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캐릭터 상품, 연극이나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파생되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오래된 파생 콘텐츠를 들자면 단연 만화다. 물론 공식 만화가 아닌 패러디물이 많았고, 그 중에서는 라이선스를 안 받은 작품도 상당수였기에 원작 전개와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다. 여기에 일부 무리수 설정은 원작 팬들의 비웃음까지 사기도 했다.
그러나, 그 중 일부는 훗날 '예언서'로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산 위에 배를 만든 모세가 그랬듯, 엔씨-블리자드 라이벌 명짤을 만든 게임메카가 그랬듯(??), 당대엔 비웃음을 샀지만 나중에서야 주목받는 예언자과 같은 길을 걸은 셈이다. 오늘은 원작 전개를 미리 예언한 게임 만화 예언서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스트리트 화이터 III, 켄의 승룡권은 류보다 강하다
스트리트 파이터 1편 당시, 켄은 류의 완벽한 클론 캐릭터였다. 1991년 스트리트 파이터 2에서도 발잡기 모션과 이동거리 정도를 제외하면 큰 성능차는 없었다. 켄과 류의 차이가 제대로 생기기 시작한 것은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시인데, 특히 승룡권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1993년 9월 출시된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부터였다. 3단 히트와 적을 불태우는 연출까지 생기며 '확실히 켄의 승룡권은 류보다 강하다'라는 인식이 생긴 것.
그러나, 이를 예측한 만화가 있었으니, 1992년부터 소년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한 한국 만화 '스트리트 화이터 III'였다. 사실 이 만화는 라이선스 없이 만들어진 아동용 개그 위주로, 류와 켄의 이름이 '이소룡'과 '제갈생'으로 나오는 등 원작과는 백만광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 켄의 승룡권은 '왕룡권'이라는 이름으로 별도 분리되어 다뤄진다. 사실 당시 오락실 키드 사이에 퍼져 있던 '왕룡권' 설을 채택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이후 실제 켄의 승룡권이 '왕룡권'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특화되었기에 어느 정도 예지 범주 내에는 든다.
TOP 4. 파이트 볼, 백두산과 대통령의 인맥
철권을 베이스로 당대 유행했던 격투게임 캐릭터들을 활용한 90년대 한국 만화 '파이트 볼'. 격투가 허용되는 100kg 쇠공 축구 '파이트 볼'을 한다는 콘셉트인데, 나중에 가면 파이트볼 경기는 뒷전이고 무술 대회와 음모, 쿠테타 등으로 이야기가 중구난방 흘러갔다. 급기야 마지막에는 그동안 쭉 제기됐던 복선이나 형의 복수라는 목표까지도 다 무시한 채 뜬금없이 '주인공 백두산이 대통령 경호원이 되었습니다 해피엔딩!'이라며 연재를 끝내 비판을 받았다.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엔딩에 '소드마스터 야마토' 식으로 연재가 급히 종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당시 모두의 비웃음을 샀던 '대통령 경호 엔딩'은 훗날 묘한 형태로 재현된다. 백두산이 실제로 고위 관계자의 청을 받아들여 군의 태권도 사범이 되고, 탈영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화랑까지도 방면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가 된 것. 실제로 이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려면 일반 장성이나 국방부 장관 정도와의 친분으로는 어림도 없고, 무죄 방면권이 있는 대통령급 인사 정도는 동원해야 한다. 철권 2부터 3까지 20여년 동안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하며 지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이 파이트 볼 엔딩이 다시 한 번 각광받았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TOP 3. 김성모 스타크래프트, 케리건은 인간에서 저그가 됐다가 인간으로 돌아온다
1998년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1999년 발매된 확장팩 브루드 워는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e스포츠와 PC방을 탄생시켰고, RTS 열풍을 일으켰으며, 훗날 롤과 도타 등으로 정립되는 AOS를 탄생시킨 게임이기도 하다. 그와는 별개로 미래 SF 세계를 배경으로 세 종족이 다툰다는 스토리 역시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와중 나온 만화가 바로 김성모의 '스타크래프트'다.
사실 이 작품은 무려 블리자드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설정이나 스토리적으로는 조금 막장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같은 개그 요소로 더 잘 알려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중대한 예언이 담겨 있었으니... 바로 인간이었던 사라 케리건이 저그에 붙잡혀 칼날 여왕이 되었으나, 이후 머리카락을 빼고 인간으로 돌아오고 나중에 다시 저그 여왕으로 돌아가는 설정이다. 비록 젤나가가 되어 "고짐고"를 외치진 않지만, 이것만 해도 10년도 더 후에나 등장할 스타크래프트 2 스토리를 예언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블리자드가 김성모 만화에서 소스를 얻어 스타크래프트 2 플롯을 짠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TOP 2. KOF 격투천왕, 오로치 팀 부활! 팔걸집 부활!
홍콩 만화 '격투천왕'은 KOF 시리즈에 무협식 전개를 섞어 스케일을 우주급으로 키워낸 괴작 겸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계 없이 계속해서 확장되는 파워 인플레를 보고 있자면 머리가 멍해질 정도인데, 나름 정식 라이선스를 얻은 작품인데다 SNK 측에서도 이 작품을 나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만화에 나온 복장을 게임 내에 넣어줄 정도니 말이다.
어쨌든 이 만화는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한 만큼 시공간까지 마음대로 넘나들며 별의별 시도를 다 했는데, 그 중 하나가 권황 2000OX에 나오는 오로치 팔걸집의 부활이다. 실제로 최신작인 KOF 15에서는 버스에 잡혀 있던 혼들이 풀려나며 오로치 팀이 부활해 참전했으며, 게닛츠 역시 간접적으로 등장하면서 팔걸집 전원의 부활이 사실상 확인됐다. 이쯤 되면 KOF 시리즈가 격투천왕을 너무 유심히 본 나머지 동화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니, 절대영역이나 암흑역량, 구극역량, 대우주역량 등이 본 게임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을 지 모르겠다.
TOP 1. 타임 크라이시스 게임챔프 만화, 사실 저 놈은 배신자다
90년대 후반 오락실에 등장한 타임 크라이시스 2는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2인 동시 플레이, 페달을 통한 엄폐로 적의 공격을 피하는 시스템, 타격감이 살아있는 건 패드, 잘 짜인 레벨 디자인 등은 버추어 캅이나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를 순식간에 뛰어넘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게임이 등장한 지 20년도 훌쩍 더 지난 지금도 오락실에서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을 정도니, 당시 얼마나 높은 인기를 자랑하며 널리 퍼졌는지 알 만 하다.
그 높은 인기에 힘입어, 당시 게임챔프 1998년 10월호에는 아래와 같은 4페이지짜리 흥미기획 만화가 실리기도 했다. 2P 캐릭터인 로버트가 1P인 키스를 시기해 전투 도중 배신해서 뒤를 치려는 내용인데, 당시엔 아무리 코믹한 소재라도 너무 막 나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2015년 출시된 타임 크라이시스 5에서 이 만화의 내용이 실현됐다. 실제로 로버트가 키스를 배신하고 그를 죽이려 한다는 충격적인 전개 말이다. 이 짧은 만화를 기억하고 있었던 기자는 타임 크라이시스 5의 전개를 보며 소름이 쫙 돋았다. 독자분들도 그 어마어마한 예언의 만화를 직접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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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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