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은 몇 세기에 걸쳐 모티브나 콘셉트 그 자체가 되기도 하며, 가끔은 재해석이나 재현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는 문학이나 예술뿐만 아니라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게임에서도 통용된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라는 한마디의 카피라이트로 이목을 끄는 개발팀 인다이렉트 샤인도 고전을 재현하려는 이들 중 하나다. 첫 개발작을 “가볍고, 화려하고, 쉬운 게임에 지친 모든 이에게 이 게임을 바친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팀일까? 매니지먼트와 개발을 담당한 이준형 매니저를 통해 개발팀 인다이렉트 샤인(INDIRECT SHINE)과 게임 하르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고전 감성 재현에 충실한 게임 하르마
하르마는 4비트 컬러라는 제한 안에 구성된 고전 다크판타지 배경의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끔찍한 악마들로부터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것이 주 골자로, 그 과정에서 고전게임 특유의 직관적인, 그러면서도 어려운 난이도의 진행을 만나볼 수 있다. 하르마라는 제목은 최후의 전장을 의미하는 하르마게돈, 혹은 아마겟돈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게임에서 다루어지는 이 전장 또한 최후의 전장이지 않느냐, 하는 이유로 선택하게 됐다.
게임은 아버지를 잃고 홀로 싸워나가는 암울한 상황에서 시작해, 지킬 사람에게 외면당하고, 추방당하면서도 성찰을 이어나가는 깊고 무거운 분위기의 스토리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통해 제한된 색상과 비주얼로 구성된 100종 이상의 몬스터들로 더욱 극대화된 고전 다크 판타지 감성을 느낄 수 있으며, 여기에 높은 난이도가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세계관은 디아블로나 다크소울과 같은 다크 판타지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스토리 전개는 니체의 철학에 모티브를 뒀다. 매 챕터는 니체의 명언 혹은 경구로 시작하며, 총 세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덱 빌딩이라는 시스템은 하스스톤이나 매직 더 개더링과 같은 카드 덱 빌딩 게임에서, 전투와 로그라이크라는 요소는 다키스트 던전, 포더킹 등에서도 많은 것을 참고했다. 게임의 주 랜덤 요소로 등장하는 ‘명중 슬롯’은 동전던지기나 TRPG의 다이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모든 카드는 각각 명중률이 설정돼 있으며, 동전 던지기를 실행해 이를 성공시킨 만큼 강한 대미지를 입힌다.
이런 난이도와 끊임없는 변수에 카드 뽑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용기/지혜로 구분된 카드 덱 중 하나를 선택해, 덱에 포함된 모든 카드를 들고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제한된 덱에서 끊임없이 교환되는 카드와 상기한 랜덤성은, 여러 번 도전해도 항상 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전투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카드 각각의 특성과 제한되는 요소가 뚜렷한 만큼 파고들기(야리코미)를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알맞다.
게임에 대한 열망으로 하나된 팀 인다이렉트 샤인
하르마를 개발한 팀 인다이렉트 샤인은 개발자, 아티스트가 각각 두 명, 디자인과 사운드를 담당하는 한 명씩을 더해 총 6인이 함께하고 있다. 첫 시작은 지난 3월, 일본 유학 중 만난 게임 디렉터와 매니저를 시작으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개발에 필요한 인원을 일본 인디게임 개발자 커넥팅 플랫폼을 통해 모집하기 시작했다.
아티스트 섭외는 게임 기획 이후 진행됐고, 여기서 하르마의 핵심인 몬스터를 담당한 도트 아티스트 기노야, 일부 몬스터 제작과 덱 선택 화면 및 카드 일러스트 등을 담당해 고전 감성을 더욱 극대화시킨 도트 아티스트 후쥬 코요, 몰입감을 살릴 수 있는 BGM 및 효과음을 만든 사운드 크리에이터 겸 피아니스트 신타로 아오키를 만날 수 있었다.
파이널판타지3 픽셀 리마스터, 로맨싱사가 리유니버스 등에 참가한 바 있는 도트 아티스트 기노야는 처음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반신반의로 연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우연찮게 타이밍이 잘 맞아 팀에 함께 할 수 있게 됐으며, 그의 작품은 순탄한 개발 및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됐다. 심즈 4 등 여러 게임 및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운드 크리에이터 아오키 신타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다크판타지풍 작품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나, 지속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세계관에 대해 이해한 이후로는 작업에 큰 어려움 없이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다이렉트 샤인은 우연찮게 만나게 된 프리랜서와 학생들로 구성됐지만, 개인의 열정과 구성원들의 장점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협력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이 매니저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도트 아티스트가 몬스터 도감에 대한 니즈가 높기도 하며, 저희도 이렇게나 멋있는 몬스터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본디 크라우드 펀딩 목표치 미달성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았던 ‘몬스터 도감’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도록 출시 이후로도 노력할 예정이라 말했다.
가볍고, 화려하고, 쉬운 게임에 지친 이에게 바치는 헌사
인다이렉트 샤인은 타 플랫폼 포팅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 관계자와 대화를 나눈 결과,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서 출시를 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스팀 PC 버전 출시 등을 후원금 달성 목표로 설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모바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하르마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매니저는 인터뷰 마무리에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어둡고,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개발에 대한 욕구는 채웠지만 타인이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늘 의문이었다”며, “기사를 읽고 계신 분들이 이런 게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주류 게임들과 다른 중후하고 어두운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이런 게임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거나 게임을 보고 무언가를 느낀다면 한 번쯤 해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개발자로서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모쪼록 이들의 첫 작품에 대한 의문이 확신으로 변할 수 있기를, 또한 자부심을 가져 다음 게임 개발에 원동력을 얻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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