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내 사정을 설명하고, 최소 수 시간부터 최대 수 일까지 심사 과정을 거쳐 환불을 인정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방식이다.

손수 메일로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에픽스토어 고객지원 센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손수 메일로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 에픽스토어 고객지원 센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원을 원하는 게임을 클릭만 하면 항목별로 간편하게 도움받을 수 있는 스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지원을 원하는 게임을 클릭만 하면 항목별로 간편하게 도움받을 수 있는 스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에픽스토어, 이제는 ‘유저 친화’ 신경 써야 할 때

그간 에픽스토어에 대한 인식은 ‘사업 확장에 굉장히 적극적이다’였다. 스팀,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일반적으로 게임 유통 수수료 30%를 기준으로 운영되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유통 수수료 12%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게임 개발자를 포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본래 스팀 등 타 유통 플랫폼에 출시 예정이었던 ‘메트로: 엑소더스’, ‘보더랜드 3’, ‘피닉스 포인트’ 등 유명 게임 타이틀이 에픽스토어 독점 판매를 결정했다. 여기에 ‘디비전’,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 인기 타이틀을 입점한 유비소프트가 “협력 관계에 굉장히 만족했다”고 전하면서 ‘개발자 친화적’인 유통 플랫폼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개발자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크고, 그로 인해 개발자들이 에픽스토어 독점 출시를 선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이런 ‘개발자 친화’도 좋지만 이제는 ‘유저 친화’를 챙겨야 할 때다. 아무리 게임이 많이 들어서도, 정작 이용하는 손님이 없다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부디 하루 빨리 스토어 유저 편의성이 개선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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