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초사이어인, 초필살기는 들어봤지만 ‘AI 기반 자동검증과 휴먼팩터 등을 고려한 초몰입 제너레이티브 게임’은 처음입니다. 정부가 지난 18일에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전략’을 발표하며 소개한 것입니다. 생성 AI가 급부상하며 이를 활용한 뭔가를 만들어 새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만, 현재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으로 뭘 만들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였지만 명확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VR∙AR과 메타버스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앞서 이야기한 산업들이 크지 못한 게 정부 지원이 없어서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서울시에서 24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일 평균 방문건수가 420여 건에 불과한 ‘메타버스 서울’ 같은 사태를 보면, 신사업이랍시고 국고 지원 문턱을 지나치게 낮춰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도 듭니다.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네티즌들도 ‘초몰입 제너레이티브 게임’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고, 제대로 된 결과 없이 국고만 들이는 결말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게임메카 진지보이 님도 “빛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했죠.
이 외에도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한국 게임을 사전에 출시해 평가받는 ‘K-게임 얼리액세스’ 등 게임업계와 게이머 모두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를 던졌습니다. 얼리액세스는 밸브가 스팀에서 쓰는 ‘앞서 해보기’라는 한국어로 현지화한 단어가 있는데, 정부기관에서 굳이 영어로 썼네요. 아울러 앞서 해보기는 발더스 게이트 3라는 좋은 사례도 있지만, 미완성 게임에 대한 사전구매를 유도한 후 기대에 못 미치거나 도중에 서비스를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폐해가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기에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 정부 발표에서 게임산업 발전 큰 틀은 지난 5월에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과 같습니다. 다만, 초몰입 제너레이티브 게임 기술개발 등 낯선 개념이 더해지며 전반적으로 혼란이 가중된 느낌입니다. 기왕 정부예산을 들인다면 말만 번지르르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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