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잘린 스타우트, 일명 라이자는 20년 넘게 이어져 온 아틀리에 시리즈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다. 전작 연금술사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외모로 정식 발매 전부터 화제를 모으더니, 시리즈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갱신함과 동시에 후속작에서도 단독 주인공 자리를 꿰찬 최초의 연금술사가 됐다.
선배 연금술사들을 훌쩍 뛰어넘는 업적을 세운 라이자지만, 그녀는 여전히 스스로를 ‘특징 없는 시골소녀’라 말한다. 1년 만에 나온 후속작 ‘라이자의 아틀리에 2 ~잃어버린 전승과 비밀의 요정~(이하 라이자의 아틀리에 2)’에서도 ‘평범한 시골소녀’의 넘치는 매력은 변함이 없다. 여기에 전투를 비롯한 단점으로 지적됐던 부분들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전작보다 흥미로운 연금술 & 모험 생황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연금술사가 된 라이자는 여전히 평범했다
가업인 농사는 등한시하고 모험을 동경하던 라이자가 우연한 기회로 연금술사가 된 지 3년. 소문난 사고뭉치였던 라이자는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 됐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동네 유지 모리츠씨로부터 영롱한 빛을 띄는 돌을 조사해달라는 의뢰와 도시로 유학 간 친구 타오에게서 초청 편지를 받게 되면서 새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전작 이후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등장인물에게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타오 몬가르텐의 변화다. 플레이어는 물론, 작중 인물들도 못 알아볼 정도로 훤칠해진 외모에 쾌활한 성격의 꽃미남이 됐다. 이번 작품의 주요 테마는 ‘초고대유적’인데, 왕도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타오는 불타는 학구심으로 라이자와 함께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
그에 비해 라이자는 외형적으로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얼굴이 조금 갸름해지고 키도 큰 것 같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왕도에 발을 디딘 직후 처음 겪는 대도시의 혼잡함과 값비싼 물가에 당황하긴 하지만, 당찬 성격과 불타는 정의감, 그리고 장기인 연금술로 도시생활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처럼 변치 않는 라이자의 외형과 성격은 게임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라이자의 아틀리에가 두 편이나 나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주인공 라이자의 넘치는 매력 덕분이니 말이다.
전작에는 없었던 새 인물도 3명이나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보물사냥꾼 클리포드는 배신할 것 같은 관상이라 첫 인상이 썩 좋지 못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한량 같은 외모와 반대되는 성실함 성격과 따뜻한 마음씨가 부각되는 호감 캐릭터가 된다. 다른 두 명은 전작의 릴라와 같은 오렌족 여성 세리와 명망 높은 기사 가문의 영애 파트리샤(일명 파티)인데, 이 중 파트리샤는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 팬이거나 최근 화제를 모은 농업 시뮬레이션 게임 천수의 사쿠나히메를 플레이한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3인칭 액션게임 같다, 한층 더 역동적으로 변한 전투
라이자의 아틀리에는 기존 팬들을 만족시킴은 물론, 기존 아틀리에 시리즈를 접한 적 없는 신규 유저를 대거 유입시켰다. 그 핵심에는 라이자를 필두로 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다. 이 같은 장점을 유지했다는 점만으로도 라이자의 아틀리에 2는 기다리던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한 개선 덕분에 더욱 만족스럽다.
전작 라이자의 아틀리에는 실시간과 턴제가 어우러진 전투 방식을 도입해 시리즈의 고질적 문제였던 정적인 전투를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첫 시도인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완성도는 아니었다. 머리 굴리는 맛이나 손맛 모두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으며, 최근 나오는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투닥투닥거리다 끝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2편의 전투는 액션성과 전략성 모두 향상됐다. 이를 가능케 한 핵심 요소는 카메라 시점 변화다. 아군과 적 모두를 한 화면에 담았던 전작과 달리, 라이자의 아틀리에 2에서는 하나의 아군 캐릭터와 공격 대상으로 지정한 적 하나만 화면에 잡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돌아오는 자기 턴에 맞춰 행동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바뀐 시야로 전투에서 발생하는 변수는 더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다수의 몬스터와 전투를 할 경우, 눈 앞에 있는 개체 뿐 아니라 시야 밖에 있는 개체의 움직임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눈 앞에 있는 몬스터에게만 집중할 경우, 다른 몬스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움직임과 타겟은 시시각각 변하기에 플레이어는 전황 전체를 조망하는 눈과 순발력 있는 손놀림 모두 갖춰야 한다.
시리즈 정체성인 연금술, 이게 진짜 악마다
사실 아틀리에 시리즈의 정체성은 캐릭터나 전투가 아니다. 대대로 주인공이 연금술사인 만큼, 각종 재료를 대형가마에 넣고 끓여 기상천외한 물건을 만드는 ‘연금술’이 핵심이다. 무기, 옷감, 식량, 퀘스트 아이템, 액세서리 등 마음만 먹으면 전부 다 만들 수 있는데다가 파는 것보다 훨씬 성능도 좋으니 높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연금술을 하려면 필드에서 재료를 채집해야 하는데, 라이자의 아틀리에 2에서는 빠르면 5분, 느긋하게 해도 10분 정도만 해도 바구니가 다 찰 정도로 많은 재료를 수급할 수 있다. 스토리 초반부만 넘어가도 아틀리에 내부에 있는 재료 컨테이너에는 수천 개가 넘는 재료가 쌓인다. 물론, 자주 사용하는 재료의 경우 항상 부족하지만 이는 아이템 복제가 가능하게 되는 순간 해소되므로 초반에만 조금 고생하면 된다.
기존 코어 유저에게는 너무 쉽다는 이야기를 듣는 라이자의 아틀리에의 연금술이지만, 여전히 신규 유저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은 콘텐츠다. 2편은 재료 채집이 전작에 비해 수월해진 반면, 조합 난이도는 소폭 상승했다. 초반 아이템인 폭발가루 성게조차도 두 종류 이상의 재료를 투입해야 하는데, 전작에서는 성게 하나만 있어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어느새 메인스토리는 뒤로 미룬 채 연금술에 집중하고 있는 플레이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S5 버전 미발매가 아쉬울 따름
라이자의 아틀리에 2는 전작의 장점을 충실히 계승하고, 지적됐던 단점들은 꼼꼼히 개선해 누구나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갖춘 게임으로 나왔다. 암벽타기, 잠수 등 추가된 모험 요소는 게임 양상에 큰 변화를 줄 정도는 분명 아니었지만, 전작에서 다소 답답하다고 느껴졌던 필드 탐색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 넣었다는 의의가 있다.
아쉬운 점은 초당 60프레임을 지원하는 PS5 버전이 국내 정식 발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까지야 PS4에서는 초당 30프레임이 어색하지 않은데다가, PS5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상태여서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다. 그러나 PS5가 널리 보급되고 초당 60프레임이 보편화 됐을 때 초당 30프레임으로 구동되는 게임을 하면 눈에 영 거슬릴 것이다. 비단 이 같은 하드웨어적인 측면 뿐 아니라 출시 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국내 유통사 디지털터치의 태도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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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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