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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와 전통 민화의 만남, 챔피언의 내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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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에 참여한 전통화가 6인
좌측부터 유갑규, 라오미, 신미경, 신영훈, 이동연, 임태규 작가

포효하는 용과 기름 냄새 나는 전쟁기계, 칼과 마법으로 무장한 영웅들이 난립하는 서구 판타지와 한국 전통 민화의 만남이 상상되는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가 국내 내로라하는 전통화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눈길을 끈다.

라이엇게임즈는 25일(수),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게임과 전통화를 접목한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 전시에 앞서 미디어 시사회를 진행했다. 현장에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이승현 대표와 전통화가 6인이 모두 자리한 가운데 전시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에는 게임 속 챔피언과 프로게이머를 소재로 한 수묵화, 문자도, 초상화 등 작품 20점이 전시됐다. 새하얀 한지 위에 한복을 입은 ‘카타리나’가 자태를 뽐내고, ‘마스터 이’가 폭포를 바라보며 고고하게 서있다. 이제껏 보아온 공식 일러스트와는 풍겨오는 정서부터가 너무나 다르다. 어떻게 이러한 이색적인 기획이 가능했을까?

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대표는 대중문화의 핵심인 게임이 문화적 자산을 보호하고 알리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기 위해선 현지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문화적 자산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문화재 보호사업도 그 일환이며, 이번에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한국 미술이 지닌 상징성을 게임을 통해 알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 게임과 문화의 교류를 강조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이승현 대표

이 대표는 동양화에는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정서가 담겨 있다고 얘기했다. 이를 ‘전신’이라 하는데, 그저 형상만을 모사하는 것이 아닌 내면의 정신까지 함께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들은 매우 강하고 당당한 이미지지만 그 내면에는 전장에 나서야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내제되어 있다”며 “동양화에선 이러한 심상을 ‘앉아있으면서도 마음은 말을 달린다’하여 ‘좌치’라 한다. 이번 전시에선 이러한 챔피언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소재는 그저 게임 속 챔피언에 그치지 않는다. 신영훈 작가는 얼마 전 e스포츠 대상을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 프로게이머 5명의 초상을 수묵화로 그려냈다. 신 작가가 게이머와 챔피언이 게임플레이를 통해 하나가 되는 부분에 착안하여 ‘일아일체’라는 전시명을 내걸었다. 그는 “프로게이머의 내면 세계를 챔피언을 통해 투영하고자 했다”고 얘기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의 내적 의미가 동양적인 심상에 닿아있다면, 외적인 취지는 바로 세대간의 소통이다. 이번 전시에 나선 작가 6인은 모두 장년으로, 게임을 주로 즐기는 연령대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젊은 게이머들에게 한국 전통화가 낯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전통화 기법을 이용해 그려진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들은 훨씬 친숙하게 다가온다.

풍경화 ‘세한삼우’를 그려낸 임태규 작가와 미인도를 선보인 이동연 작가는 슬하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부사이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아들과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챔피언의 희로애락이 담긴 ‘단소정한’을 전시한 심미경 작가 또한 중학교를 다니는 딸이 ‘티모’를 좋아한다며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을 계기로 더 많은 세대간 소통이 이루어지길 소망했다.


▲ 게임 속 캐릭터를 민화로 표현함으로써 세대간 간극을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다

끝으로 이승현 대표는 “한국 전통화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며, 라이엇게임즈도 배우고 느낀 바가 많다”며 “미술 관계자뿐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를 사랑하는 유저들과 일반 관람객 모두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누리길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미디어 시사회가 끝나고 본격적인 전시를 개시하기에 앞서, 초상화의 주인공인 ‘페이커’와 ‘와치’ 등 선수들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 2주간 진행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 현장 이벤트에 참여해 작가들과 함께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이게 된다.

전시 일정은 개막일을 제외하곤 평일, 주말에 구분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관람료는 성인 3,000원, 초중고 학생 2,000원이며 미취학아동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학생의 경우 할인을 위해선 학생증을 지참해야만 한다. 미취학아동을 제외한 관람객에게는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전’ 2016년 탁상 달력이 증정된다. 이번 전시로 인한 수익은 한국 문화 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 시사회가 끝난 후 초상화 속 '페이커'가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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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게임소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AO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중 한 명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 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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