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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북미/유럽 지역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브릭포스`
(사진 및
영상제공: EXE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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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서든어택, UCC FPS ‘브릭포스’ 최초 공개
“회사를 세운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말하길 3개월, 길어야 6개월 버틸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벌써 1년 반이 지났네요.”
불볕더위가 기승이던 지난 24일, EXE게임즈 현기룡 대표가 꺼낸 말이다. 추억의 MMORPG ‘영웅문’ 부터 비운의 게임 ‘미소스’ 까지 다양한 게임을 개발한 바 있는 베테랑 개발자 현 대표는 지난 2010년 여름 한빛소프트를 퇴사한 후 지인들과 함께 EXE게임즈를 설립했다. 그러나 게임 개발에만 몰두해 오던 사람들인지라 가진 돈을 탈탈 털었음에도 몇 평 되지도 않는 오피스텔 보증금을 내기조차 힘들었다. 몇백억 원씩 투자한 초대작 게임들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게임 업계에서 위와 같은 말은 상당히 부드러운 조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EXE게임즈의 처녀작인 ‘브릭포스’ 는 지난 12일 북미/유럽 지역에서 먼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며 현재 100만 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록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2차례에 걸친 CBT만을 진행했기에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못했지만, 독특한 게임성과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UCC FPS(이용자가 직접 맵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즐기는 FPS)’ 라는 특징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의 뇌리에 ‘브릭포스’ 라는 이름이 남아 있다. 심지어는 국내 서비스를 기다리지 못하고 북미/유럽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규모는 덜하지만 마치 ‘리그 오브 레전드’ 의 국내 서비스 전 상황을 보는 듯하다.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EXE게임즈의 현기룡 대표를 만나 그간의 고생담을 들어보았다.
국내보다 해외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이유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브릭포스’ 는 국내가 아니라 북미/유럽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작년 2월 CBT를 시작한 이후 2달만에 50만 회원을 돌파했고, 현재는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간 지 2주 정도가 흘렀다. 국내에서 히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아예 해외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온라인게임 업계에서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닐텐데, 이유가 궁금했다.
“작년 4월에 게임메카를 통해서 ‘브릭포스’ 의 프로토타입 버전을 최초로 공개한 적이 있는데요, 그 기사 외에는 아무런 홍보도, 보도자료도 없었어요. 게임을 어떻게든 알리고 투자를 받고 싶은데, 당시 직원 8명 모두가 사업이나 마케팅과는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렇다고 돈이 있던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회사는 돈 내고 들어와야 하는 곳’ 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저희가 만들고 있는 ‘브릭포스’ 라는 게임이 있다며 소개 동영상을 올렸죠. CBT를 진행하기 전 유저들의 반응이라도 한 번쯤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던 중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독일의 게임업체인 프록스터 인터렉티브의 전 CEO였던 안드레아스 바이덴하우프 대표가 신생 퍼블리싱 업체인 인페르넘을 설립하고 서비스 게임을 찾던 중 유튜브의 ‘브릭포스’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것. 당초 MMORPG를 찾아다니던 안드레아스 대표는 ‘브릭포스’ 를 보고 첫 눈에 반해 먼저 연락을 했다.
“동영상을 작년 여름쯤에 올렸는데, 9월달에 안드레아스 대표에게 e메일이 왔어요. 동영상을 봤다면서 계약 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대요. 그리고 바로 9월 20일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와서 저희 사무실로 곧장 찾아오셨어요. 사무실에 걸려 있는 ‘미소스’ 포스터를 보고서야 비로소 ‘아, 미소스 개발하신 분이군요’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한빛소프트에 있을 때도 직접 얼굴을 보거나 사업상으로 얘기를 해 본 적은 전혀 없어요. 완벽한 초면이었죠.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화이트보드에 계약 내용을 적어가며 협의를 보고 그날 계약을 체결했죠. 독일인들은 악수 한 번 하면 바로 계약 체결하는 거라면서요. 그렇게 ‘브릭포스’ 의 서비스는 북미/유럽 지역에서 먼저 시작된거죠.”
