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픽의 강자, KT A 롤챔스 무관의 설움 풀다

KT A가 드디어 무관의 설움을 풀었다. 롤챔스 2014 서머 결승전에서 삼성 블루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8월 16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열린 롤챔스 2014 결승전에서 KT A가 삼성 블루를 3:2로 누르고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1세트를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한 KT A는 이어진 2,3세트를 모두 삼성 블루에게 내주며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특히 2세트의 경우, 초반 상황이 좋았음에도 상대의 노련한 운영에 승리를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KT A가 다시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한 시점은 4세트다. 어쩌면 마지막 세트가 될 지 모르는 4세트에서 KT A는 초반부터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챔피언 조합이 다소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잡아낸 KT A는 결국 승부를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된 5세트까지 이끌었다. 5세트는 완전히 KT A의 경기였다. 탑과 미드, 서폿이 모두 '마오카이', '야스오', '알리스타'로 동일한 가운데 '카카오' 이병권의 '리신'이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격차를 크게 벌린 것이다.

이번 결승전에서 KT A는 '블라인드 픽의 강자'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결승전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KT A는 8강과 4강에서 모두 블라인드 픽까지 오는 접전을 벌였다. 상대적으로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상황이 없었던 삼성 블루에 비해 '블라인드 픽'에 대한 실전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KT A는 이러한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힘들었던 승부를 결국 우승으로 완성해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KT A가 롤챔스 서머에서 우승하며 KT 롤스터와 함께 1주일 단위로 '스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 양대 종목을 모두 점하는 기록을 세운 점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단기간 내에 '스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동시에 석권한 프로게임단은 KT가 유일하다.

사실 KT A는 아직 롤드컵 직행을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즉, 롤드컵에 가기 위헤서는 한국대표 선발전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롤드컵을 앞두고 벌어진 큰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일궈낸 점은 앞으로 한국대표 선발전, 그리고 롤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에서 KT A는 그 어느 팀보다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8강과 4강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펼치며 결승에 올라왔으며, 결승전에서도 마지막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즉, KT A는 지난 시즌의 우승팀인 삼성 블루나 지난 롤드컵에서 우승한 SKT T1 K만큼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포스'를 뿜으며 결승에 올라온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각 포지션 별 KDA에서 KT A는 원딜인 '애로우' 노동현만 이름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KDA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석권한 팀은 3위인 삼성 오존이었다. 삼성 오존은 '루퍼' 장형석과 '댄디' 최인규, '마타' 조세형이 이번 시즌 KDA에 선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A가 이번 시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점은 마지막 넥서스가 깨지기 전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 있는 플레이였다. 특히 결승전을 비롯해 이번 시즌을 통틀어 '초반이 강한 피지컬 좋은 팀'에서 중후반 이후, 그리고 다전제 승부를 내다볼 줄 아는 안목이 있는 팀으로 거듭난 것이 롤챔스 첫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시즌에 가장 왕성한 성장력을 과시한 KT A가 다가오는 롤드컵에서도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 롤드컵 2013에서 우승한 SKT T1 K가 바로 직전에 벌어진 롤챔스 서머 우승 때부터 기세를 이어나가 좋은 결과를 일궈낸 점을 미루어 볼 때, KT A 역시 현재 기세를 롤드컵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