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중에서 ‘스퀘어 에닉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파이널 판타지’를 개발한 ‘스퀘어’와 ‘드래곤 퀘스트’를 개발한 ‘에닉스’가 합병하면서 일본 RPG를 대표하는 회사가 된 ‘스퀘어 에닉스’가 직접 개발했기에 ‘라스트 렘넌트’는 발매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제작에 참여한 스탭의 네임밸류도 상당히 높았고, ‘스퀘어 에닉스’ 최초로 외부 엔진인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엔진3’을 사용했기에 업계와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 이런 장면만 보았을 때는 이 게임 정말 대단한 게임일 줄 알았다.
독특한 전투 시스템, 유니언 시스템.
‘라스트 렘넌트’는 ‘유니언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내세웠다. 일반 RPG에서는 개인의 행동에 의해서 전투가 벌어진다. 동료 캐릭터가 있지만 그들도 플레이어가 지시하여 공격하는, 개인적 전투 양상을 띤다. 그러나 ‘라스트 렘넌트’는 유니언, 즉 파티의 개념을 극대화해서 유니언 전체에 명령을 내려서 전투하는 형식을 채택했다. 유니언끼리 전투에 참여하기 때문에 수많은 캐릭터간 전투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전투 커맨드도 유니언 단위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도 쉽다. 각 유니언의 HP는 유니언을 구성하는 캐릭터의 HP를 합친 수치지만 캐릭터별로 패배하는 것이 아닌 유니언 전체의 HP가 0이 되어야 전 캐릭터가 패배하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유니언을 구성하는 캐릭터의 배치가 중요하다. 또한 유니언의 위치나 대형, 사기에 따라 데미지가 달라지기 때문에 전략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 유니언 배치 장면. 유니언 안에 캐릭터들은 일심동체다.
‘라스트 렘넌트’는 ‘턴 방식’ 전투를 취하면서 ‘트리거 찬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화면에 ‘트리거 찬스’라는 표시가 나타났을 때 정확한 타이밍에 해당 버튼을 누르면 방어불능공격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트리거 찬스’에 성공한 아군 유니언은 ‘팀워크 행동’을 통해 적의 턴을 무시한 채 연속 공격을 할 수 있다. ‘라스트 렘넌트’는 ‘트리거 찬스’를 도입해서 수세에 몰렸을 때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게 했고,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턴방식 전투를 개선하려 노력했다.
▲ 전투 장면. 가장 위에 게이지는 사기를 나타낸다.
유저를 배려한 시스템과 스퀘어 에닉스다운 멋진 사운드
한편, 유저를 배려한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RPG는 특정 지역에 세이브 포인트를 마련하여 그 장소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하다. 그러나 ‘라스트 렘넌트’에서는 어디서나 세이브를 할 수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난이도를 낮추고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자유롭게 세이브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미니맵에서 NPC 위치를 모두 알려주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NPC 중에서 중요한 대화가 있는 캐릭터는 다른 아이콘이 떠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미니맵에 NPC가 다 나와있고 NPC의 중요도에 따라 말풍선이 다르다.
그리고 대작 게임을 만들어온 ‘스퀘어 에닉스’다운 멋진 사운드는 게임을 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배경과 전투시 흘러 나오는 음악은 상황에 맞게 배치되어 있으며 많은 종류의 음악이 있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고, 성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게임 스토리에 빠져들게 했다.
▲ 성우들의 연기는 정말 뛰어나다.
‘스퀘어 에닉스’ 답지 않은 ‘라스트 렘넌트’
여러모로 좋은 모습이 보이지만 ‘라스트 렘넌트’는 비판할 요소가 많다. 처음으로 외부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래픽이 참담하다. ‘언리얼 엔진3’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마을일 수록 어색하다 못해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 모델링에만 신경썼는지 필드 배경도 엉상하고 현저하게 떨어지는 퀄리티에 아쉬움을 느꼈다.
▲ 실제로 해보면 한숨만 나온다.
화려한 스킬 연출 등으로 인해 프레임이 낮아져서 화면이 끊기기 일쑤고, 다른 맵으로 이동하거나 전투에 돌입할 때마다 로딩을 봐야 했다. 게임에 있어서 엔진 최적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 정말 엔진 최적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러브데스3' 이후 또다시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맵은 넓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장소가 적어서 간 곳에 또 가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본 시나리오보다 길드 퀘스트나 발굴, 몬스터 포획 등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에 퀘스트에 따라 지겨울 정도로 같은 장소를 방문해야 한다.
▲ 그냥 본 시나리오 포기하고 퀘스트하는게 더 재밌다.
이게 정말 스퀘어 에닉스의 기술력은 아니겠지?
기존 게임의 답습이 아닌 새로운 개척을 택한 RPG의 명가 ‘스퀘어 에닉스’의 작품이니만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실망스런 부분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독자적인 엔진으로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줬던 ‘스퀘어 에닉스’가 겨우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리 외부 엔진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실망스럽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한국 게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초창기부터 해외 기술력을 받아들여 기술적 발전을 이룬 한국과는 달리, 폐쇄적인 정책만 고집하여 기술력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일본 개발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 절대 사진에 낚이지 말자. 게임은 역시 해봐야 한다.
현재 ‘스퀘어 에닉스’는 무료 다운로드 컨텐츠를 통해서 ‘라스트 렘넌트’의 퀘스트와 던전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운로드 컨텐츠를 통해서 부족한 부분이 개선되길 바란다. 그리고 팬의 입장에서 ‘라스트 렘넌트’가 단순한 실패작이 아닌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 만약 '파이널 판타지 13'도 이러면 스퀘어 에닉스 저주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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