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캐릭터를 쓰임새 있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캐릭터별로 역할을 설정해 놓아도 게임 진행에 있어서 필요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는 나뉘게 되어있는 법이다. 하물며 캐릭터가 수백 개씩 등장하는 수집형 RPG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 분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포켓몬스터' 조차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엑소스 히어로즈'는 나름의 방법으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단순히 캐릭터 간 밸런스를 잡는 것을 넘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수많은 모바일 수집형 RPG를 플레이 해봤지만, 이처럼 효율적으로 모든 캐릭터를 활용한 작품은 드물었다.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게 느껴지는 첫인상
엑소스 히어로즈는 개발사 우주의 전작인 '엑소스 사가'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논이라는 트레저 헌터가 유적에서 고대 유물과 비공정을 얻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반적인 내용은 원인 모를 저주에 걸린 제논과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리스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 동료로 삼는 것이 게임의 주요 줄거리다.
게임 첫인상은 매우 좋다. 무엇보다 그래픽이 굉장히 뛰어나다. 일러스트가 출력되는 파트에선 라이브 2D를 이용해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는 감각을 잘 표현했으며, 풀 3D로 진행되는 컷신과 전투 파츠는 카툰렌더링 기법을 활용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감각을 전달해준다. 더불어 이 그래픽에 맞춘 필살기 연출도 매우 화려하다. 흡사 카툰렌더링 그래픽의 신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콘솔게임 '길티기어' 시리즈의 최신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전반적인 비주얼도 준수하다. 특히 캐릭터 디자인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지나가는 NPC, 로봇 캐릭터까지 단 하나도 허투루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단적인 예로 본작에는 다소 뜬금없이 등장하는 '콜로설 드릴'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이름답게 인공지능 기계인데, 보통의 기계들이 다소 단조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 캐릭터는 디자인부터 공격 및 스킬모션이 매우 다채롭고 부드럽다. 기계 답지 않게 살아있다는 감각을 전해줄 정도다.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전투도 턴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바일 수집형 RPG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하며, 재미있다. 우선, 캐릭터별로 공격 속성과 방어 속성이 각각 다르다. 같은 캐릭터라도 공격과 방어 속성이 나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을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상대 수호석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공격해야한다. 수호석과 일치하는 속성으로 공격하면 적이 브레이크 상태에 걸리며 무방비 상태로 빠지게 되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전투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여기에 처음 보는 상대는 어떤 수호석을 가지고 있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수싸움은 '포켓몬스터'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전투 중 진행되는 미션 수행에서도 브레이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미션을 전부 클리어해야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데, 대부분이 몇 명 이상의 적을 브레이크 시키거나, 수호석이 4개씩 달린 보스를 브레이크 시키기, 반대로 아예 노브레이크를 기록하며 클리어 하는 것 등이기 때문이다. 미션을 완수하고 싶다면 브레이크 및 관련 조건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조합을 꾸려야 한다.
버려지는 캐릭터 없는 치밀한 구성
엑소스 히어로즈를 계속 즐기다 보면 단순히 그래픽 좋은 게임을 넘어 전체적인 구성이 영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레벨 디자인이 매우 훌륭하다. 우선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플레이를 통해 제공되는 각종 보너스나 재화를 통해서 5성과 4성에 해당되는 운명 및 전설 등급 캐릭터를 제법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스토리 클리어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단순히 스토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면 수동전투와 함께 많은 캐릭터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 위에서 이야기한 '미션'이다. 미션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속성을 지닌 캐릭터를 육성해야만 한다. 더불어 수호석 상성과 누적 대미지를 쌓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동전투를 이용하게 된다. 속성이라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요소로 버려지는 것 없이 캐릭터 다수를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다.
콘텐츠 구성도 짜임새 있다. 게임 메인은 스토리를 클리어하며 많은 캐릭터를 모으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탐색이나, 유적 조사 등이 열리는데, 대체로 아직 스테이지를 다 진행하지 못해서 얻지 못한 강화 재료나 골드 등의 재화를 수급하기 위해 쓰인다. 다른 모바일게임에서 볼 수 있는 '숙제' 같은 콘텐츠지만 엑소스 히어로즈는 여기에 복잡한 육성 시스템을 더해서 캐릭터 활용도를 높이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엑소스 히어로즈 육성 시스템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원하는 캐릭터, 좋은 캐릭터를 뽑는 것도 쉽지 않지만, 캐릭터마다 레벨을 올리고 강화도 하고 장비도 맞춰 주고 코스튬까지 챙겨줘야 한다. 특히 코스튬 '페이탈코어'는 3성 캐릭터도 5성 캐릭터만큼 강하기 만들어 줄 정도로 위력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앞에서 말했듯이 스테이지를 완벽히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숙제' 콘텐츠에도 일정 이상의 노력을 투자할 수 밖에 없다. 게임 메인과 부가적인 요소, 스토리가 잘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뜬금 없이 소모되는 사이드 스토리는 아쉬워
주요 요소가 잘 얽힌 게임이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을 뜬금 없이 튀어 나오는 사이드 스토리다. 이 게임은 캐릭터 200명이 나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사이드 스토리는 캐릭터 스토리와 스킬, 매력 등을 보여주기 위해 구성됐는데, 대체로 스토리와 상관 없이 갑작스레 등장해 몰입감을 다소 해친다. 특히 초반에는 지금 당장은 스토리에서 활약할 여지가 없는 캐릭터도 사이드 스토리에 등장해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PvP에서는 최상위 티어 캐릭터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도 아쉽다. 스토리 등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활약하지만, 만 PvP라는 최종 콘텐츠에서의 선택지는 다소 한정적이다. 스토리와 달리 PvP에서 선택지가 다채롭지 못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아닐 수 없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키우기 위해 막대한 양의 재료가 투입한 것을 생각하면 PvP에서도 여러 캐릭터가 활약할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간만에 나온 웰메이드 수집형 RPG
몇 가지 단점은 있지만 이 게임이 잘 만든 게임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최대한 많은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콘텐츠 구성, 레벨 디자인, 육성 등을 촘촘히 엮어냈다는 점은 확실히 놀라웠다. 이 외에도 수준 높은 그래픽과 세심하게 표현한 캐릭터 모션 등은 제작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간 어떤 수집형 RPG를 할 지 갈피를 못 잡았던 유저라면 엑소스 히어로즈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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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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