▲ 인페르넘사의 안드레아스 대표를
단숨에 달려오게 만든 `브릭포스` 영상
위쪽은 게임 콘텐츠 소개, 아래쪽은 인-게임
트레일러 영상이다
그야말로 극적인 계약이 아닐 수 없다. 이후 ‘브릭포스’ 개발에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다. 엔페르넘사와의 계약으로 북미/유럽 지역 CBT가 인기리에 실시되었고, 이를 통해 ‘브릭포스’ 의 소문을 들은 동남아 지역 퍼블리셔들도 EXE게임즈에 접촉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브릭포스’ 는 유럽/북미 외에도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지역의 2개 업체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사업 전담 인력도 전무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중국 업체와의 계약 과정에서 벌어진 비화도 존재한다. “사실 중국 업체와도 계약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계약 이행과정에서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어 결국 계약을 파기하게 되었죠. 계약 내용에서 그쪽에서는 언제까지 금액을 지불하고 우리쪽에서는 언제까지 테스트용 게임을 제공하는 등이 정해졌는데, 막상 날짜가 지나도 결제를 안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계약 이행이 되지 않았고, 그 외 다양한 문제로 인해 결국 계약이 취소되었죠.” 이 부분에서 현 대표는 웃으며 ‘사기는 아니었을 것’ 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제 생각에는 저희가 전략을 잘 세워서 이러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 아니라, 게임에 뚜렷한 특징이 존재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봐요.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하나의 게임을 소개하기 전에 유저들에게 뚜렷한 특징을 제시해줘야 하거든요. 비슷비슷한 게임이라면 투자자들도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힘이 들죠.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운이 따라줬다. 이렇게 평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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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지역에서 가입자 1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브릭포스`
현지 퍼블리셔인
인페르넘의 첫 서비스 게임이기도 하다
‘브릭포스’ 는 옛날부터 만들고 싶었던 게임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게임 자체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양산형 제품이라면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긴 힘들다. 그런 관점에서 ‘브릭포스’ 의 유저 충성도는 엄청나게 높다. 단순히 제공된 콘텐츠를 소모하며 비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맵을 만들고, 개발사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현 대표는 이 같은 유저들의 반응에 대해 ‘무언가를 조립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며 느끼는 재미는 전세계 유저 모두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브릭포스’ 를 기획했을 때는 ‘레고’ 와 같은 블록을 조립하는 형태였어요. 1달쯤 개발을 진행했죠. 그런데 막상 내부 테스트를 해 보니 전문가가 다루기에도 어려운 거에요. ‘레고’ 처럼 다양한 모양의 블록이 존재하다 보니 내부 인테리어 구성도 어렵고 브릭을 회전시키는 부분이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더군요. 그 와중 눈에 띈 것이 당시 화제를 모으던 ‘마인크래프트’ 였어요. 샌드박스형 커스터마이징을 채택하고 나니 놓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매우 편하게 그럴싸한 내용물이 나왔죠. 물론 많은 유저들에게 호응을 얻을만한 맵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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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유럽 지역 유저들이 만든 엄청나게 다양한 컨셉의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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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이동을 통해 특정 목적지까지 도달해 깃발을 탈취해야 하는 `점프 맵`
이처럼
FPS 외적인 재미를 주는 창조적인 맵도 많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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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유로 2012` 를 기념해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축구장 맵`
사진
속 발칸을 통해 엄청난 화력을 퍼부을 수 있어 이를 위한 경쟁도 벌어진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샌드박스형 맵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넣은 것 까지는 그렇다 쳐도, 현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EXE게임즈 직원들은 MMORPG 개발자들이다.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 왜 굳이 생소한 장르인 FPS를 택하는 모험을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계적으로 FPS가 가장 인기있는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력을 자극하는 커스터마이징 콘텐츠는 약간 마이너한 부분이다.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상쇄시키려면 기본적인 게임 장르에서 대중성을 찾아야 한다. 현 대표 역시 초반에는 MMORPG에서부터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를 구상했지만, 결국 개발 기간과 대중성 등을 놓고 봤을 때 FPS밖에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도 저희가 MMO만 알고 FPS에는 문외한이지는 않아요. 제 경우 예전 엠파스에서 서비스하던 ‘파병’ 이라는 FPS 게임에 OBT 직전부터 참여했던 경험이 있고, 다른 개발자들 역시 FPS를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게임 디자이너분은 준프로급 실력이죠. 그래서 FPS 개발의 포인트인 타격감과 밸런스(맵, 총기 등) 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다만, ‘브릭포스’ 는 게임 특성 상 맵 밸런스를 유저들에게 맡겨 놓으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부담이 덜하죠. 그야말로 저희와 딱 맞는 개발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 대표의 말처럼 ‘브릭포스’ 의 개발은 타 게임에 비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게임 특성도 특성이지만, 게임 엔진을 잘 택한 덕도 컸다. ‘브릭포스’ 는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되었는데, 온라인과 웹브라우저, 모바일 기기 등을 아우르는 크로스플랫폼을 목표로 하는 ‘브릭포스’ 에게 유니티 엔진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월급은 커녕 자기 돈 내고 회사를 다닐 정도니 비싼 엔진은 당연히 사용할 수 없었죠. 그러던 중, 유니티 엔진을 처음 보자마자 완전히 반했어요. PC에서도 되고, 웹에서도 되고, 모바일에서도 되는 호환성, 쉽고 직관적인 접근성 등 우리가 원하는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죠. 10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도 큰 몫을 했지만, ‘브릭포스’ 가 3개월 만에 플레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유니티 엔진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지금은 직원들 월급도 꼬박꼬박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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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게임즈 현기룡 대표
국내 서비스, 조금만 기다려 달라
‘브릭포스’ 의 해외 서비스가 성공적인 출발을 시작한 가운데, 국내 서비스에 대한 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북미/유럽에서는 기본 무료-프리미엄 유료 방식의 상용화(향후 유료 샵 오픈 예정)까지 진행하고 있으니, 국내에서 내일 당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질문에 대해 현 대표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표정이 아니라, 마치 마감을 앞두고 수많은 기사거리를 넘겨 받은 류 모 기자의 표정과 비슷했다. 잠시 한숨을 푹 쉰 현 대표는 ‘브릭포스’ 의 국내 서비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실 지금까지 북미/유럽 서비스 계약 건 때문에 그쪽에 집중하느라 너무 바빴어요. 몇 번이나 말했듯이 EXE게임즈는 아직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진행할 수 없거든요. 국내의 경우 해외와 다른 수익 모델을 구현해야 하는 데다 자체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꽤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아직 국내 서비스 일정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은 할 수 있을 때 바로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올해 연말은 넘기지 않았으면 하네요.”
마지막으로 현 대표는 자신에게 있어 ‘브릭포스’ 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7~8년 전부터 ‘브릭포스’ 와 같은 류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소원이 지금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것이죠.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EXE게임즈의 차기작 역시 장르가 어떻든 간에 ‘브릭’ 시리즈가 될 것입니다. 최근 들어 느낀 건데, 원하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개발자가 자신의 게임을 사랑해야 좋은 게임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브릭포스’ 는 좋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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