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일지매’는 배우들의 호연과 흥미 넘치는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여세를 몰아서 드라마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9년 5월, SBS를 통해 애니메이션 ‘일지매’가 방영되었으며 게임은 발키리 엔터테인먼트에 의해 ‘일지매 리버스’라는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다. 지난 12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그룹테스트(FGT)를 마친 ‘일지매 리버스’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개발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게임메카는 발키리 엔터테인먼트의 남재민 게임사업부장과 박응창 PD를 만났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 일지매
발키리 엔터테인먼트는 왜 ‘일지매’를 소재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남재민 부장은 ‘인지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지매는 국내에서 ‘홍길동’과 함께 ‘의적’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드라마의 성공으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입니다. 무에서부터 유를 창조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게임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일지매 특유의 쾌활한 액션과 성격이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게임과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록뱀미디어의 ‘일지매’ 프로젝트에 참여, ‘일지매 리버스’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일지매’ 드라마는 일본, 대만 등 8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애니메이션 역시 대만과 싱가폴에 수출되어 방영되는 등 해외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남 부장은 ‘일지매 리버스’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등 원작을 소재로 한 게임 대부분은 캐릭터나 소재에 의존한 나머지 완성도가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남재민 부장은 자신있게 답했다.
“그렇다고 ‘일지매 리버스’가 단순히 ‘일지매’라는 캐릭터만 내세워서 대충 개발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이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지매’를 소재로 다룬 것일 뿐입니다. ‘일지매 리버스’에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는 일지매, `일지매 리버스`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전 액션 게임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대전 액션 게임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겟앰프드’ 이외에 대부분의 대전 액션 게임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발키리 엔터테인먼트는 전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대전 액션’은 ‘겟앰프드’ 외에 유저 저변층을 확보한 게임이 거의 없고 처음 접하는 유저가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입니다. 그래서 `대전 액션`은 온라인게임 회사들이 기피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역으로 새로운 블루 오션이라고 생각하여 `일지매 리버스`를 `대전 액션`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액션을 기반으로 한 ‘일지매’와 ‘대전 액션’이 어울리는 장르라는 것도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박응창 PD는 ‘대전 액션’ 장르가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분석했다.
“게임의 접근성이 다른 장르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대전 액션은 FPS와 달리 상대를 격파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킬/데스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는 이야기죠. 또한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처음 하는 유저들은 쉽게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전 액션’은 계속 고전할 것입니다.”
발키리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미 ‘대전 액션’의 한계에 대한 분석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대전 액션의 한계를 극복할 생각인 것일까?
대전 액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ICC 시스템
박응창 PD는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대전 액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은 바로 ‘ICC(Identity Card Combination)’ 시스템이다.
“일지매 리버스는 유저가 캐릭터를 선택해서 스킬과 아이템을 사용하여 적을 쓰러뜨리는,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스킬과 아이템을 준비하여 전투에 임하는 게임입니다. 이를 위한 시스템이 바로 ‘ICC’ 시스템입니다.”
▲ ICC 시스템의 조합
‘ICC 시스템’은 카드 조합을 통해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시스템이다. 카드는 캐릭터 카드와 영웅 카드, 무기 카드 등 3가지 카드로 구성된다. 유저는 캐릭터 카드에 영웅 카드와 무기 카드를 조합하여 캐릭터를 만들고 전투에 임할 수 있다. RPG처럼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작 캐릭터를 직접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투를 치룰 때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즐길 수 있다. 또한 각 카드에는 특성이 있어서 같은 특성의 카드로 조합하면 세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 카드’는 각각 스테이터스가 다르고 특성이 있다. 현재 8가지 캐릭터 카드가 완성되었으며 계속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무기 카드’는 4가지 속성으로 강화할 수 있다. 다른 게임과 달리 ‘일지매 리버스’에서 강화는 각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밸런스를 붕괴시키지 않는다. 최대 5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으며 하나의 속성만 강화하거나 다양한 속성을 강화하는 등 유저의 취향에 따라 같은 장비도 다른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영웅 카드’를 통해 강력한 영웅으로 변신하여 전황을 역전시킬 수 있고, 스킬 조합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즉, 액션 게임이지만 유저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조작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양상의 전투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유저는 ‘일지매 리버스’에서 자신이 조작할 캐릭터의 스킬과 장비 등을 직접 조합하여 전투에 임할 수 있기 때문에 마치 RTS에서 테크트리를 완성하는 것처럼 전투에 참여할 때마다 전혀 다른 전투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영웅 중 하나인 암살자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박응창 PD는 다른 대전 액션 게임과 달리 ‘일지매 리버스’를 ‘초보자’를 위한 게임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코어 게이머가 많은 것이 더 낫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응창 PD는 고개를 저었다.
