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는 1981년부터 이어져 온 기념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고, 복지 증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죠. 게임메카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게이머도 불편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사실, 현재까지도 장애인에게 게임은 선택하기 힘든 여가활동 중 하나입니다. 조작 이전에 자신의 선택을 컨트롤러로 ‘입력’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립재활원은 장애인 게임 보조기기 개발-활용 매뉴얼을 발간하고, ‘같이게임! 가치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신이 원하는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또, 지난 2021 지스타에서 게임문화재단이 ‘장애인 게임 접근성 진흥’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하며 장애인 게이머의 가시화를 촉구하기도 했죠.
이런 접근성에 대한 노력은 기업에서도 진행 중입니다. 국내 컨트롤러 기업인 ‘아이에스티몰’은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컨트롤러의 주문제작을 받고 있고,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색각 및 색약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죠. EA는 장애인 게이머를 위해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며 업계의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역시, 이런 노력에 있어서라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Xbox, ‘모두를 위한 접근성’을 사유하다
MS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에는 약 4억 명 이상의 장애를 가진 게이머가 있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고, 목표를 설정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같을 텐데도, 장애인 게이머들은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 항상 그 이상의 노력을 필요로 했죠. 때로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벽에 가로막히기도 했습니다. 재활이나 훈련, 치료의 수단으로서의 게임이 아닌 ‘여가활동’으로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MS는 컨트롤러의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려했습니다. 많은 장애인 게이머들의 테스트를 거쳐 ‘어댑티브 컨트롤러’를 제작해 출시하는 등,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죠. 컨트롤러뿐만 아니라 기기와 게임 모두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수단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Xbox 시리즈 X에는 촉각 표시기를 탑재해 기기에 어떤 선을 꽂아야 하는지 안내하는 가이드를 마련했고, 포르자 호라이즌 5에서는 UI를 읽어주는 나레이션, 오프라인 게임 속도 조정, 게임 내 수화 영상 자체 제공 등을 도입해 지원을 이어나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해 5월에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환경,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디자인, Xbox 게임 및 서비스 전반에 걸친 접근성 향상’등을 위한 프로젝트도 공개했습니다. 스피치-투-텍스트와 텍스트-투-스피치를 통해 청각과 시각 기능이 저하된 게이머들도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게끔 만들고요. MS의 이런 지속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접근성 향상은 모든 게이머들에게 최대한 균일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MS라는 대형 기업이 움직이며 대중성이 확보되자 ‘Xbox 어댑티브 컨트롤러’ 서드파티 제품의 폭도 늘어났죠.
다져진 접근성을 통해 넓어지는 선택의 폭
가장 유명한 제품으로는 게이밍 기어 회사 ‘로지텍’이 출시한 어댑티브 컨트롤러 게이밍 키트가 있습니다. 가벼운 터치가 가능한 압력버튼, 트리거형 버튼, 소형 버튼, 대형 버튼으로 구성했죠. 버튼에 붙일 수 있는 채도 높은 노랑, 파랑, 빨강, 녹색을 사용하고 버튼 이름을 확대한 스티커를 제공해 색약 등의 색각 문제를 동반한 게이머들을 함께 고려했죠. 또, 어댑티브 컨트롤러용 조이스틱도 출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손이나 팔을 이용하기 힘든 게이머를 위한 컨트롤러도 등장했습니다. ‘3d루더’라는 이름의 ‘발’을 이용한 컨트롤러죠. 3d루더는 손이나 팔을 이용한 섬세한 작업이 힘든 게이머들이 발의 움직임과 기울임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게다가 양발뿐만 아니라 한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발용 어댑터도 지원하죠. 이 컨트롤러는 발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하반신을 이용하게 만들어 하반신 재활에 도움을 줘 뇌졸중 후유증이나 사고 후유증으로 재활 중인 환자들의 물리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이점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또, 사지마비 등으로 손과 발 모두를 사용할 수 없는 게이머들을 위해 제작된 컨트롤러도 등장했죠. ‘쿼드스틱’이라고 불리는 입을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오리지널, 싱글톤, FPS’ 등 세 가지 모델로 구분되어 출시됐습니다. 모든 모델은 들이쉬고 내쉼을 인식하는 4개의 호흡 센서와 입술 조정 센서로 작동하며, FPS 모델의 경우 컨트롤러의 크기를 키워 더욱 세밀한 조정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컨트롤러를 고정할 수 있는 컨트롤러 암에도 세 가지 옵션을 적용해 게이머의 신체와 주변기기에 맞춰 선택하게끔 만들었죠.
3D 프린터, 접근성과 범용성을 한 번에 잡다
앞서 소개해 드린 컨트롤러는 분명 장애를 가진 게이머들이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게 도와주지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 해외 직구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가격 또한 아주 저렴하지는 않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보조도구를 손쉽게 만나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바로 3D 프린터를 이용한 컨트롤러 보조도구입니다.
‘훌리오 바스케즈’라는 게이머가 설계한 조이콘 어댑터는 한손으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보조도구입니다. 이는 뇌혈관 질환으로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제작자의 친구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플레이하고 싶어해 제작됐다고 하죠. 그는 여기에 근력이 많이 떨어지거나 손의 세밀한 컨트롤이 힘든 게이머를 위해 무릎에 안전하게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조이콘 스탠드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제작자는 두 도면 모두를 무료로 공개하며 비슷한 처지의 게이머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아카키 쿠메리’라는 게이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손으로 엑스박스, 듀얼쇼크, 듀얼센스 등 콘솔 컨트롤러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3D 프린트 도면과 시연 영상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획기적인 보조도구 시연 영상은 8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보이며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모았죠.
이런 3D 프린터 보조도구의 장점은 무엇보다 뛰어난 접근성에 있습니다. 도면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 3D 프린터 인쇄물만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또 무게가 가볍고, 별도의 설치나 조정 없이 기존 컨트롤러에 부착하기만 하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게다가 ‘가격적인 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적다는 독보적인 장점도 있죠. 비장애인과 동일한 활동을 하기 위해 쓰이는 품에는 노력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지출도 항상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대부분의 컨트롤러는 운동기능에 장애가 있는 게이머들을 위해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은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뇌파나 시선 추적을 이용한 컨트롤러의 상용화가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죠. 아직 나아갈 길이 험난하지만, 게임에 대한 접근성의 문턱이 이전에 비해 조금은 낮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전 일본에서 전맹 시각 장애인을 위한 e스포츠 대회가 열렸고, 안산시가 장애인 e스포츠 경기장을 확대 개관했다는 소식도 들려온 것을 보면 더더욱요.
모쪼록 게임을 즐김에 있어 ‘다름’을 인식할 필요가 없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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