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e스포츠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다. WCG의 한국대표선발전이 시작되며 등장한 신규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발생하고 있으나, e스포츠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중심을 잡고 있던 ‘스타1’ 시장이 휘청거리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스타1’에게서 바로 바통을 받아 이전과 같은 뜨거운 열기를 이어갈 차세대 종목의 출현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을 맞아 고향 한국으로 돌아온 WCG 2011이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다시 불을 지필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WCG의 이수은 대표는 게임메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WCG다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이번 대회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WCG 사무실에서는 밤 8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저녁을 먹으며 야근을 준비하는 직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내와 시차가 많이 차이 나는 남미, 유럽 등의 해외를 지원하는 인력이었다. WCG 오승환 해외사업팀장은 “국외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평소에도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언급했다. 국내 및 해외 e스포츠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WCG는 올해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산에서 개최될 WCG 2011 그랜드파이널의 준비 상황과 이슈화된 일부 종목에 대한 의견, 국내 e스포츠 단체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 및 해외 e스포츠 시장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 WCG 이수은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을 아래를 통해 모두 공개한다.
WCG 2011 신규 종목으로 자리한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페셜포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응이 상당하다. 실제 반응은 어떠한가?
이수은 대표: ‘리그 오브 레전드’는 프로모션 종목으로 시작했는데 해외에서 반응이 매우 좋았다. 여기에 라이엇 게임즈도 성공 가능성을 보고 통 크게 지원하여 올해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게 되었다. 올해는 물론 향후에도 같이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WCG 정식종목화를 가장 환영하는 쪽은 아무래도 대회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다. 또한 WCG 해외 파트너사들에게도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약 20개국이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 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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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스포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다루게 된 게임이며, 저희 입장에서 꾸준히 키워가야 될 종목이다. ‘스페셜포스’ 역시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e스포츠에 영향 있는 FPS 종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드래곤플라이 역시 ‘스페셜포스’가 e스포츠로서 성공을 거두는 데 많은 뜻을 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긴밀하게 협업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집중하겠다.
WCG는 각국 게임 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약 70개국의 해외 파트너사와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여 WCG가 좋은 국산 종목을 해외에 알리거나, 해외의 우수 게임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세부적인 협의는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 국내 혹은 해외 종목사들과 힘을 합칠 계획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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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업무 계약을 체결한 네오위즈게임즈와 WCG
네오위즈게임즈의
박병호 사업부장(좌)과 WCG 이수은 대표(우)
WCG 2011 그랜드파이널이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귀환한 소감이 어떠한가?
이수은 대표: 2004년부터 해외로 진출하며 어떻게 브랜드 가치를 성장시켜서 한국으로 금의환향할 것인가를 내부에서도 고민했었다. 그 시기가 올해라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조직을 개편한 WCG의 새로운 도약을 한국에서 할 수 있어 매우 뜻 깊다. WCG는 국제 e스포츠 올림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국내에서 하기는 좀 어렵겠으나, 적절한 기회가 있다면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랜드파이널의 실질적인 운영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다. 대회의 주인공은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에 집중할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벡스코에 차로 10분에서 최대 20분 안으로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위치에 숙소를 잡았으며, 다양한 국가가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그들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한 식사 계획도 마련된다. 예를 들어 이슬람교를 믿는 선수들은 종교의 특성상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부분이지만, 그들에게는 그것이 전부일 수 있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행사장 내에도 선수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 한다. 이번에 할당된 공간이 기존에 비해 40% 정도 협소하지만 구성을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부분은 불이고 충분한 동선을 확보할 것이다. 이번에 함께 하는 홍보 대행사가 지스타에서 뛴 경험이 있어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사장이 넘칠 정도로 많은 관중이 방문해주길 바란다.
이번 WCG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 종목대회가 진행된다. 이번에는 ‘아스팔트6’이 채택되었는데, 모바일 게임의 경우 가시성이 부족하여 e스포츠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 있다.
이수은 대표: 모바일 게임은 ‘스타’나 ‘카스’, ‘피파’ 등 타 플랫폼 종목보다 대중성에서 가장 큰 장점을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고개를 숙이고 게임에 집중한 모습이 다소 우스워 보일 수도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는 PC/콘솔 게임보다 플레이하는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모바일 종목에 대한 관계자 및 팬들의 욕구는 더욱 커지리라 전망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마트폰에 대형 스크린을 연결하여 가시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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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 2011 모바일 게임 종목으로 선정된 `아스팔트6`
한 가지 재미있는 예로 작년 그랜드파이널 모바일 종목에서 아마추어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호주 대표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호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실리고, 특집 방송까지 진행되며 그 선수를 조명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바일 종목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일화를 해외 파트너들과 공유하며 WCG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겨진 좋은 이야기를 부각하여 선수들을 스타덤에 올리는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올해 온게임넷이 ‘스타2’ 특별 해설자로 임요환을 섭외한 것 역시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다음 년도부터는 해외 파트너와의 협조 하에 회자될 만한 소재를 강조할 방도를 찾아보려 한다.
