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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스타도 기자들을 괴롭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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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 부스 말고도 다양한 중소 부스들이 있는 E3 2019 회장 전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형 게임사 부스 말고도 다양한 중소 부스들이 있는 E3 2019 회장 전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스타를 비롯해 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차이나조이, GDC 등 대형 게임쇼들은 취재를 원하는 전세계 매체들을 대상으로 두세 달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미디어 사전 등록을 받는다. 사전 등록 시에는 매체명과 기자 이름, e메일 주소 등을 입력하며, 이를 통해 주최측은 행사 시작 전부터 다양한 게임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그런데, 미디어 사전 등록을 하고 기다려 보면 국내와 해외(주로 서구권) 게임쇼 간 한 가지 큰 차이점이 보인다. 개발자 컨퍼런스 GDC나 세계 최대 게임쇼 E3의 경우 사전 등록 기자들에게 수많은 메일을 보낸다. 이 중에는 주최 사무국에서 행사 관련 정보를 안내한 공식 메일도 있으나, 대부분은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에서 보낸 메일들이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E3 2019의 경우, 대충 세어 보니 어림잡아 두 달여 간 백여 개 이상 되는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다양하다. E3에 출전 예정인 자사 신작 정보를 공개하거나, 트레일러 영상을 제공하는 메일이 가장 많다. 또한 행사 기간 내 진행되는 신작 게임 시연 예약을 받기도 하며, 프레젠테이션이나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한다.

E3 기자 등록을 하면 수많은 메일 공세가 시작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E3 기자 등록을 하면 수많은 메일 공세가 시작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메일 발신자 대다수는 생전 처음 듣는 해외 중소형 개발사로, E3에도 소형 부스로 참가하거나 타 업체 부스에 끼어서 조그맣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전시홀에 부스를 내는 대신 미팅 홀을 잡아 인터뷰 등만 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사전 정보 없이 이들을 만나고, 기사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E3에서 기자는 사전 메일이 온 곳 중 두 팀의 인디 개발사와 미팅 약속을 잡았다. ‘남자친구 던전(Boyfriend Dungeon)’ 이라는 독특한 무기 모에화 여성향 연애 액션 게임을 만든 개발자와, 모에 화풍 게임을 들고 공동관에 출전한 대학생 팀이었다. 짧은 영어실력 탓에 깊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으나, 평소라면 쉽게 만나지 못 할 해외 인디 개발자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마 사전 메일이 없었다면 이들을 주목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와 중소 게임사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데는 게임쇼 주최측의 공이 크다. GDC나 E3 등 서구권 게임쇼는 미디어 사전 등록을 한 기자들의 이름과 e메일 주소 등을 리스트로 정리해 참가사들에게 제공한다. 게임쇼에 발이라도 담근 업체라면 이러한 기자 메일 리스트를 받아 자사 게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

사전 메일을 통해 시연 약속을 잡고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인디 개발자와 만날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전 메일을 통해 시연 약속을 잡고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인디 개발자와 만날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초대형 부스와 컨퍼런스를 내세운 대형 게임사에 밀려 관람객이나 미디어 시선을 끌기 어려운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 이러한 기자 메일 리스트는 매우 유용하다. 자사 게임을 미디어에서 다뤄 주면 그것 자체로 큰 홍보 효과다. 작은 게임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 이는 게임쇼가 갖는 주요 의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 대표 게임쇼를 자처하는 지스타에서는 이런 메일을 오지 않는다. 지스타는 E3보다도 중소 업체 출전 비중이 더 높다. 매년 회장 중앙에는 1~4 부스만으로 출전하는 소규모 업체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으며, B2B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수백 개 게임사가 출전한다. 그 중 일부는 지역단체나 퍼블리셔를 통해 조금이나마 미디어 노출 기회를 잡지만, 단독 출전사들은 자신들의 게임을 효율적으로 알릴 방법도 모르고 여력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제는 지스타도 서구권 게임쇼의 이러한 홍보 관련 정책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취재 매체 e메일 주소를 참가 게임사들과 공유한다는 단순한 절차만으로도 중소 업체들은 자신의 게임을 미디어에 알릴 창구를 얻고, 게이머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숨은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해외 미디어에 소개되면 글로벌 사업 기회도 생긴다. 지스타가 자랑하는 사업적 성과 역시 확장된다.

아마 안 그래도 지스타 기간 중 격무에 시달릴 기자들은 쏟아지는 취재 요청에 다소 괴로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취재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는 어찌됐건 환영할 만하다. 올해 지스타 사무국의 간단하지만 큰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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