“게임에 애착을 갖고 즐기는 유저는 개발사 입장에서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러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게임을 좌지우지 하려는 유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 게임을 접한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이기적인 고수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지매 리버스’는 어떤 방법으로 초보 유저들을 사로잡을 생각일까? 이에 대해 남재민 부장은 다양한 방책을 내놓았다.
“ICC 시스템 외에 ’깃발 쟁탈전’, ‘지존무쌍전’ 등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여 유저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전투에 ‘의외성’을 넣어서 초보 유저도 고수를 이길 수 있는 콘텐츠를 넣을 계획입니다. 마치 ‘카트라이더’에서 결승점 직전에 아이템으로 1위를 쓰러뜨리고 승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또한 대전 액션 게임이지만 혼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모드’와 다양한 커뮤니티 기능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대전 액션’이라고 해서 싸우는 게 전부는 아니니까요.”
▲ 현재 개발 중인 `일지매 리버스` 플레이 영상
중소 개발사를 위한 지원이 아쉽다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아니면 관심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 개발사가 많다. 발키리 엔터테인먼트는 과연 어떨까? 기자의 질문에 남재민 부장과 박응창 PD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현재 외주로 일하는 인원까지 합쳐서 15명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자금입니다.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게임에 넣고 싶어도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개발이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인원을 뽑으면 자금이 모자라게 되죠. 헝그리 정신으로 열심히 개발해도 결국 자금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결과물을 내놓게 되고, 그 결과 유저들의 외면 속에 게임이 실패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남재민 부장).”
“인력을 뽑으려고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초창기 멤버들은 게임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새로 뽑은 인력은 처음부터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에 대해 교육해야 합니다. 여기에도 시간과 자금이 소모되는 거죠. 실력 있는 개발자는 중소 개발사를 꺼려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인력에 대한 지원도 시급한 실정입니다(박응창 PD).”
정부에서는 문광부 유인촌 장관이 여러 차례 게임 행사에 방문하여 게임 산업에 지원할 것을 밝혔다. 그러나 중소 개발사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콘텐츠가 대부분 완성된 시점’을 기준으로 게임 지원 여부를 심사합니다. 하지만 중소 개발사에서는 당장 자금이 있어야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원받기는 하늘의 별따기죠. 개발비 지원이 안되면 하다못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장비나 서버라도 임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박응창 PD).”
“퍼블리셔도 자금과 인력이 풍부한 회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완성도 높고 성공할 만한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하지만 자금에 목마른 중소 개발자 입장에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게다가 값싼 중국 게임과 웹게임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더 힘들어졌습니다(남재민 부장).”
이처럼 중소 개발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게임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발키리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개발 중인 ‘일지매 리버스’를 오는 3월 클로즈베타테스트(CBT)할 예정이다. CBT를 통해 다양한 부분을 테스트하고 이후 완성도를 높인 뒤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실시할 계획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착실히 게임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발키리 엔터테인먼트. 인터뷰에 응한 남재민 부장과 박응창 PD는 게임메카 유저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일지매 리버스’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발키리 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입니다. 유저가 ‘일지매 리버스’를 통해 ‘대전 액션 게임은 어렵다’는 편견이 아닌 ‘대전 액션 게임도 재밌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발키리 엔터테인먼트 박응창 PD, 남재민 게임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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