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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메이플 리부트 유저, 환불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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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월드(서버) 일반 서버 전환이 발표됐던 8월 8일 메이플 나우 생방송 현황 (사진출처: 메이플 나우 생방송 갈무리)

지난 8월에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확히는 현재 운영 중인 리부트 서버가 일반서버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과금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유료 아이템이 거의 없고, 일반 서버와 달리 유저 간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플레이를 통해 모을 수 있는 무료 재화인 메소와 경험치 획득량이 일반 서버보다 높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일반 서버와 완전히 다른 수익 구조와 시스템을 가진 리부트 서버를 운영한 이유에 대해 본연의 캐릭터 성장 재미를 강화하기 위함이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가 다른 두 서버에 동일한 콘텐츠를 추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서버 간 유저 갈등은 점차 심화됐죠.

이에 대해 메이플스토리 김창섭 디렉터는 8월 8일 방송을 통해 "리부트 월드(서버)에 관련한 모든 문제는 동일한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서비스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저희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넥슨 스스로도 판단 착오를 인정한 셈입니다.

리부트 서버에서는 스펙업에 필요한 큐브 등은 메소로 판매됐으나, 전용 장비나 필드에 드랍된 아이템을 끌어오는 일명 '자석펫' 등은 유료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낮은 과금에 스스로 성장하는 재미를 강조한 리부트 서버가 마음에 들어 유료 아이템을 구매해 플레이한 유저들은 환불받을 수 있을까요? 리부트 서버 유저들의 환불 가부와 관련한 법적인 쟁점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 전환 발표에 맞춰 '자석펫(루나 쁘띠 펫)' 판매도 중단됐다 (자료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유료 아이템 환불에 대한 법적인 쟁점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유료 아이템을 환불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법률적으로 수많은 쟁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접근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어서 '사정 변경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내지는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비롯한 조정기구를 통해 게임사와 합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각 방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에는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첫 번째, 민법 제110조에 따른 계약의 취소

첫째로,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를 이유로 의사표시(구매 계약)를 취소하는 것입니다.

즉, 게임사의 기망행위로 인해 유저들이 오인에 빠졌고, 이러한 오인으로 유료 아이템을 구매했다고 인정될 경우 민법 제110조에 따라 구매 계약 자체를 무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유명한 판례는 '보보보 사건’으로 알려진 수원지방법원 2021나71106 판결입니다.

▲ 민법 제 110조에 따른 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보보보 사건’의 판결문 (자료출처 : 수원지방법원 2021나71106 판결문)

위 사건에서 원고(메이플스토리 유저)는 "넥슨이 ‘보보보’라는 옵션 조합이 생성될 수 없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방법으로 유저들을 기망하지 않았다면, 원고도 메이플스토리에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전형적인 민법 제110조에 따른 계약 취소의 주장을 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넥슨 측이 수많은 조합 중 유독 가치가 높은 ‘보보보’ 옵션 조합의 생성만을 의도적으로 차단하였고, 이를 장기간 공지하지 아니한 일련의 행위는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평가된다"라고 판시하며, 원고 주장 중 일부를 인정하여 이에 넥슨 측에 원고가 메이플스토리에서 구매한 매매대금 중 일부를 지급할 것을 명했습니다.

이렇듯, 게임사가 이용자에게 게임 내 유료 재화의 구매를 하는 데 있어서 기망행위를 하였다면, 이용자는 이를 이유로 유료 재화 구매를 취소하고 구매액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 사태에서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환불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 제110조에 따른 계약 취소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보았듯 '게임사의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넥슨 측에서 리부트 서버를 처음 만든 이유가 '유저들을 유인하여, 리부트 서버에 정착하게 만든 이후에 일반 서버로 변경해서 이익을 취할 목적이었다'라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정황상 넥슨 측이 이러한 의도로 리부트 서버를 시작했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추후 일반 서버로 변경할 의도로 리부트 서버를 열었다고 하더라도 별도 증거가 없다면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두 번째, 사정변경에 따른 매매계약의 해제

둘째로, 사정변경이 있었음을 주장하며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민법 내지는 기타 법률에 조문으로 적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할 때 예견할 수 없었던 사정이 발생했고,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

▲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 (자료출처 : 대법원 2019다276338 판결문)

법무부가 2022년 12월 입법예고한 '디지털 콘텐츠 계약법'을 도입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제733조의 6에도 이러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제1항에서는 디지털제품에 대한 제공자가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는 요건에 관해 규정합니다. 그리고 제2항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도 이용자들의 계약 해지권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입법예고 단계인 만큼 법률과 같은 효력은 없지만, 이러한 기준은 실무상 게임사와 이용자와의 분쟁에서도 법원의 판단기준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사정변경의 원칙을 반영한 법무부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자료출처 : 법무부 공식 홈페이지)

이번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 사태에 대해서, 만약 기존 리부트 서버 이용자들의 환불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다면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넥슨 측에서는 민법 일부개정안 제733조의 6조 제1항 제2호의 요건, 리부트 서버를 일반 서버로 변경하지 않으면 메이플스토리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 달성이 곤란해지거나, 이용자 수 격감 등을 이유로 넥슨 측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된다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 예상됩니다. 또한 같은 항 제3호의 요건에 따라 넥슨은 리부트 서버 변경하기까지 상당한 기간 전에 이용자에게 변경 취지와 내용을 통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보면 메이플스토리가 지난 8월 리부트 서버의 일반 서버 변경 로드맵을 알린 점, 그리고 사과문 중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안이었다"라는 문구가 가지는 법적인 의미도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은데요.

즉, 위 문구는 물론 유저들에 대한 사과도 포함하고 있겠지만, 법적으로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리부트 서버 서비스를 제공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하였지만),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제안이었다(리부트 서버를 변경하지 않으면 메이플스토리라는 제품의 목적 달성이 곤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결정이다)"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저들 입장에서는 이런 넥슨의 결정에 따라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라는 제품의 이용 이익을 침해받게 된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필요할 텐데요. 구체적으로, 일반 서버와 리부트 서버의 차이점, 이러한 차이점에 따라 리부트 서버가 일반 서버로 바뀌게 되면 기존 리부트 서버 유저들이 입게 되는 피해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정리 및 입증하여 재판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 분쟁조정기구를 통한 게임사와의 합의

마지막으로, 분쟁조정기구를 통해 게임사와의 합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은 법원을 통한 소송절차에 비중을 높게 둔 방법인 반면, 합의는 말 그대로 게임사와의 협상을 통한 것이기에 소송 외적인 방법입니다.

실무상 게임 유료 아이템의 환불은 이러한 합의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4월부터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집단분쟁조정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렇듯, 개개인이 별도로 소송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현 상황에서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나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이 게임 유저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된 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유효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 메이플스토리 피해 배상 요구 집단분쟁조정 (사진출처: 한국소비자원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메이플스토리 리부트 서버 서비스 변경과 관련한 주제로, 특히 기존 리부트 서버 유저들의 환불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면 그 내용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도 분명히 있을 텐데요, 메이플스토리는 국내 최장수 온라인 게임 중 하나로 유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온 만큼, 서비스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유저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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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스토리 2003년 4월 29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위젯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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