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컵누들'로 유명한 일본 식품회사 닛신에서 괴상한 신제품을 발표했습니다. 무려
게이밍 야끼소바와 게이밍 카레밥 인데요, 뭐가 게이밍인고 하니 에너지 음료 등에 첨가되는 카페인과 아르기닌, 나이아신(비타민 B3) 등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이 제품. 장난꾸러기 호기심쟁이 게임메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죠. 네. 먹어봤습니다. 마침 외부 일정이 없어 사무실에 앉아있던 희생양 몇 명도 이 의식(?)에 강제 동참시켰습니다.
▲ 이것이 바로 게이밍 야끼소바(좌)와 카레밥(우) 입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야끼소바는 영어로 '게이밍 컵누들'이 쓰여 있고, 카레밥은 일본어로 '게이밍구 카레메시'라고 쓰여 있습니다. 나중에야 깨달은 것이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이 함부로 하드코어한 카레밥을 고르지 않도록 나름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먼저 외국인들에게 적극 추천할 수 있는(?) 게이밍 야끼소바를 살펴봅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새우와 계란, 양배추 등의 건더기가 보이네요. 전반적인 디자인은 임요환과 홍진호가 번쩍이는 은박 옷을 입고 경기를 치르던 2000년대 초반 테크노 감성이 느껴집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카페인 41mg과 함께 비타민 B1, B2 등도 마구 들었습니다. 카페인 양은 대략 평균적인 커피 한 잔 정도입니다. 이럴 바엔 그냥 컵라면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상식적인 의문은 잠시 접어둡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음은 게이밍구 카레메시 입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왠지 불안해지는 조리예 사진입니다. 원래 호감 없는 이성과 잘 모르는 음식의 질척거림은 거부감이 드는 법이니까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카페인 함유량은 47mg로, 야키소바보다 높군요. 하하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뭔가 진갈색 밥알 같은것이 왼쪽엔 푸른 빛, 오른쪽엔 빨간 빛을 휘감고 있습니다. 타이(!)의 대모험에 나오는 절대주문 메드로아가 딱 저 비주얼인데, 저걸 대체 누구에게 발사하려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야끼소바 오픈 샷. 평범한 면과 건더기, 그리고 후첨스프가 들어 있습니다. 물을 부어 익힌 후 물을 따라내고 후첨스프를 얹어 비벼먹는 비빔면 타입인데, 게임 하면서 물 따라내기를 할 여유가 있을까요? 일본이 아직 e스포츠 강국이 되지 못 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망의 게이밍구 카레메시 오픈 샷. 살짝 당황스러운 비주얼입니다. 동결건조(?) 쌀과 건더기 위에 커다란 카레 루 덩어리가 얹혀 있네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단 두 개 다 물을 부어 봤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상한 거품이 잔뜩 올라왔습니다. 제가 온수가 아니라 탄산수를 부은 건지 잠깐 확인해 봐야 했습니다. 참고로 이런 종류의 라면은 물을 약간 적게 넣는 것이 안전하기에, 살짝 적게 잡아봤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발 맛있어라! 제발 맛있어라! 를 외치며 3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슬슬 야키소바가 익을 타이밍이 되었군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후후후 젓가락으로 콕!콕! 은 옛날 기술이지. 게이밍 컵누들은 최-첨단 물버리기 기술을 쓴다고! (사실 다른 야끼소바 누들도 다 저 포장 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을 남김없이 따라 버립니다. 이런 기술은 우리나라 비빔라면들에도 좀 적극적으로 도입됐으면 좋겠지만, 안 도입되는 이유는 뭔가 어른의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어갑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의문을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는 것은 영 기자답지 않은 자세라 생각됐기에 잠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후첨소스를 뿌리는데, 뭔가 제가 알고 있는 야끼소바 소스와 다릅니다. 된장 같은 덩어리와 고춧기름 같은 용액이 졸졸 나옵니다. 불안해집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비벼 보았습니다. 소스 양이 적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희생양... 이 리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기자들과 함께 맛을 봤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단, 저 소스에서는 묘하게 된장 같은 짠맛과 향이 납니다. 여기에 뒷맛으로 왠지 모를 쓴 맛이 밀려오는데, 커피나 초콜릿의 쓴 맛과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화학적인 향입니다. 여기에 다 먹고 나면 살짝 시큼한 뒷맛도 남습니다. 편견 때문인가 하고 세심히 맛을 봤는데, 정말로 요상한 뒷맛이 납니다. 그 와중에 새우 건더기를 씹으면 특유의 새우맛이 섞이며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요상한 조화를 냅니다. 야끼소바를 맛 본 기자들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쯤에서 카레밥으로 불만을 잠재우고자 뚜껑을 열었는데, 왜 아직도 거품만 가득하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카레 먹던 그릇에 숭늉을 따른 듯한 비주얼과 향입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 카레 루 건더기가 안 녹았습니다. 이걸 마구 젓고 누르고 짓이겨서 물에 녹여 줘야 합니다. 게임 하던 중간에 이 작업 하다간 그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조금 세게 휘젓다간 저 카레국물이 사방으로 튑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렇게 마구 저어줬더니 완성된 게이밍구 카레메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을 나름 적게 넣었음에도 상당히 묽습니다. 후루룩 마셔도 될 정도인데, 이거 비주얼이 완전 설ㅅ......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짱구 아빠 신형만씨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똥 먹는 데 카레 얘기 하지 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단, 카레 자체는 꽤 평범한 일본식 카레맛입니다. 매운맛이 조금 있긴 하지만, 한국인 기준 매운맛 축에는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다만, 야끼소바처럼 뒤에서 묘한 쓴맛이 올라오는데, 그게 상당히 불편한 뒷맛으로 남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저 동결건조(?) 쌀의 식감인데, 식혜 속 밥알처럼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 나며 입 안에서 스펀지처럼 씹힙니다. 거기에 가끔 한두개씩 덜 익은 쌀알이 치아에 끼는 이벤트까지! 앞서 보여드린 것처럼 은근히 묽은데 그걸 숟가락으로 퍼먹다 보면 키보드나 테이블, 옷 등에 흘리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이밍 식품으로 나온 두 가지 제품을 모두 맛봤습니다. 일단 게임 하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인데, 딱히 게이밍에 특화돼 있는 것 같진 않군요. 야키소바는 물을 버리고 소스를 넣고 비비는 거추장스러운 과정이 있고, 카레밥은 카레 루 녹이려고 꽤 고생을 하게 됩니다. 여기에 둘 다에서 느껴지는 묘하게 쓴 뒷맛과 아린 느낌의 신맛이 기분을 다운시킵니다. 게임을 하며 카페인이 필요하다면 일반 컵라면에 커피 한 잔 더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직 두 개가 남았는데, 오늘 자리를 비운 기자들이 내일 돌아오면 억지로 먹여 볼까 합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