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이 게임이 처음 공개되던 때를 기억한다. ‘전기톱(체인소)’을 들고 뛰어 다니며 좀비를 썰고 다니는 치어리더와 그녀의 옷에 걸려있던 정체불명(?)의 남자머리 등… 이 게임에 대한 강한 인상의 꽃이 나에게 심어지며 ‘어머 이건 사야돼’를 외치게 만들었다. 한참 멍하니 게임정보를 확인하고 있을 때, 개발자가 ‘실버사건’, ‘킬러 7’, ‘노 모어 히어로즈’등 자신의 색을 잘 담아내는 게임을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 스다 고이치(SUDA51)라는 것을 보자 걱정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그 게임이 바로 ‘롤리팝 체인소’였다.
▲
오른쪽에 있는 훈훈하게 생긴 아저씨가 약빨고 게임 만들기로 유명(?)한 스다 고이치
(참고로
왼쪽은 '메탈 기어 솔리드'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요)
‘롤리팝 체인소’는 옛날 비디오가게 구석에서 볼 법한 ‘B급 좀비영화’같은 설정과 스토리 덕분에 게이머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또한 기종에 상관없이 언락코드 공유라는 ‘대인배’ 정책을 펼치면서 출시 당일부터 지금까지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B급 좀비영화
‘롤리팝 체인소’의 주인공 18세 여고생 ‘줄리엣 스탈링’은 처음 개발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덕분에 ‘줄리엣’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을 제외하면 설정과 스토리는 어설픈 B급 느낌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는 불쾌함보다는 유쾌함으로 다가온다.
▲
왜 머리만 남아도 살 수 있는지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대뜸 등장하는 좀비를 뚫고 생일을 맞은 줄리엣이 남자친구 ‘닉 칼라일’을 만나기 위해 공원을 찾아가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온 가족이 달려드는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비록 피가 튀고 팔이 날아다니는 잔인한 장면이 계속된다 할지라도 특유의 ‘유쾌함’은 계속 이어진다.
▲
의외로 이런 장면(?)이 몇 개 안나온다
스토리나 설정만이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에서부터 줄리엣이 사용하는 기술들까지 모두 ‘유쾌함’에 한 몫을 더해주고 있다.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딸 걱정보다는 케이크 만들었으니 돌아오라는 어머니, 추락하는 과정에서 줄리엣의 가슴을 에어백(?)으로 사용하는 준지 모리카와 사부 등, 하나하나 읽다 보면 스다 고이치가 ‘좀비는 나오지만 심각한 게임은 아니다.’라고 설명해주는 것 같다.
▲
스다 고이치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냈던 '노 모어 히어로즈'
게임을 하고 있자니, 스다 고이치의 전작 ‘노 모어 히어로즈’를 보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인공의 성격까지 말이다. 하지만 ‘노 모어 히어로즈’는 Wii라는 기기 성능으로 인해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을 채택했던 것에 반해, ‘롤리팝 체인소’는 게임 자체에서 주는 B급 분위기를 위해 화려하고 과장된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줄리엣에게 삿대질하는 쿨한 좀비 선생님
▲
피튀고 잘리는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특히 보스 좀비를 반토막 낼 때 나오는 선혈효과, 좀비의 목을 잘라서 발로 차는 모습 등은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만큼 거리낌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물론 게임 내에서는 ‘KIRAKIRA(반짝반짝) Ver’, ‘ZAKUZAKU(싹둑싹둑) Ver’을 선택하여 취향에 맞는 비주얼로 즐길 수도 있다. 잔인하고 과장된 연출을 싫어하는 게이머를 위한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
우리가 아는 명곡들을 따로 설정해서도 들을 수 있다
덤으로 실제 팝송을 그대로 게임 O.S.T에 사용하는 대범함까지 보여준다. 콤바인을 타고 좀비를 쓸고 다닐 때는 ‘You Spin Me Round(Dead or Alive)’가 흘러나오고, 기술 중 하나인 ‘스타 모드’를 사용하면 ‘Hay Mickey(Tony Basil)’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원곡을 그대로 사용한 덕분에 게임이라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여기에 추억 회상까지 할 수 있으니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짧은 플레이 타임, 하지만 그 만큼 많은 걸 담아냈다
‘롤리팝 체인소’는 최근 출시되는 게임에 비하면 플레이타임이 짧은 편이다. 총 6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 약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소요되고, 진행 방향 역시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일직선이기 때문에 상당히 단순하다.
