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에 사는 A씨는 핸드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상시의 요금의 10배에 가까운 50만원이라는 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니 유치원에 재학 중인 7살 아들이 실수로 게임앱을 여러 차례 결제한 것이다. 이에 A씨는 게임업체 측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사업자 측에서는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알렸다.
이처럼 최근 의도치 않은 결제로 인해 요금 폭탄을 맞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환불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 29일 게임빌을 비롯한 모바일 게임업체 16곳에 대해 환불 불가 표시로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방해했다는 평가를 내려 시정 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한 업체당 400만원, 총 6천 400만원의 과태료보다 ‘불공정거래’라는 멍에가 모바일 게임업계에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이전에도 소비자와 업체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한 단체가 존재한다. 2011년 4월에 출범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포함한 콘텐츠의 거래 및 이용에 관한 분쟁에 대응해왔다. 지난 5월 17일 1주년을 맞이한 조정위원회는 현재까지 약 1,587건의 분쟁을 접수했으며, 그 중 모바일 게임 콘텐츠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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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신청내용 현황 자료 (자료 제공: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특히 분쟁 원인 중 69%가 결제취소 및 환불 요청에 관련한 부분이라 이에 대한 이용자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박귀련 조사관은 “결제 시, 별도의 비밀번호를 요청하지 않는 스마트폰 앱에 대해 지불 과정이 너무 간단하게 처리되어 가족, 친족에게 기기를 대여하는 등 이용자가 원치 않는 결제에 대해 취소를 요청하는 비율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분쟁조정위윈회는 지난 2011년 한 해 간, 3억 2천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을 환불하여 이용자들에게 돌려주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절차를 통해 원하지 않는 결제에 대한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게임메카는 이에 대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의 이인숙 사무국장과 박귀련 조사관을 직접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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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이인숙 사무총장
분쟁 신청 건수 중 65%는 합의 도출!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이전 이인숙 사무총장은 조정위원회의 분쟁 조정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신고가 접수된 후, 60일 이내에 이용자와 사업자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합의 도중에 결론이 나면 그대로 사건이 종결되지만, 양쪽 모두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 추후 회의를 통해 조정안을 도출하게 된다. 회의를 통해 나온 안에 양측이 동의를 표하면 조정서가 발급되는 것으로 일련의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에 대해 이인숙 사무총장은 “접수된 신고 건수 중 65% 가량은 이용자가 현재 처한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면 규정에 따라 일부 혹은 전체 금액을 환불해주는 방향으로 합의에 이른다”라며 “간혹 분쟁 조정 신청을 중도에 취하하거나 신고인 혹은 피신고인의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조정합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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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조정절차 안내 이미지
앞서 예로 든 사례처럼 자녀 혹은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연령층에게 기기를 양도했다가 의도치 않은 결제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피해를 본 경우에는 어떠한 점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인숙 사무총장은 “직계 가족에 한하여 가족관계증명서 등 필요한 증빙서류를 갖추어 이를 증거로 제시한다면 업체와의 협의 하에 전액 혹은 상당액에 달하는 이용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귀련 조사관은 “기본적으로 국내에는 미성년자의 경우, 자녀의 용돈 처분 행위에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부모가 결제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라며 “이 경우, 자녀의 불찰로 인한 결제임을 설명하고, 이를 업체가 인정한다면 1회에 한해서 환불이 가능한 조항이 마련되어 있다”라며 조정위원회 역시 이러한 조항을 준용하여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조정위원회 측은 고지서를 받은 후에야 오과금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의 환경을 고려하여 전자상거래법에 명시된 청약철회 가능 기간인 7일을 넘어선 사례에 대해서도 환불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인숙 사무총장은 “모바일 콘텐츠의 경우, 액수가 적을 경우 이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결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려 피해를 구제받는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즉, 사업자와 전자결제업자의 대금결제 전 청약이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숙 사무총장은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을 고시화하는 것이 사실 상당히 어려우며 무 자르듯이 합의를 진행하기도 힘들다”라며 “몇 가지 큰 틀을 마련한 것은 있으나 대부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소비자와 사업자의 상황에 맞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공정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환경, 업체와 소비자 모두 노력해야
판단착오 및 대여에 의한 잘못된 결제 외에도 해킹 및 버그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가 속속들이 도출되고 있다. 이인숙 사무총장은 “해킹과 버그의 경우 사업자가 스스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을 소지가 있다. 또한 모바일 업체의 경우 고객과의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라며 적절하게 분쟁을 해결할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용자에 대한 적절한 창구를 갖추는 것이 산업의 육성을 꾀하고, 시장의 위축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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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출범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실제로 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는 물론 이를 퍼블리싱하는 이동통신사 역시 결제나 보안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도출되었다. 박귀련 조사관은 “개발사는 물론 이동통신사 역시 결제에 대한 보다 엄격한 틀과 기준을 만들어 오류나 실수로 인한 과금 등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소지를 줄이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중개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정위원회 측은 소비자들 역시 보다 책임감 있는 구매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귀련 조사관은 “다운로드 받은 콘텐츠가 그 순간 내 영역에 들어온 부분임을 이용자들이 인지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 역시 본인의 기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거나 고지된 과금 조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부주의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모바일 게임업계의 경우 결제 철회에 대한 조항 및 시스템적 준비가 취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용자 스스로가 이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문화부는 지난 3월 28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특별법을 고시 중에 있다. 이인숙 사무총장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스마트폰 콘텐츠 시장에 비해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라며 “게임의 경우 결제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분쟁이 있는데, 보다 특화된 규정을 만들어서 청약철회와 같은 이슈에서 소비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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