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확률형 아이템 업계가 해결 못하면 법으로 규제한다

최근 유럽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에 이어 7월 초에는 스페인 정부도 청소년 판매 금지, 광고시간 제한 등을 중심으로 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유럽 주요 게임시장으로 손꼽히는 영국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입장이 발표됐다. 일단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업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법으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이하 DCMS)는 지난 17일 확률형 아이템 조사결과 및 후속대응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9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조사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청소년 게이머 및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게임업계, 연구자, 비영리단체 등이 제출한 자료, 글로벌 게임산업 연구센터 인게임(InGame)에 의뢰한 확률형 아이템 연구결과 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영국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규제하지 않고, 게임업계 스스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자율규제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국 DCMS 나딘 도리스(Nadine Dorries) 장관은 성명을 통해 “정부 개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먼저 어린이, 청소년,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 측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은 통제력이 낮고, 친구들의 반응에 민감하며, 구매 및 확률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고, 성인 중에도 과도한 지출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에서 규제하기 전에 업계에서 먼저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 제안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부모나 보호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 및 보호자에게 구매한도 설정 등 자녀 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부모 승인 없이 결제된 금액에는 관대한 환불 정책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두 번째는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소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투명한 정보와 스스로의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공하는 정보로는 게임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 가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 플레이어 데이터가 아이템 획득 확률에 미치는 영향 등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플레이어가 정해진 구매 횟수를 초과하면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고, 일시적으로 결제를 중지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결제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게이머 스스로 소비를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업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도리스 장관은 “정부는 업계가 창의력, 혁신, 기술력을 동원해 어린이, 청소년, 모든 소비자에 대한 보호 수준을 개선해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룰 것을 촉구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주저하지 않고 관련 입법을 검토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도박’에 포함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달리 획득한 아이템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기에 법적인 도박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어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에 포함할 경우 이를 관할하는 영국도박위원회 권한과 역할이 전례 없이 확대되며,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요 게임사가 현지에 게임을 서비스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