▲
일본 더빙보다 영문 더빙이 더 어울리는 게임
PS3는 히카사 요코(카이야마
미오/케이온),
Xbox360은 키타무라 에리(타카나시 미우/아빠 말 좀 들어라)
이는 ‘노 모어 히어로즈’에서도 이미 보여준 바 있는 ‘짧고 굵은’게임이라는 것을 어김없이 재현한 느낌을 준다. 물론 스토리만 간단하게 즐기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클리어 후에 등장하는 난이도와 수집요소는 자연스럽게 2회차 플레이를 유도한다. 이 효과는 스토리만 간단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게이머에서부터 파고드는 요소까지 모두 클리어하고 싶어하는 게이머들까지 모두 만족시켜준다. 여기에 덤으로 클리어 특전, 진엔딩 요소는 파고들기 이상의 자연스러운 연차 플레이를 지원한다.
▲
좀비가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복장들도 특전으로 들어가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특전 방식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직선 진행 방향 게임의 특징 상 수집요소를 위해 2회차 플레이를 하면 질리기 쉽다. 여기에 자동 세이브와 툭하면 등장하는 로딩 때문에 몰입도까지 떨어진다.
▲
버튼연타, 버튼액션 등은 좀비 게임의 조건 중 하나다(?)
‘롤리팝 체인소’는 캡콤의 ‘데드라이징’처럼 대규모 좀비를 썰고 다니는 ‘쾌감’이나 ‘바이오 하자드’처럼 ‘긴장감’이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한 장소에 등장하는 제한된 수, 그것도 한 방에 죽지도 않는 좀비 덕분에(?) 생존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많이 연출된다. 이처럼 ‘롤리팝 체인소’는 일반적인 좀비게임에서 볼 수 있는 쾌감이나 긴장감이 부족한 대신, 다양한 미니게임이나 전투 요소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
포지션에 3점슛까지 자리 잡혀있는 '좀비농구'
대표적으로 좀비의 머리로 농구를 하는 ‘좀비농구’, 생일선물로 받는 무기 ‘체인소 블래스터’로 좀비와 야구를 하는 ‘좀비야구’ 등 생각하지도 못한 설정의 미니게임이 등장하여 재미를 더한다. 또한 좀비를 한 번에 3명 이상 베었을 때 ‘스파클 헌팅’이라 하여 게임 속 필요한 화폐 ‘좀비코인’의 획득량이 늘어나거나, 남자친구인 ‘닉’을 이용한 스페셜 기술등을 통해 색다른 느낌의 좀비게임을 체험해 볼 수 있다.
▲
베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스파클 헌팅
이러한 요소들은 좀비 무리를 잡고 다니는 무쌍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에게는 다소 아쉽고 흐름을 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저것 잘 섞은 칵테일 같은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꽤 만족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더불어 기자가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스다 고이치의 ‘노 모어 히어로즈’를 해본 게이머라면, ‘롤리팝 체인소’에서 느껴지는 ‘오마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무작정 싸우며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진행 중간 미니게임이 등장하고, 레트로 게임의 느낌을 담은 스테이지가 나오는 등 ‘노 모어 히어로즈’에서 봐왔던 요소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노 모어 히어로즈'에서도 보여주었던 도트 스테이지도 그대로 담겨있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게임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기존의 출시된 게임들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스다 고이치만의 ‘색깔’이라 할 수 있는 것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오마쥬’이자 ‘신선함’으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용납된다.
A급을 꿈꾸는 B급 게임, 꼭 한번 해보자
▲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며...
‘롤리팝 체인소’를 한 줄로 평가하면 ‘A급 느낌을 주는 B급 좀비게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스토리, 영화를 보는 듯한 음악과 그래픽, 그리고 여러 재미요소를 담은 대사와 플레이 구조 등 즐겨봐서 나쁠 것 없는 꽤 ‘재미있는 게임’으로써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프랭크 웨스트’처럼 좀비를 레슬링 기술로 잡아대거나 ‘크리스 레드필드’처럼 총으로 머리를 노리는 게임은 아닐지라도, 좀비와 함께 재미있는 데이트(?)를 해보고 싶다는 게이머들에게 ‘롤리팝 체인소’를 추천해주고 싶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