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젯 셋 라디오부터 제2의 나라까지, 카툰 렌더링 발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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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렌더링 기술을 적용한 게임이 최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때는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원작 타이틀에서나 쓰이는 그래픽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겪으며 카툰 렌더링 기법 역시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지금은 플랫폼과 장르 여하를 막론하고 애용되고 있다. 

과연, 시대별로 카툰 렌더링을 대표하는 게임엔 무엇이 있고, 어떤 과정을 겪어가며 발전해왔는지 알아보자.

카툰 렌더링의 시초는 과연 언제, 누가?

카툰 렌더링은 3D 폴리곤에 다양한 효과를 적용해 만화 같은 느낌을 만드는 것이다. 만화처럼 만든다는 뜻에서 '툰 셰이딩, 툰 렌더링'이라고도 하며, 과거 셀 애니메이션과 비슷하게 보인다는 뜻에서 '셀 셰이딩' 기법이라고도 한다. 단순히 텍스쳐만 만화처럼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음영 표현부터 캐릭터 실루엣, 역광 등의 표현을 독특하게 다듬는 것이 핵심이다. 

▲ 카툰 렌더링 기술을 세상에 널리 알린 '젯 셋 라디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스팀페이지)

이 기법을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게임은 세가에서 2000년에 출시한 스트리트 액션게임 '젯 셋 라디오'다. 게임 자체가 대박을 친 것은 아니지만, 그 독특했던 그래픽과 이를 십분 활용한 만화 같은 연출 등이 많은 제작자에게 영감을 주었다. 

젯 셋 라디오 이후 출시된 동시대 작품 중 이 기법을 제일 잘 활용한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이 있을 것이다. 그저 만화같이 보이기에만 급급했던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이 게임은 물이나 바람, 피격 효과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정말 만화 같은 세계를 만들어 냈다. 덕분에 '툰 젤다'라는 새로운 젤다 시리즈 분파가 생기기도 했다. 이 밖에도 벨기에의 만화를 그대로 게임에 녹여낸 'XIII(써틴)'이나 토리야마 아키라의 작화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느낌을 준 '드래곤 퀘스트 8' 또한 카툰 렌더링의 장점을 십분 살린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만화 같은 표현으로 넘쳐났던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 (영상출처: 닌텐도 공식 유튜브)

씰 온라인부터 카트라이더까지

당연히 소싯적부터 게임 개발에 진심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천랑열전'을 기점으로 이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첫 번째로 흥행한 게임이 바로 '씰 온라인'이다. 2003년에 출시된 씰 온라인은 게임성 측면에선 다른 MMORPG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카툰 렌더링을 통해 구현된 아기자기한 세계관이 많은 유저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덕분에 국내 게임계에도 이 기법이 널리 퍼지게 됐다.

▲ '씰 온라인'은 국내 온라인게임에 카툰 렌더링을 널리 알린 게임이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그 뒤를 장식한 게임이 바로 그랜드 체이스다. 벨트스크롤 액션게임인 그랜드 체이스는 KOG의 위상을 높여준 게임으로, 독특한 캐릭터성과 정교한 시스템이 특징이다. 특히 각 캐릭터의 귀여운 작화를 게임에 그대로 녹여낸 그래픽 기법이 여성과 어린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2004년엔 카툰 렌더링을 활용한 굵직한 게임이 국내에 다수 출시됐다. 현재까지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인 카트라이더와 마비노기가 6월에 출시됐으며, 프리스타일이 12월에 출시됐다. 이 게임 모두 카툰 렌더링 특유의 그래픽 효과 덕분에 오래된 게임임에도 그 티가 잘 안 나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어떻게 보면 카툰 렌더링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 카트라이더가 장수할 수 있는 이유도 이 친숙한 그래픽 때문은 아닐까? (사진출처: 게임 공식 트레일러 갈무리)

길티기어가 보여준 카툰 렌더링의 혁명
 
이후 한동안 국내외에서 카툰 렌더링은 게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기술 발전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08년 나루토 소재 대전 액션게임인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가 출시됐다. 이 작품은 당시 카툰 렌더링 기법을 극한까지 활용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1편은 상대적으로 초창기 작품이라 완성도가 낮아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흥행하기 시작한 2편부터는 '애니메이션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개발사인 사이버 커넥트 2는 현재 귀멸의 칼날 기반 '히노카미 혈풍담'을 제작 중인데, 이 역시 애니메이션을 아득히 능가한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연출로 사람들을 놀라게했던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 (영상출처: 반다이남코 공식 홈페이지)

2011년 '니노쿠니'는 카툰 렌더링 기법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게임이다. 니노쿠니 시리즈는 레벨파이브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합작해서 제작한 게임이다. 지브리에서 단순히 게임 내 동영상만 제작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면서 전반적인 그래픽과 음악,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나루티밋 스톰이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는 연출을 보여줬다면, 니노쿠니는 그야말로 게임 전반적으로 이렇게까지 카툰 렌더링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14년, 이 기법의 혁신을 보여준 작품이 하나 나왔으니 바로 '길티기어 Xrd'다. 기존 2D에 완벽하게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3D 특유의 시점 변환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그동안 어떤 게임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연출을 보여주었다. 업계 내에선 혁신을 넘어 혁명이라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이며, 아크시스템웍스 또한 이 게임에서 보여준 기술을 다른 게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러 명작을 만들어냈다.

▲ 길티기어 Xrd의 그래픽은 혁신을 넘어 혁명이었다 (영상출처: 아크시스템웍스 공식 유튜브)

모바일에서도 주목받는 카툰 렌더링

최근 들어서는 이 카툰 렌더링 기법이 모바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추세다. 사실, 카툰 렌더링이란 기술이 겉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반적인 3D 그래픽보다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소스 활용이 힘든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카툰 렌더링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최적화 기술이 발달되고 기기 성능도 높아짐에 따라서 카툰 렌더링 활용 빈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 붕괴3rd 인게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붕괴 3rd'는 카툰 렌더링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초기 모바일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모바일게임을 넘어서 동시대에 출시된 여러 콘솔게임과 비견될 정도로 좋은 그래픽을 보여줬다. 넷마블에서 출시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는 이보다 더욱 발전된 그래픽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스토리모드나 필살기 사용 시 보여주는 게임 내 컷 신에선 원작 애니메이션을 상회하는 연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오는 6월 10일 출시되는 '제2의 나라' 또한 같은 맥락에서 출시 전임에도 많은 게이머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여기저기 공개된 영상이나 자료를 보면, 원작 '니노쿠니'에서 볼 수 있었던 훌륭한 그래픽을 모바일로 옮겨온 하는 것도 대단한데, 제2의 나라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 제2의 나라 그래픽은 말그대로 '역대급'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넷마블)

덕분에 제2의 나라는 현재 전 연령층의 게이머는 물론 비 게이머로부터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재밌게도 주인공 중 한 명인 '소드맨'의 외형이 지브리 스튜디오 대표작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 하울을 똑 닮은 점도 이 같은 인기몰이에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울의 새로운 모습을 게임에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상황. 여담이지만, 하울과 제2의 나라 소드맨의 국내 성우는 똑같다. 

과연 그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난 2월에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를 보면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도 카툰 렌더링 기법이 인기를 끌 것이라 내용이 나온다. 제2의 나라가 모바일 카툰 렌더링 게임의 최종 단계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지금, 과연 어떤 게임이 그 뒤를 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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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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