국내 e스포츠 시장이 전반적인 침체기로 돌아섰다. 한국에 오랜만에 돌아와서 대회를 준비하며 이러한 부분이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가?
이수은 대표: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는 e스포츠 단체로서 매우 당혹스러웠다. e스포츠 발전의 기반이 되는 프로게임단과 방송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부분이 국내 e스포츠에 가장 큰 악재로 다가오는 것 같다. 10년 간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해왔던 한국의 다소 침체된 분위기가 해외에도 영향을 미칠까 염려스럽다.
그래서 부산으로 돌아온 WCG가 침체된 분위기에 다시 불을 지필 구심점으로 작용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노력해서 반드시 WCG다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이 아니라 해외에서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하는 상황이었다고 해도 이와 같은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수은 대표: 대회의 소비자, 즉 게이머를 중심으로 대하는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이 e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스포츠가 가진 속성처럼 관중들이 직간접적으로 즐기는 게임을 어떻게 좋은 대회로 일궈내느냐가 중요하다. 게임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기획된 재미를 어떻게 e스포츠 팬들에게 연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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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의 중심, 팬들에게 집중된 기획력이 필요하다
WCG 2011을 준비하면서 주관방송사인 온게임넷과 함께 이런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온게임넷의 간판 프로그램인 ‘뒷담화’를 WCG 2011 ‘스타2’ 한국대표선발전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스타2’를 처음 보는 팬들도 쉽게 게임을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기획되었다. 이처럼 각 종목에 맞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WCG 외에도 한국에는 IeSF와 같은 국제 e스포츠 단체가 다수 존재한다. 여기에 e스포츠의 주무부처인 문화부, 한국콘텐츠진흥원과의 연계 관계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수은 대표: 한국 e스포츠 대표 협회 KeSPA는 물론 국제 e스포츠 대회, IeSF 등 관련 단체들과 더욱 긴밀하게 힘을 합쳐야 한다. 현재 각 단체와 힘을 합쳐 서로가 가진 장점 및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장애인 e스포츠 대회와의 MOU 체결이 최근 거둔 가시적인 성과의 사례다. WCG 2011에 장애인 e스포츠 대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와는 지스타 2011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들은 게임을 만드는 입장이며, 우리는 게임을 이용해 e스포츠를 완성해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양 단체는 100% 그 특성이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한 피드백과 대회를 운영하며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 등을 협의하는 연결고리는 유지해야 한다. 전에는 많은 교류가 없었으나 올해부터 가능하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정부기관과의 연계 역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한국에 있는 단체이면서도 국내 유관단체와의 깊은 연관성을 가지지 못했다. e스포츠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관점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본다.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장기적으로 고려하여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일각에서는 e스포츠 관련 단체가 뚜렷한 성과 없이 난립하며 오히려 시장 구조가 어지러워졌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수은 대표: 관련 단체가 많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관건은 단체의 목적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단체가 많이 있어도 각자 이루고자 하는 부분이 명확하다면 전체 시장에는 분명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그 대회 및 단체의 목적을 분명히 세우지 않았다면 중복이 많아 효과가 상쇄될 우려가 있다.
e스포츠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익창출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수은 대표: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WCG도 메인 스폰서 삼성 외에도 수많은 후원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그들에게 좋은 마케팅 시너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기본적인 틀이라고 생각한다. WCG 내부에서도 후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WCG만의 경쟁력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WCG에게는 10년 넘게 대회를 진행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다수의 해외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대회가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해외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세계 각국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졌으리라 예상한다. 해외 e스포츠 시장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곳은 어디라고 판단하는가?
이수은 대표: 단연코 중국이다. e스포츠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팬층을 거의 1억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그들을 수용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주어진 환경이 좋으니 더욱 좋은 콘텐츠와 인프라, 디바이스가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중국은 물론 남미나 유럽, 미국 역시 작은 시장은 아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 e스포츠 시장에 거의 성숙기에 돌입했으며 미국은 현존하는 가장 큰 e스포츠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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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e스포츠 대표 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페셜포스`
각국의 특성에 맞추어 관계자 및 팬들의 욕구에 적합한 행사를 접목시키는 것이 해외 진출의 키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중국의 경우, 게임을 직접 하기보다는 보면서 즐기는 관중이 많다. 미국은 온라인보다는 콘솔 게임이 e스포츠에서도 주를 이루는 반면, 아시아는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인다. 유럽은 다수의 행사가 개최되어 즐길 거리가 많고 e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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