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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돈 많이 쓴 사람은 e스포츠 잘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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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챔피언십 경기 (사진출처: LCK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지난 10일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경기 (사진출처: LCK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e스포츠 경기도 많이 볼 것이다’라는 명제는 얼핏 들으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게임을 많이 플레이한다면 관심도 많을 것이고, 그만큼 e스포츠를 이용하는 양도 분명 늘어날 것 같다. 일견 일반 상식처럼 보이는 위 명제를 정면으로 반박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월 한국게임학회에서 발간한 ’한국게임학회 논문지’에 학술논문 ‘게임을 통한 여가문화활동이 e스포츠 이용량에 미치는 영향 연구(김진웅·박성은, 2024)’가 수록됐다. 논문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3년 실시한 ‘국민여가활동조사’ 설문조사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게임 이용’과 ‘e스포츠 관람’ 중 하나라도 주된 여가활동으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1,531명의 데이터를 분류,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가로서 e스포츠 이용량은 게임 이용, 게임 이용 시간, 게임 이용에 따른 만족도 등과 무관했다. 여기에 게임에 쓴 비용과 e스포츠 이용량은 오히려 반비례했다. 게임에 돈을 많이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e스포츠를 덜 본다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다르다

우선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핵심이 되는 ‘e스포츠 이용량’에 대해 정의하고 넘어가겠다. 논문은 ‘e스포츠 이용량’을 핵심 변수로 논문을 작성했는데, 여기거 ‘e스포츠 이용’이란 ‘e스포츠 관람’을 의미한다. 또한 ‘이용량’은 절대적인 시간이나 금액이 아닌, 여타 여가시간 대비 비중을 의미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게임 이용’과 관련된 수치는 e스포츠 이용량과 유의미한 통계적 인과관계를 나타내지 않았다. 게임 이용 시간, 반복 이용 주기, 게임 이용시 만족 정도, 타 여가시간 대비 게임에 대해 만족하는 정도 등은 e스포츠 이용량과 비례하지 않았고,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결과가 도출됐다. 즉 통상적인 상식과 달리 오랜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e스포츠 관람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며, 게임이 취미가 아닌 인원도 e스포츠 관람이 주요 여가활동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e스포츠 이용량과 통계적으로 연관 있는 요소는 게임에 대한 지출 성향과 e스포츠 관람에 대한 만족도였다. 분석에 따르면, 게임 이용 시 쓴 금액이 적은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인원보다 e스포츠 이용량이 높았다.

▲ 통계 분석 자료, 진한 색은 통계적 인과관계가 높은 자료 (자료출처:게임을 통한 여가문화활동이 e스포츠 이용량에 미치는 영향 연구)

일반적으로 게임 이용에 쓴 금액이 많은 유저는 주로 인게임 유료상품이나 스팀 등에서 고가 패키지를 구매한 경우다. 이러한 게임은 주로 페이 투 윈이나 수집형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국내에서 주목도가 높은 e스포츠 경기 게임은 주로 경쟁 위주며, 대부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그만큼 금전적인 지출이 적다.

이외 특기할 사항으로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감상하는 취미도 e스포츠 이용량과 유의미한 통계적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 감상이 취미인 인원은 주로 e스포츠 이용량 수치도 높았다. 대부분의 e스포츠 경기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중계되는 만큼 이에 익숙한 유저들이 시청하거나, 역으로 e스포츠 관람이 인터넷 방송에 입문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수 있다.

각종 e스포츠 방송국이 포진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진출처: 치지직, 아프리카TV 홈페이지)
▲ 각종 e스포츠 방송국이 포진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진출처: 치지직, 아프리카TV 홈페이지)

경쟁에 대한 피로로 게임을 떠난 유저, e스포츠 시청층의 변화

그렇다면 왜 게임 이용 시간이나 만족도 등은 e스포츠 이용량은 서로 무관한 모습을 보였을까? 논문은 근본적으로는 상관관계와 통계 분석을 토대로 했다. 그만큼 해당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나오기 어렵다. 다만 논문을 작성한 연구원 개인이 분석적한 개략적인 이유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결론을 경쟁적 요소에 따른 이용자의 변화로 분석했다. 프로 선수들이 등장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종목은 타 게임과 비교해 경쟁적 요소가 강하다. 특히 국내 e스포츠를 주름잡고 있으며, PC방 순위 역시 가장 높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롤)’의 경우 이런 경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최근 전반적인 유저 연령대가 상승했다는 개발자 인터뷰나, 랭크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수가 감소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공식 계정에서 듀오 관련 농담을 던질 정도로 경쟁 스트레스가 강하다 (자료출처: 롤 공식 X)
▲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SNS에서 듀오 관련 농담을 던질 정도로 경쟁 스트레스가 높다 (자료출처: 롤 공식 X)

이런 경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유저들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시청하는 형태로 변화해 실제 게임 플레이와 e스포츠 이용량이 상관관계를 그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는 분석했다. e스포츠 이용량과 인터넷 방송, 유튜브 감상이 연관된다는 본 논문 내용 또한 이를 어느정도 방증한다.

추가로 덧붙이면, e스포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시청층 또한 변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많은 인원이 시청하는 e스포츠 경기는 주로 롤, 발로란트,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FC 온라인, 오버워치 2, 배틀그라운드 등이다. 과거 e스포츠 시청층은 주로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혹은 플레이했던 유저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직접 조작하는 총기, 챔피언, 빌드 등을 프로 선수들도 사용한다는 일체감은 e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감각이었다. 

▲ 9월 펼쳐진 LCK 결승전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최근에는 여타 스포츠처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e스포츠 관람을 취미로 가진 사람 중, 해당 게임을 전혀 플레이해보지 않은 인원도 많다. 위 논문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e스포츠 시청층의 변화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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